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받은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 담긴 보도자료 배포 등 혐의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떡값 검사'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56)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이 확정됐다.

국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8년 만에 유죄를 확정판결 받은 노 공동대표는 정치적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노 공동대표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서 행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도청자료의 일부 내용이 이미 언론에 공개됐더라도 노 공동대표가 불법 녹음된 대화 내용 중 미공개 된 검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적시하면서 그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 또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환송판결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공동대표는 2005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X파일' 속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 등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X파일 사건은 1997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도청 전담팀인 '미림'이 1997년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대화내용을 불법 도청한 사건으로, '안기부 X파일' 또는 '삼성 X파일' 사건으로도 불렸다.

대화에는 삼성그룹이 대선 후보들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 검사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불법자금을 건네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이 내용은 도청을 주도한 미림팀장이 면직된 뒤 재미사업가 박모씨에게 유출하고 이를 넘겨받은 MBC 이상호 기자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노 공동대표는 파일을 입수해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 7명을 폭로했고 실명이 공개된 안강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는 허위사실이라며 노 공동대표를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노 공동대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떡값 검사 명단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것은 언론의 보도편의를 위한 것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며 1심과 달리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면책특권을 인정하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실명을 공개한 공익에 비해 검사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 정도가 더 크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어 파기환송심은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국회를 벗어나 모든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면책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에 반해 노 공동대표는 안 변호사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노 공동대표는 또 1심 판결 직후인 2009년 3월 다른 사람의 대화내용을 녹음해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1항 2호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1년 9월 재판관 7대(합헌) 대 1(한정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때 한정위헌 의견을 냈던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은 "합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한 자가 공익 목적으로 누설한 경우에 대한 특별한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지 않아 기본권 중 통신비밀 보호만을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국회에서도 징역형과 자격정지 규정만 두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과 민주당, 진보정의당 등 여야 의원 159명은 이달 초 법 개정 이후로 대법원 선고를 미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구명운동에 나섰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안기부 X파일 내용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서도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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