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이정수의 가족과 함께 떠나는 감성여행

▲ 사진=포항시청 제공

포항, 호미곶 일출여행

포항을 여행하는 것은 희망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호미곶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해가 한반도의 기상을 일깨운다. 일출 여행은 스스로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는 시간이다.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포항과 여행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호미곶에 ‘해맞이 광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철강산업의 ‘메카’를 뛰어넘어 연간 20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호미곶 새천년광장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출이건만 이곳에선 동트는 시간이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포항의 관광이 시작되는 해맞이 광장은 유치원생들부터 중·고등학교 학생 수학여행단은 물론, 가족 단위로 찾아온 관광객들로 하루종일 활기가 넘친다. 해가 질 무렵에도 호미곶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일출만 보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호미곶의 행정구역상 정확한 주소는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대보면이었던 것이 2001년 12월24일 호미곶면으로 변경됐다. 조선 중기 풍수지리서에 백두산은 눈, 호미곶은 꼬리로 묘사하고 있지만 말갈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장기곶으로 불리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토끼 꼬리로 비하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호랑이 꼬리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전개됐다. 일제강점기 때 봉산면과 합쳐져 지행면으로 바뀐 장기면도 1991년 다시 옛 명칭을 되찾았고 장기곶이라 부르고 있다.

올해는 호미곶이라는 지명을 되찾은 지 만 12년이 된다. 이는 토끼 꼬리가 호랑이 꼬리로 바뀐 세월인 셈이다. 포항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도 이와 때를 같이한다. 호미곶에 밀레니엄을 앞두고 1999년 12월 해맞이 광장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상생의 손’도 이때 들어섰다. 영남대 교수인 조각가 김승국의 작품이다. 바닷속에 청동조형물을 설치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왼손은 육지에, 오른손은 바다에 있다. 갈매기 오형제가 손가락에 날아와 앉은 모습을 보는 것이 언제부턴가 이곳의 명물이 됐다. 상생의 손은 동해안에서 가장 작은 바위섬으로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어엿한 국토의 한 부분으로 대접받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해돋이 명물로 자리매김

포항 호미곶에는 희망을 안고 ‘상생의 손’ 위로 붉은 불덩이 같은 해가 솟아오른다. 한반도 동쪽 끝이자 불룩 튀어 나와 호랑이 꼬리로 불리는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여느 곳 해맞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 호미곶 등대 옆에 있는 유채꽃밭. 사진=포항시청 제공

해맞이 광장에는 상생의 손과 함께 호미곶 등대, 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광장 중심에 있는 왼손 앞에는 태양과 상생을 상징하는 성화대가 있다. ‘새천년 영원의 불’로 불리는 이곳에는 오늘도 등불 3개가 타오르고 있다. 새천년 시작의 호미곶 불씨, 남태평양 피지에서 채화된 지구의 불씨, 서해 변산반도 20세기 마지막 불씨가 그것이다. 이 불씨는 그동안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스포츠 행사 성화 채화에 사용돼 왔다. 연오랑세오녀상은 광장 등대 맞은편에 있다. 설화의 배경인 영일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연오랑이 타고 간 바위가 이곳에서 솟아올랐다고 전해진다. 광장 옆에는 호미곶 해돋이광장 한쪽에 어두운 바다를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인 호미곶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로 1903년 12월 만들어진 것이다. 등대는 팔각형의 근대식 건축양식으로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벽돌로만 지은 건물이다. 등탑(燈塔) 내부는 6층으로 각층 천장에는 조선 왕실의 상징인 배꽃 모양의 문장이 조각되어 있는 등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등대 너머에는 1985년 문을 연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 등대인 팔미도 등대를 비롯한 각종 항로 표지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광장 진입로에는 유채꽃 단지가 있어 온통 노랗게 핀 꽃이 짙푸른 동해바다와 조화를 이룬다. 호미곶 유채꽃은 봄의 전령사이자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아침해를 맞이하는 생명의 물결이다. 매년 5월이면 영일만에서 잡히는 쫄깃쫄깃하고 단단한 돌문어를 주제로 ‘호미곶 돌문어 축제’가 대보항 일원에서 열린다. ‘살아 있는 문어 잡기 체험’을 하면 갯바위와 자갈 속에 숨어 있는 문어를 직접 잡아볼 수도 있다. 호미곶 돌문어 축제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면 죽도시장으로 가면 펄떡이는 동해의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포항시 북구 죽도1동에 자리한 죽도시장은 1954년 8월13일에 남부상설시장으로 개장했다. 약 2500개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이 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수산물부터 건어물, 활어회, 의류, 가구, 채소, 과일, 일용잡화 등이 저마다 전문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돌문어는 물론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동해안 최고 어시장인 죽도어시장도 이곳에 있다.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죽도시장 회센터.사진=포항시청 제공

