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시즌 점프볼 10개 팀 전력 다각분석

겨울 실내 스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정규리그 종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프로야구는 사상 첫 한 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야구와 축구가 끝날 즈음 어김없이 겨울 스포츠의 총아인 프로농구가 ‘점프볼’한다. 2012∼13시즌 프로농구는 13일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안양 KGC인삼공사와 원주 동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트레이드와 FA 등을 통해 전력보강을 마친 10개 팀들은 현재 막판 담금질이 한창이다. 팀당 54경기씩 모두 270경기를 치르는 이번 시즌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1명 보유’에서 ‘2명 보유·1명 출전’으로 바뀐 데다 수비 3초룰 폐지로 몸싸움이 심해지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막을 열흘 앞두고 지난 2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려 10개 구단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올 시즌 프로농구 판도는 어떻게 전개될까. 전문가들은 올 시즌엔 상하위 팀 간에 전력의 양극화가 극심해 4라운드 막판인 내년 1월 하순쯤이면 6강 플레이오프 탈락팀의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KGC 인삼공사. [사진=뉴시스]

     13일부터 6개월 대장정 막판 담금질 한창
     모비스·인삼공사 등 4팀 우승후보로 손꼽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제외한 9개 구단 가운데 8개 팀 감독이 모비스를 우승후보로 꼽아 눈길을 모았다. 가장 확실한 우승후보로 ‘공공의 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모비스는 비시즌을 알차게 준비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포인트 가드 김시래를 지명, 고참인 양동근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 수 있게 했고, 취약점이던 스몰포워드까지 문태영으로 메웠다. 지난 3년간 창원 LG에서 뛰었던 문태영은 귀화혼혈선수 FA(자유계약)로 모비스에 둥지를 옮겼다. 이들이 없었던 지난 시즌에도 4강까지 진출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 이상의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 3차전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모비스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승 후보 빅4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기동력이 뛰어난 빅맨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낙점한 모비스는 외국선수 교체에서도 발 빠른 행보로 2012∼13시즌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체 15순위로 지명한 크리스 버지스의 골밑 장악력이 기대에 못 미치자 베테랑 아말 맥카스킬을 교체선수로 영입했다. 맥카스킬은 39세의 노장이지만 1대1 수비능력이 뛰어난 데다 노련미까지 겸비했다. 비시즌 동안 착실히 개인훈련을 진행한 덕분에 체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다. 

이로써 모비스는 김시래-양동근-문태영-함지훈이라는 탄탄한 국내 선수진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외국선수 2명으로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프로농구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 중인 유 감독의 전술마저 감안한다면 마땅히 ‘우승후보’로 불릴 만하다.

모비스의 대항마로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예상을 깨고 우승한 젊은 팀 KGC인삼공사가 유력하다. 슈팅가드 박찬희의 군 입대가 아쉽지만 중앙대 시절 터프한 플레이로 주가를 높인 최현민이 가세했다. 최현민은 탄탄한 체격을 앞세운 골밑 공격이 위력적이며, KGC인삼공사의 팀 컬러인 ‘런 앤드 건’도 소화할 수 있는 스피드를 갖췄다. 1m95㎝에 97kg인 최현민의 합류로 KGC인삼공사는 장신 라인업으로 스피드와 높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오세근이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부담이다. 지난 시즌 내내 무릎부상을 달고 다니다 챔피언결정전을 치러야 했던 오세근은 비시즌에도 대표팀에 차출되는 등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MVP인 오세근이 정상 컨디션으로 전력에 언제 가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프로 2년차인 오세근이 지난해와 같은 위력을 떨친다면 KGC인삼공사의 2연패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에서 오리온스 이동준, 윌리엄스가 리바운드볼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토종 트윈타워 구축한 동부, 용병에선 약세
   기대주 최진수 포진 오리온스, 전태풍 회복 관건

