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분석과 맞춤형 상품서비스 출시 시급

“컴퓨터도 잘 모르고 불편해서 안 해. 뭐해라 뭐 확인해라 이러니까 복잡해”

올해 70대 노인인 A씨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몇 년째 버스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한다.

지난 2016년 A씨가 이용하던 KB국민은행 전북 익산 부송동점이 영등동점과 통폐합되면서 근방에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은행 영업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편히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권유해 봤지만 A씨는 오히려 가는 데 30분 걸리는 먼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이야기한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최근 개시한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비롯해 은행권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면채널에서 비대면채널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기존 대면채널에 의존하던 고령자를 비롯한 디지털취약계층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해당 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 지적하고 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이 금융당국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평균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평균 63.7%인데 반해 60대의 이용률은 22.9%, 70대 이상의 이용률은 5.4%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런 노년층의 낮은 이용률은 크게 자발적 이유(65.8%)와 비자발적 이유(34.2%)로 나뉜다.

자발적 이유에는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다’가 94.5%로 가장 높으며(중복 포함),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42.4%, ‘인터넷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9.3%로 뒤를 이었다.

비자발적 이유에는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가 89.8%로 가장 높으며 ‘이용요금 부담’이 35.5%, ‘이용기기가 없다’가 30.2%, 신체적 제약으로 사용 어려움‘이 20%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성향 때문에 고령층에게 금융 소외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오픈뱅킹 시범서비스가 실시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시범서비스의 핵심은 하나의 앱을 통한 타행 계좌 관리다. 이를 통해 타행 상품과의 비교도 가능하고 은행 간 이체·송금을 비롯해 보다 자유롭고 혁신적인 금융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향후 핀테크 업체들이 해당 서비스에 참가할 예정인 만큼 기존과는 차별화된 혁신 금융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은행권에서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붐이 일고 있다.

문제는 기존 대면채널을 고집하고 있는 고객은 이런 흐름에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사들은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며, 정맥인증이나 지문인증 같은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고령층을 위한 금융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 자체가 없는 경우부터 대면 채널을 고수하는 세대에게 오픈뱅킹이나 핀테크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오히려 국내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며 비대면채널에 집중하면서 기존 대면채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디지털 소외계층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 제기되고 있다.

최근 5년 간 국내은행 영업점포 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장병완 의원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19개 국내은행의 대면 영업점포는 6740곳으로 지난 2015년 말(7281곳) 대비 7.4%(541곳) 감소했다.

또한 자동화기기의 경우 2015년 말 8만4170개에서 올해 상반기 말 6만4538개로 무려 23.3%(1만9632개)가 감소하는 등 대면채널 축소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최근 5년 간 국내은행 자동화기기 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장병완 의원실>

이 때문에 기존 대면점포를 이용해 온 고령층은 거리가 먼 타 점포를 이용하거나 주거래은행을 바꾸기도 하며 일부는 금융서비스 이용을 줄이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고령층 비중과 대면채널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무작정 점포수를 줄이고 디지털화하기보다 대면점포를 일정범위 내 일정 수를 유지시키면서 고령층에 디지털 교육을 선행하는 등 점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고령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금융이 확대될수록 고령층은 금융서비스 이용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해외의 경우 디지털금융 혁신과 병행해 금융서비스가 고령층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지, 고령층에 적합한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도 고령층에 대한 분석과 교육, 맞춤형 상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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