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성공적인 오픈뱅킹 도입을 위한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오픈뱅킹 정식 서비스가 한달도 남지 않은 현재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이 늦어도 내년에는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오랜 준비기간을 가지고 준비해 온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자칫 고객이탈만 야기할 수 있단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오픈뱅킹 참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시작한 오픈뱅킹 서비스가 다음달 18일 정식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일부만 참가하고 있지만 다음달 정식서비스가 실시되면 시범서비스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참가할 전망이다. 또한 향후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 역시 해당 서비스에 참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오픈뱅킹 서비스 참가에 대해 두 업권이 마냥 긍정적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오픈뱅킹 참가에 많은 제한과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저축은행중앙회는 66개 저축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 앱 ‘SB톡톡 플러스’를 출시했다.

이는 2016년 출시한 ‘SB톡톡’을 개선한 버전으로 개별적으로 모바일뱅킹을 운영하기 제한된 중소 저축은행의 비대면영업을 수행하는 중앙회의 플랫폼이다.

특히 기존 앱에서 예적금 가입이나 이체 대출 등을 위해 개별 저축은행 앱을 설치해야 하는 호환성 문제 등을 수정했으며 로그인 절차 간소화, 계좌새설, 카카오톡 계좌이체 등의 기능을 탑재시키는 것으로 지역기반 저축은행의 비대면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또한 21일 기준 22개 저축은행이 개별 앱을 운영하고 있는데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나 ‘웰컴디지털뱅킹’의 경우처럼 앱 고도화 작업을 이전부터 마친 곳도 다수다. 이들은 고도화된 앱을 바탕으로 비대면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시켜 높은 순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개선했음에도 불구, 업권의 앱이 시중은행의 앱에 비해 경쟁력 면에서 뒤쳐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SB톡톡 플러스’ 앱 사용자에 따르면 일부 스마트폰 기종과 운영체제 버전에 따라 앱 실행이 안되는 현상부터 타행 공인증서 등록 시 발생하는 오류, 계좌개설을 위한 신분증 촬영 시 인식이 안되는 현상 등을 토로하며 ‘쏠’ 같은 시중은행 앱에 비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앱 성능이나 처리속도, 같은 금융그룹의 계열사를 통한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해 볼 때 시중은행의 앱이 더 경쟁력 있다고 평가하며, 하나의 앱으로 전 은행권 계좌 관리가 가능하다면 시중은행 앱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때문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2금융권에 시행된다면 시중은행이나 대형 핀테크사의 앱들과의 경쟁에서 사용자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업권에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업권도 유사한 상황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한축인 케이뱅크의 경우 적격성심사 문제로 자본확충에 곤란을 겪고 있어 신규대출 일부를 중단하는 등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픈뱅킹 서비스에 맞춰 앱 고도화나 서비스 출시를 위한 준비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다른 한 축인 카카오뱅크의 경우도 사정은 낫지만 오픈뱅킹 참가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적격성심사 문제로 카카오의 지분 확대를 통한 자금 확충이 오랜 시간 지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지분(50%)의 매각 및 양도방안을 놓고 잡음이 발생했다가 지난 20일에서야 금융위의 승인을 받고 오는 22일 지분양도(16%) 및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매각(29%)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타 계열사와의 협업, 증자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영업 활성화, 내년도 사업구상, 여기에 지난 7일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IPO(기업공개)까지 산적한 과제를 고려할 때 연내 오픈뱅킹 참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에 중론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은행의 특성 상 오픈뱅킹 시스템에 맞추기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출시 2년을 갓 넘긴 인터넷은행에게 준비기간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수료 산정부터 사내 테스트, 맞춤 상품 구성 등 오랜 준비기간을 가지고 오픈뱅킹 출시를 진행해 온 시중은행과 경쟁력 면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권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는 “대형 핀테크사가 합류하고 혁신기술이나 서비스가 적용돼 새로운 수익구조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면 결국은 파이나누기 게임에 불과하다”며 “현 단계에서 오픈뱅킹이 금융사에 큰 이점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되면 규모경제 면에서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이나 마케팅 비용, 전담 부서 운영 등에서 대형사에 유리한 구조”라며 “두 업권이나 다른 소형사 입장에선 후발주자인데다 기존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신규 고객 유치는 어려워 참가가 망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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