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리측근 사면 청문 추진 내막

▲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비리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한기주 기자]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특별사면을 단행한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특별사면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최시중 등 측근 비리와 부패를 전면 재조사하고, 이들을 상대로 특별사면을 단행한 행위의 법적 절차에 대해 청문회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박 당선인이 두 번에 걸쳐 특별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사면을 강행한 만큼,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하여 임기 중 발생한 비리·부패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집권 후 전면적 MB 비리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제 막 논의를 거친 단계이긴 하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이 청문회장에 서는 사태가 재연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시중 출소 후 “나는 무죄” 억지 주장
“국민 뜻 반한 사면 실체 밝혀야”여론

무죄 주장하는 비리특사 최시중

▲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55명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국민의 반대여론, 박근혜 당선인의 공개적 반대를 묵살하고 벌인 사면이었다. 이 대통령은 “권한남용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대통령의 사면이 과연 정당했는가. 이 대통령이 사면한 측근인사들은 과연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가. 대통령의 ‘은전’을 입을 만큼 국가에 봉사할 자세를 보였는가.
 
지난달 31일 아침, 설 특별사면을 받은 최시중(76)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70)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천 회장은 일언반구 없이 구급차에 탄 채 취재진을 따돌리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MB 멘토’로 일컬어지는 최 전 위원장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에쿠스 승용차에 오르기 전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황혼의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나 그의 반성은 미처 하루를 가지 못했다. 그는 출소 뒤 곧바로 찾아간 병원에서 KBS 기자를 만나 “나는 무죄야. 나는 돈을 내 사적으로 받은 바도 없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무죄’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였다. 그의 말대로 무죄라면 마땅히 법원의 유죄 판결에 승복하고 상고했어야 했다. 상고하지 않고 사면을 받은 결과 그는 잔여형기 1년 9개월 수감생활을 면했다. 이같은 최시중씨의 일구이언은 결국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민주당 “청문회 충분히 가능”
 
1.29 특별사면 조치의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상 최악의 이번 특사는 국회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을 침해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특별사면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대통령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청문회를 추진키로 했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법사위원들은 사면법의 절차상 ‘위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사면법에 따르면 사면심사위원회 구성은 9명인데, 이번 사면은 8명이 통과시킨 사면이라서 법적 하자가 있었다”며 사면위 자체가 예정된 결과를 향한 짜 맞추기 위원회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법사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면 심사위원회는 내부 위원으로 권재진 법무부장관, 길태기 법무부차관, 국민수 법무부 검찰국장, 오세인 대구고검 차장이, 외부위원으로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박효종 서울대 교수, 박준우 전 싱가포르 대사,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등 총 9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박효종 교수가 사퇴해 8명이 심사했다고 한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국정감사와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1/4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특위나 상임위가 국정의 특정사안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그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특사와 관련해 법률적으로도 청문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보다 강력한 대통령 사면권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의회 차원의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졌었다”며 “이 대통령이 단행한 사면권은 위헌·위법적인 것으로 국정조사와 청문회, 검찰수사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1988년 5공 청문회와 1997년 한보사건 국정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특히 5공 청문회에서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야당 청문위원들에게 호되게 당한 바 있다.    
 
측근 사면에 훈장까지 남발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인사들에게 훈장까지 남발해 국민의 지탄을 덤으로 받고 있다. 특별사면을 단행한 29일 국무회의에서는 또 다른 MB의 측근들에 대한 훈장수여가 결정됐는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안경률 전 새누리당 의원, 김인규 전 KBS 사장 등 129명이 훈장을 받게 됐다. 최고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게 된 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같은 교회를 다니며 오랜 친분을 쌓았고, MB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안경률 외교통상부 녹색환경협력대사도 친이명박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를 지낸 MB측근인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청문회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29일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 분과 토론회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특사조치를 비판한 바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다.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이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박 당선인측의 반발이 컸던 만큼 박 당선인이 취임 후 구권력의 상징인 이대통령에 대한 국민비난 여론을 정국전환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역시 특별사면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적법한’ 요구를 마냥 거절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도적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경실련도 이번 특사 및 훈장수여 등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 등 측근들의 범죄가 이 대통령 자신으로 인한 것임을 심히 망각하고 있다. 자신의 측근을 특별사면을 통해 비호한 것은 재임 중의 비리·부패사건에 대한 책임이 퇴임 이후에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퇴임 후 MB의 사법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임기 말까지 자기 사람을 챙기고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 대통령은 갈수록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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