포항제철 꼭 둘러봐야

포항까지 가서 포항제철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여행을 반밖에 못한 것이다. 포항시 남구 괴동동에 위치한 포스코역사관은 오늘의 포항이 있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포스코의 지나온 세월이 담긴 곳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벽면 가득 조각된 고대부터 발달돼 온 우리 철기문명의 그림과 다양한 철제농기구·무기, 근대까지 사용한 쇳물 녹이는 거대한 철제솥 등 창업 이전의 철기 역사를 알 수 있는 창업전시실이 있다. 그 다음은 창업기실. ‘제철보국’이라는 명제 아래 대일청구권으로 받은 자금 일부를 투입하면서까지 만든 포항종합제철의 출발이 이곳에 기록돼 있다. 포항건설기실에는 포항제철이 성공하지 못하면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으니 모두 우향우해서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우향우정신’의 비장함, 초창기 포항제철 사무실인 롬멜하우스 등이 전시돼 있다. 최초 쇳물가마인 포항1고로를 형상화한 영상실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포항의 중심가에는 실개천이 흐르는 차 없는 거리가 있다. 도심에 실개천을 만든 건 전국에서 처음이다. 2007년 6월 침체한 도심상가 재건을 위해 포항역에서 육거리까지 길이 657m, 폭 11m 규모로 대리석 실개천과 목재데크 등을 건설하는 도심 중앙상가 실개천 공사가 시작됐다. 이 공사는 불과 3개월 만에 완공됐다. 도로 한가운데에는 S자형 물길과 가로등, 의자 쉼터 등이 생겼다. 주변에는 예술 공연과 전시회, 체험 이벤트, 청소년 동아리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문화광장이 들어섰다.

전국 지자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몰려들었고, 실제 대구와 울산, 충북 등 전국적으로 실개천은 확산되고 있다. 이 실개천은 2008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실개천이 만들어지자 3만명 수준이었던 하루 방문객은 5만명으로 늘어났고, 상가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거리가 깨끗해지고 상가가 정비되자 관광객들도 몰려들고 있다. “좋은 시설은 외지인이 더 빨리 알아본다”는 말이 이곳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구룡포에선 과메기 맛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에는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다. 100여년전 일제강점기 때 가가와현을 중심으로 한 일본인 어부 100여명이 이주해 집단적으로 거주했던 촌락으로 230여채 중 80여채가 원형대로 남아있다. 당시 여관은 지금은 민박집으로, 목욕탕은 그대로 동네 목욕탕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인 거리 중간에는 67개 계단이 있다. 구룡포 공원으로 연결된 계단 양편에는 당시 일본인들이 세운 기념비가 줄지어 서 있다. 앞면에는 직책이 선명하지만 뒷면 인적사항은 시멘트로 발라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가옥들 한쪽 끝에 이층으로 된 규모가 제법 큰 가옥이 나온다. ‘일본인 가옥거리 홍보전시관’이다.

▲ 구룡포에 있는 일본인가옥거리 홍보전시관. 사진=포항시청 제공

포항시가 이곳을 복원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서 당시 거주자의 이름이 적힌 지도 등 자료를 확보했다. 이곳에 살던 일본인들이 최근까지 ‘구룡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만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리고 이를 담은 이야기를 책(‘구룡포에 살다’)으로 엮어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을 냈다. 일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한 해 1만명이 이곳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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