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심려 끼쳐 죄송,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후보자직 사퇴"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 각종 의혹으로 적격성 논란이 일었던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전격 사퇴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공직후보 사퇴의 변을 통해 "인사청문과 관련해 그동안 국민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오늘자로 헌재소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짧게 밝혔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차기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이후 40여일간 국회와 언론 등으로부터 최고 사법기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아왔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과 항공권깡, 관용차 임의사용, 아파트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삼성그룹 경품 협찬 요구, 검찰에 골프장 예약 요구, 자녀 취업 특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적격 논란이 일었다.

특히 당초 이 후보자 임명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던 여당 의원들까지 청문회 이후 일부 돌아서면서 국회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끝내 무산됐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전방위적 자진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자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임명동의안 표결을 요구했고 야당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지 않고, 당초 인선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정국은 '폭탄 돌리기' 형국을 띄었다.

이 후보자는 대구 출신에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전형적인 대구·경북(TK) 출신으로 1973년 사법시험(제15회)에 합격한 뒤 30여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이어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9월 공식 퇴임했다.

이 후보자가 지명되자 헌재 일각에서는 첫번째 재판관 출신 소장이 탄생한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반면 이 후보자의 정치편향적 결정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업무처리 스타일 등으로 헌재소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실제 인사청문회 등에서 제기된 의혹의 대부분은 이 후보자가 재직했던 법원과 헌재 안팎에서 쏟아져 나왔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헌재 내부에서는 반발 기류가 확산되기도 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헌재 위상이 추락하고 헌재 결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6년간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21일 공식 퇴임한 이강국(68) 헌재소장의 빈자리를 송두환(64) 재판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낙마로 새로운 헌재소장 후보자가 지명돼 임명되기까지 헌재소장 공백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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