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판 품앗이로 영화에 '맛깔 양념'

      

 

      인맥·연줄 따라 스타·감독 깜짝 출연 
      영화 즐기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

영화 <도둑들>이 개봉 70일 만에 <괴물>을 넘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배우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1300만이 넘는 관객의 마음을 훔친 명품 배우들이 있다. 하지만 정작 <도둑들>을 ‘열고 닫은’ 배우는 따로 있다. 신하균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의 초반과 말미에 등장에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는 신하균은 이 영화의 카메오였다. 신하균의 경우처럼 한국 영화 흥행 신화의 이면에는 짧고 굵게 자신의 역할을 해주는 카메오 배우들이 있다.

신하균은 <도둑들>에서 개인 미술관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얼굴을 비친다. 신하균을 <도둑들>에 끌어들인 주인공은 최동훈 감독의 아내이자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대표인 안수현 PD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영화 <박쥐>의 주연배우와 담당 프로듀서로 인연을 맺은 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안수현 PD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만큼 관객들의 뇌리에 기억될 만한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출연 분량이 많진 않지만 김혜수, 전지현과 얽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신하균이 흔쾌히 출연 제안에 응했다는 후문도 있다.

▲ <도둑들>영화의 초반과 말미에 등장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신하균. [사진=뉴시스]

     한솥밥 추억의 위력

지난 6월 개봉된 영화 <아부의 왕> 역시 제작사 대표가 특급 카메오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이 영화의 말미에는 배우 차승원과 장항준 감독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각각 ‘톱스타병’에 걸린 배우와 그를 캐스팅하려는 감독으로 분했다. 차승원은 지난해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대박을 터뜨린 후 충무로 섭외 1순위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차승원이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차승원을 섭외한 주인공은 <아부의 왕>의 제작사 황금주전자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김진영 씨. 과거 장진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필름있수다’에서 일하며 장진 감독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에 출연했던 차승원은 한솥밥을 먹었던 김진영 대표의 부탁을 받고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과 주연배우로 인연을 맺은 장항준 감독을 직접 섭외해 데려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부의 왕>을 연출한 정승구 감독은 “원작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시나리오 작가가 ‘차승원’이란 배우 이름을 그대로 써 놨더라. 그 부분을 꼭 살리고 싶어서 제작사 대표님과 협의하에 차승원과 촬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 충무로 섭외 1순위로 급부상한 차승원이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사진=뉴시스]

올해 초 개봉됐던 이민정 이정진 주연의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카메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디오 스튜디오를 소재로 한 이 작품에는 최고의 인기 DJ인 컬투를 비롯해 김태원 이승환 정엽 김종국 개리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는 모두 <원더풀 라디오> 관계자들의 인맥이 맺은 성과였다.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는 현재 SBS 파워FM <두시 탈출 컬투쇼>를 연출하고 있는 이재익 PD가 썼다. 컬투는 이재익 PD를 응원하기 위해 카메오 출연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발표회의 사회까지 맡았다.

그룹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은 <원더풀 라디오>의 주인공인 이정진의 부탁을 받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으로 <원더풀 라디오>에서 이재혁 PD(이정진 분)의 단골 LP바의 사장으로 잠깐 얼굴을 비친다. 

톱스타 고현정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었던 <미쓰GO> 역시 카메오의 힘을 빌려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당초 ‘동국대학교 동문들이 만든 영화’라는 기치 아래 고현정을 비롯해 최민식, 김태우와 제작사 도로시의 장소정 대표, 정범식 감독 등 동국대학교 출신들이 모여 출발했다. 하지만 내홍을 겪은 후 정범식 감독이 중도하차하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역시 동국대학교 출신인 박신양이 카메오로 참여하면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정작 박신양을 캐스팅한 건 ‘동국대 인맥’이 아니라 정범식 감독을 대신해 메가폰을 잡은 박철관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2001년작 <달마야 놀자>로 인연을 맺은 후 친분을 이어왔다. 박신양은 카메오라 하기에는 과분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소화하며 <미쓰GO>가 완성되고 개봉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 스타들이 대거 얼굴을 비친 영화 <원더풀 라디오>. [사진=뉴시스]

     감독과의 인연도 한몫

<미쓰GO>는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지난 여름 옴니버스 공포물 <무서운 이야기>로 다시 메가폰을 잡은 정범식 감독은 또 한 번 탄탄한 인맥을 과시하며 영화 곳곳에서 눈에 띄는 카메오를 배치했다.

정범식이 연출한 ‘해와 달’ 편에서는 배우 김태우 노현희 라미란 등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영화 중반 흐르는 내레이션은 배우 유지태가 맡았다. 제작사 데이지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정범식 감독과의 인연으로 여러 배우들이 흔쾌히 특별출연에 응했다. 짧은 순간 얼굴을 비치는 유명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카메오는 주가 아니라 객이다. 영화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얼굴을 비치는 감초라는 의미다. 아무리 톱스타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개런티는 받을 수 없다. 친분 때문에 출연하기에 개런티를 아예 받지 않거나 ‘거마비’ 정도만 받는다. 

박용우의 경우 이준익 감독에게 생일선물로 카메오 출연을 선사했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 <평양성>을 연출할 당시 근처에서 자신의 주연작인 <아이들>을 촬영하던 박용우는 이준익 감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잠시 <평양성>의 촬영장에 들렀다가 즉석에서 캐스팅됐다. 촬영을 마친 후 이준익 감독은 박용우에게 ‘수고비’로 5만 원을 쥐어줬다.

가수 겸 배우 홍경민은 절친한 동료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과속 스캔들>에 카메오로 출연한 후 게임기를 선물 받았다. 평소 홍경민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차태현은 센스 넘치는 선물로 홍경민을 흡족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카메오의 등장은 관객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영화 관계자들은 카메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친분 있는 배우나 감독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때문에 ‘충무로판 품앗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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