강동희 감독이 이끄는 원주 동부 역시 윤호영, 안재욱의 군 입대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을 영입한 것이 고무적이다. 이승준의 가세로 동부는 김주성과 더불어 화끈한 토종 트윈타워를 구축하게 됐다. 각각 공·수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이들이 조직력을 끌어올린다면 동부는 2012∼13시즌 역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충분히 노릴 만하다. 동부는 ‘날쌘돌이’ 황진원이 팀을 떠났지만 지난 시즌 막판 제대한 이광재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건 외국선수의 선발 실패다. 동부는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브랜든 보우먼, 저마리오 데이비슨의 교체를 추진 중이다. 과거 한국무대에서 검증된 리 벤슨, 빅터 토마스의 가승인 신청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벤슨은 나이가 많을 뿐 아니라 체력소모가 많은 팀플레이에도 능한 타입도 아니다. 조직력을 앞세운 ‘질식수비’로 상대를 압도해온 동부로선 다소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동부가 올 시즌 역시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임에는 분명하지만 지난 시즌처럼 압도적인 승률로 정규리그를 좌지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동네북’ 신세였던 고양 오리온스 역시 만만치 않게 전력을 보강했다. 전태풍의 영입으로 포인트가드 난을 해소한 오리온스는 FA 자격을 얻은 김동욱과의 계약도 원만히 마무리했다. 5시즌 동안 한국 무대를 밟게 된 ‘한국형 외국선수’ 테렌스 레더의 득점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외국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에 선발한 리온 윌리엄스 역시 단신이지만 수비를 우선시하는 파이팅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김유택 전 오리온스 코치의 아들인 최진수가 기대된다. 지난해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2년차 최진수는 올 시즌엔 초반부터 존재감을 더욱 뽐낼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의 이적은 아쉽지만 신인 김승원이 골밑에 힘을 실어준다면 스피드와 높이를 갖춘 최진수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으로 발휘될 것이다. 전태풍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비시즌 동안 많은 훈련 양을 소화하지 못한 게 불안요소다.

     6강 플레이오프 노리는 팀들

△부산KT=두 시즌 연속(2009∼10, 2010∼11) 플레이오프 4강에서 발목이 잡혀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우승에 목마른 전창진 감독은 변화를 위해 트레이드라는 칼을 빼들었다. 

FA 최대어 박상오를 서울 SK로 보냈고, 양우섭과 김영환을 LG로 보내며 LG로부터 김현중과 오용준을 받았다. 또한 은퇴 기로에 있던 서장훈을 영입, 높이까지 보강했다. 서장훈은 비록 39세의 노장이지만 짧은 시간, 승부처에 요긴하게 투입할 수 있는 선수다. 타운스는 기동력은 떨어지지만, 블록슛, 리바운드 등 빅맨의 궂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낼 수 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뽑은 코스트너가 정강이 부상을 호소하는 바람에 대체선수로 정확한 슈팅능력을 갖춘 제스퍼 존슨을 영입했다. 존슨은 KT에서 뛰었던 두 시즌 동안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던 주인공.

△창원LG=KT와 더불어 챔피언 반지를 끼어보지 못했지만 LG의 강점은 주전과 비주전 간에 기량차가 작다는 점이다. 상대에 따라 누구든지 주전이 될 수 있기에 선수들은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 신인 박래훈과 조상열이 가세하는 등 ‘베스트 5’의 얼굴이 확 바뀌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패기가 넘치지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시즌을 만들겠다는 게 김진 감독의 복안이다. 지난 시즌까지 KBL에서 뛰며 실력을 인정받은 로드 벤슨과 아이라 클라크를 지명한 것은 큰 행운으로 평가된다.

△서울SK=스타플레이어가 많아 매년 우승 후보 내지는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모래알 조직력이라 불리며 6강에 오르지 못하며 탈락 단골손님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비시즌 동안 6강 진출을 위해 알찬 선수보강을 마쳤다. 박상오, 김동우, 애론 헤인즈를 영입해 공격력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전체 2순위로 지명된 2m의 센터 출신 최부경이 골밑을 든든히 지켜줄 전망이다.

△서울 삼성=지난 시즌 꼴찌로 추락하며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삼성은 수비력이 좋은 황진원과 득점력이 빼어난 파워포워드 이동준을 영입했다. 내·외곽을 한 번에 보강한 셈이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이정석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영입한 포인트 가드 김승현이 여전히 부상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 60세로 프로농구 최고령인 김동광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삼성은 달라진 모습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 KCC=전통의 ‘명가’ KCC는 전력상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추승균이 은퇴하고 골밑을 든든히 지키던 2m22㎝의 거인 하승진이 공익 근무를 위해 팀을 떠났다. 공격을 지휘하던 전태풍은 오리온스로 이적하는 등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이 겹친 유병재와 이중원은 은퇴를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허재 감독도 올 시즌은 우승보다는 소박하게(?) 6강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거행된 트라이아웃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덕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코트니 심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전자랜드는 외국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리카르도 포웰을 영입, 공격력을 강화했다. 2008∼09시즌 전자랜드에서 뛸 당시 날카로운 돌파력과 슈팅능력을 뽐낸 포웰의 가세로 해결사 역할을 홀로 짊어졌던 문태종은 어깨가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포웰과 문태종은 패스 능력까지 갖춰 내·외곽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전자랜드는 비시즌 동안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구단 인수기업을 찾는 데 실패했지만 KBL의 지원으로 올 시즌 참여가 가능해졌다. 선수들이 얼마나 똘똘 뭉쳐 단합된 힘을 낼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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