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9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매년 새해 출발과 함께 쏟아지던 예적금 특판 상품이 올해에는 유독 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DLF사태로 안정적인 예적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저금리기조로 예적금 금리가 1%대로 하락하면서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에서 출시한 특판 상품이 우리은행의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정기예금’과 DGB대구은행의 ‘세븐적금’ 2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다른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들은 향후 신상품이나 특판 상품 출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초 황금돼지해를 맞아 고금리 특판 상품이 연달아 출시됐던 것과 사뭇 대조된다.

지난해 초 시중 4대은행 중 우리은행은 최고 연 3.2% ‘우리 120년 고객동행 정기 예적금’을, KEB하나은행은 '황금드림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또한 국민신한은행 역시 기존 상품에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2~3%대 적금상품을 제공했으며, 기업은행이나 케이뱅크 등 다른 은행 역시 경쟁적으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며 수신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이런 온도차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특별한 특판 출시 계획은 없다”며 다만 “상황에 맞춰 고객에게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은행업권의 ‘특판 가뭄’에 대해 저금리기조로 고금리의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두차례에 걸친 국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수신금리도 연이어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초 시중 5대은행의 대표 예금 최대금리(12개월 기준·우대금리 포함) 평균은 1.71%로 전년 동기(2.44%) 대비 0.74%포인트나 감소한 상태다.

같은 기간 적금 최대금리(24개월 기준) 역시 2.68%로 전년(3.14%) 대비 0.46%포인트 하락하는 등 수신금리가 축소됐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지난해 3분기 은행의 NIM(순이자마진)은 전년 동기 1.65%에서 1.55%로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금리 특판이나 수신상품 출시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업권에는 IBK저축은행의 ‘오~개이득적금Ⅱ’나 유진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특판 같은 최대 3~4%대 고금리 특판 상품이 출시됐으며, 다른 저축은행 역시 기존 예적금 상품 금리를 인상하는 등 예적금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에서는 5%대 예적금을 출시하는 등 이른바 ‘고금리 특판 홍수’였던 반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저축은행 업권에 출시된 특판상품은 가뭄 상태다.

이에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업권 내 비대면 채널 경쟁으로 특판 행사를 연내 진행했기 때문에 특판 상품을 출시할 당위성이 부족하다”며 “특히 신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퇴직연금으로 충분한 예수금을 확보한 터라 현 시점에 특판상품을 출시할 저축은행은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자금이 예적금에 몰리고 있다는 점도 ‘특판 가뭄’ 상황에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은행권 수신이 전월 대비 30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정부자금 유출에도 정기예금이 약 4조 원 가량 증가했는데 이를 두고 한은 측은 “은행권이 신 예대율 규제에 대비해 예금 유치에 노력한 결과 지난달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DLF사태로 인해 11월 자산운용사 수신 증가규모는 9조6000억 원으로 10월 증가분(17조2000억 원) 대비 절반 가량 감소했다.

그 결과 시중자금이 예적금에 몰렸다는 것과 이 때문에 예수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은행권이 출혈을 감수하며 특판이나 고금리 수신상품을 출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금리한파로 대출과 수신금리를 모두 축소시킨 상황에 고금리 예적금이나 특판을 출시하기에 부담될 것”이라며 “예대금리차가 좁혀지며 수익성도 악화된 터라 당분간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몸집을 줄이고 신사업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타이밍에서도 신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충분한 예수금을 확보한 시점에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인 만큼 투자자들은 보다 수익성높은 재테크 수단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