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오픈뱅킹 시범서비스 이용현황. <사진=금융위원회>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하나의 앱을 통해 여러 은행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실시되면서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해당 서비스로 대형사 위주의 고객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지방은행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권에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내 은행권에서 ‘오픈뱅킹’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번 시범 서비스에 참가한 은행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해 IBK기업은행, 지방은행 가운데 4곳(BNK부산·BNK경남·전북은행·제주은행)으로 모두 10곳이다.

또한 타 지방은행과 KDB산업, 한국씨티, 수협 등 다른 은행들도 준비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는 핀테크 기업도 해당 서비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픈뱅킹’ 서비스란 모바일 앱 하나로 국내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입출금, 이체 등의 업무가 가능한 서비스다.

이는 은행이 보유한 결제기능과 고객데이터를 오픈 API방식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모든 은행에 대한 업무 수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타행 계좌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금융사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으며 향후 관련 법안 통과에 따라 실시 가능한 금융서비스 영역이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가 지방은행이나 소규모 은행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급증하는 비대면채널 비중, 지방은행의 강점인 ‘접근성’ 무력화

한국은행의 상반기 인터넷뱅킹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중복가입 합산)는 1억1289만 명으로 전년 말 대비 7.8% 증가했다.

또한 같은 기간 일일평균 이용 건수와 이용 금액은 각각 9만910건, 6조417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5.5%, 10.8% 씩 증가하는 등 그 상승세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번 오픈뱅킹 서비스로 사용자 수와 이용건수 등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내은행의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 기준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3.2%로 전년 대비 7.8%포인트 증가하는 등 은행의 비대면채널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는 지방은행에 달갑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기존에 지방은행이 지닌 접근성이라는 강점은 비대면채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접근성을 활용한 대면영업이 중점이었다면 향후 오픈뱅킹이라는 자율경쟁 시스템 안에서는 앱의 편의성과 보안, 금리 및 상품 등으로 경쟁해야하는 만큼 경쟁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뱅킹은 자율경쟁, “대형은행 유리할 수밖에”

서비스 오픈 이후 각 은행들은 각종 고객 사전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주거래은행이라는 패러다임이 깨지고 고객이탈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상황이다.

시범 서비스에 참여한 5대은행들은 앱 고도화 작업을 사전에 완료했으며 ▲신한은행은 3% 금리 상품 ▲KB는 최고 100만 원 현금 지급 ▲우리은행은 2만 명에 경품 제공 ▲하나은행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100만 하나머니 등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 전북은행은 서비스 오픈 5일 뒤인 이달 4일에서야 앱 리뉴얼을 완료했고, 부산은행은 현재 앱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경남은행은 선착순 500명에게 현금 50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대형은행에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과당경쟁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향후 과당경쟁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면 (금융당국의)개입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선제적이고 마케팅과 앱 성능, 가용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대형은행 고객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시범서비스에 참가하지 않는 은행들은 기존 은행 대비 선점효과로 인해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나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기업이 참전하게 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소수의 앱이 독식하는 구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에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기존에는 접근성과 영업력에 의존했다면 향후 앱의 완성도나 상품 경쟁력,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등이 잣대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마케팅 여력이나 앱 고도화, 관련 상품 등의 준비가 잘 된 대형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고객이동이 활발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주요 앱을 선정하고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레 주거래 앱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방은행은 기존에도 비대면 채널 의존도가 적었던 만큼 이번 오픈뱅킹으로 눈에 띌 만큼 고객 이탈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침체된 지방경기와 향후 핀테크기업의 금융진출이 더 위협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실장은 “특히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과 새로운 혁신금융서비스가 출시되면 기존 은행들의 파이를 핀테크 기업들이 나눠 갖게 된다”며 “지방경기가 악화되며 기반이 약해진 지방은행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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