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천신만고 끝에 국회정무위를 통과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또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해당 개정안을 비롯한 데이터 3법 개정안 전체가 폐기될 위기에 처하면서 또다시 데이터 혁신이 미뤄졌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29일 법제사법위원회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반대로 통과가 불발됐다.

여기에 마지막 20대 정기국회(오는 10일)가 일주일 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본회의에 상정될 200여 개의 안건과 함께 또 다시 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해당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법안 발의 후 최근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었다는 점이다.

발의된 지 1년을 넘긴 상황이라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통칭 ‘데이터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안도 함께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빅데이터 분석·이용의 법적근거를 마련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기능 강화 ▲신용정보산업 규제 정비 ▲금융부문의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금융소비자 권한 및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이다.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가 중요한 분수령인 이유는 신용정보법이 다른 데이터3법의 모법(母法)으로 다른 개인정보법과 정보통신법을 개정할 수 있는 물꼬였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정보법의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그간 모호하게 규정된 가명정보의 구체적인 범위를 지정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되, 해당 범위에 맞춰 비식별처리된 가명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도 연구나 통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해당 법안이 중요한 이유는 유권해석에 따라 가명정보와 비식별처리 기준이 모호해 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당시 공공기관 4곳이 제공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처리된 가명정보를 이용한 20여 곳의 기업이 가명정보의 해석을 달리한 시민단체 12곳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가명정보의 기준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개인정보법과 신용정보법의 개정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금융산업에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1년이 넘는 국회 계류부터 이번 통과 불발로 데이터 혁신은 또 한번 좌절된 상황이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내년 이자수익을 비롯한 여러 금융사의 주요 수익이 악화될 전망”이라며 “이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시급했는데 이번 개정안 불발로 신사업 진출이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픈뱅킹 같은 기존에 진행 중인 혁신금융 서비스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당분간 금융사들은 내실경영에 치중하면서 업권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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