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얼마 전 대검 모 과장의 상가(喪家)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두고 대검 고위 간부 간에 큰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술 취한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의 추태라고 그의 진의를 에둘러 축소하고 있지만, 사건의 발단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법무부와 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날 언쟁의 발단은 현 정부의 ‘공정’이라는 잣대에 일침을 가하는 양 선임연구관의 뼈있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양 선임연구관이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해봐라. 당신이 검사냐"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속 상관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반말로 직격탄을 날렸던 것이다.

이날 양 선임연구관은 심 부장에게 왜 그토록 심한 발언을 쏟아 냈을까. 단지 술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슬 퍼런 검찰의 조직문화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엄청난 일이라 양 선임연구원의 이날 태도는 검찰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기록될 듯 하다.

하지만 양 선임연구관의 강한 반발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게 곧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유재수 '감찰무마' 관련 당시 조국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심 부장이 ‘무혐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심 부장은 윤 총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수사팀과 함께 한 회의에서 조 전 수석 사건 기소에 반대하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수사팀이 이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선임연구관은 이날 장례식장에서 심 부장의 이 같은 처사에 강하게 항의했고, 대검 지휘부 사이의 이견이 결국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이에 앞서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검찰 고위 간부 인사권을 조기 행사하며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돼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법무부가 검찰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직제 개편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현 정권 관련 수사팀을 교체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져가면서 검찰 내부에서 이 같은 항명까지 벌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심 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에서 정책기획단장과 대변인을 맡았으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로 지냈다. 서울남부지검 1차장에서 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을 맡으며 문재인 정부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일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옮겼다.

심 부장이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으면서 수사가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런 심 부장이 실제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대검 연구관에게 '무혐의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본질은 현 정부의 윤석열 검찰 때리기 연장선에서 그 강도가 더욱 노골화된 데 있다.

전 보수정권 때 윤 총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현 정권이 조국 사태 이후 돌연 눈엣가시로 치부하면서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결국 국민들이 열망하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보다는 정권 입맛을 맞춰주는 ‘정치 검찰’ 양산만 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덩달아 높아졌다.

윤 총장 검찰 수사에서 부산시 전 경제부시장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중심에 조국과 백원우 등 청와대 인사가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조국 사태에 더해 ‘도덕성’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의 최근 대처가 과연 공정한 지 반문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깨끗한 정권, 공정한 사회를 염원하던 국민들이 살을 에는 매서운 겨울 밤마다 촛불을 들고 ‘정상적인 나라’를 바라며 현 정권에 표를 몰아주었다. 일부에선 딱히 현 정권에 거는 기대보다는 관점에 따라선 전 정권에 대한 비판 성격에 더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최근 누구의 주장처럼 두 정권 모두에게 속은 기분이라는 말이 마음깊이 와 닿는 요즘이다.

그간 정부는 서민들이 피부로 접하는 경제사정이 바닥인데도 “거시경제 지표가 양호하니 괜찮다. 언론이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매도하니 될 것도 안 된다”며 남 탓을 해왔다. 그래도 국민들은 마음 한 구석에 ‘적폐청산’에 대한 암묵적 바람과 지원을 해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공정’을 기대했던 현 정권의 잣대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고무줄마냥 그 일관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이라 내뱉고 ‘내로남불’로 일관하는 행태는 뻔뻔했던 전 정권과 갈수록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넘쳐 난다.

결국 적폐청산도 물 건너가고 ‘아빠찬스’ 한 번 쓸 수 없는 흙수저 청년들과 서민들의 허탈감만 더 커졌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상갓집 사태를 ‘장삼이사(張三李四)…추태’로 치부하는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의 편향적인 시각이다.

추 장관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 어이가 없다.

별안간 왜 ‘장삼이사’인가? 우리 국민들은 잘 쓰지 않는 생소한 말이다.

촛불이 탄생시킨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검찰 기소를 두고 벌어진 엄중한 사태에 대해 추 장관은 왜 ‘장삼이사’를 운운하며 물타기로 평가절하하는가.

아무리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지만 젊은 시절 판사였던 그의 발언치고는 진영논리에 편중된 매우 부적절한 언사로 보인다.

‘장삼이사’.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란 뜻으로, 이름이나 내세울 신분이 뚜렷하지 못한 서민들을 일컫는 말이란다. 그 출처는 중국 송나라 때 도원(道原)이 저술하고 양억(楊億)이 첨삭한 불교 서적 ‘전등록(傳燈錄)’이라고 알려져 있다.

추 장관은 양 선임연구관의 주장에 귀 기우리는 대신 굳이 서민이 잘 사용치 않는 불교의 고서 단어까지 인용하면서 ‘장삼이사가 하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우리는 지난 정권 때 촛불을 들고 현 정권을 잉태시켰다. 그 만큼 국민들의 ‘공정’에 대한 기대와 열망은 컸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 국민들의 기대치에 부합될 만한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국민은 개·돼지’라던 말이 최근 ‘장삼이사’로 둔갑됐을 뿐이다.

이 ‘장삼이사’ 아무개들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에서 청와대 측근과 정권 실세들의 연루 여부를 있는 그대로 알고 싶어 한다.

법무부와 현 정권은 국민들이 갈망하는 여러 비위 의혹들을 ‘검찰개혁’이라는 허구로 더 이상 덮어서는 안 된다.

촛불을 들었던 상당수는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았던 진정한 애국자들이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과 연인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이들은 오직 공정한 기회가 있는 나라, 반칙이 없는 나라를 염원했다.

기대했던 것 만큼 실망감도 커졌다. 이들이 순수한 애국심으로 만들어 준 현 정권에서 국민들이 계속 ‘개·돼지’ 취급받는 일이 거듭된다면 암울한 역사는 반복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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