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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칼럼] 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집주인의 황당한 태도
   
▲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위클리오늘신문사]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도 구해지지 않았는데 왜 먼저 다른 집을 계약했냐?’며 화를 내요”

전세금 반환소송 상담을 하러온 세입자의 하소연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위한 방문상담자가 찾아온다. 전세금 전화상담은 지금까지 수천 통은 해온 것 같다. 이 중 세입자가 하소연하는 가장 많은 사례는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돈을 받아 내준다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화가 치민다. 집주인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이 정한 규정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관행이 법을 앞설 수 없다. 특히나 이번 사례의 경우는 전세금을 돌려줄 돈이 없는 집주인의 개인적인 사정일 뿐이다. 과거로부터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집주인이 많아서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반환을 해 주어야 할 시점은 ‘임대차계약 만료일’이지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날’이 아니다. 임대차계약서에도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면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은 없을 것이다. 이런 문구가 들어가 있는 계약서에 세입자가 도장 찍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에 전세금반환이 될 것으로 알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이는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임대차계약서를 작성 할 당시에는 집주인도 계약서에 적힌 기간이 끝나면 돈을 돌려주어야 함을 알고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정작 계약만료일이 되면 집주인은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곳에 돈을 써버렸기 때문에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 집주인은 핑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좋은 핑계가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을 받아서 준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 반환을 해준다는 집주인과 통화를 해보면 황망할 때가 많다. 자신의 사정을 권리처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렇게 큰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이럴 때는 원칙대로 한다. 긴 대화를 나누어봐야 서로 감정만 상 할 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기간 만료일은 00일이며 이미 지났습니다.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통화를 끝내면 그제 서야 집주인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부랴부랴 알아보기 시작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을 시작하면 집주인의 입장은 180도 바뀐다. 권리와 의무만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 전세금 반환소송이기 때문에 자신이 불리함을 깨닫는다. 당연히 세입자가 들어와야 돈을 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의 사정일 뿐임도 깨닫는다. 이런 이야기는 법정의 판사 앞에서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는다. 한마디로 잘못된 관행 앞에서 법의 단호함을 깨닫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때부터 집주인은 태도가 바뀐다. 소송 중에도 통화를 할 때가 있는데, 이 때는 태도가 달라져 있을 때가 많다.

“변호사님.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대출이 나올 때 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이런 태도를 보이는 집주인이라면 필자도 원만한 해결방향을 모색한다. ‘전세금 돌려받기’가 의뢰인의 목적이지 ‘응징’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소송 중에도 억지주장을 펼치는 집주인이 있다. 이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호하게 대응한다. 필자와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가 와도 ‘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 하겠다’는 이야기만 할 뿐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세입자를 대리하는 원고측 변호사가 굳이 많은 말로 집주인을 설득하지 않더라도, 피고 입장인 집주인편에서 소송의 결과를 생각한다면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판결문은 집행력이 있기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은행통장을 압류 당하거나 월급이 압류당할 수 있다. 심하면 집안 살림에 이른바 빨간딱지가 붙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지켜내야 할 재산이 있는 집주인이라면 바로 태도를 바꾼다.

계약.

계약의 사전적 의미는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 합치로 이루어지는 법률행위’ 이다. 월세든 전세든 임대차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의사표시가 일치돼 성립된 계약이다. 계약만료일이 되면 세입자는 건물을 집주인에게 넘겨주어야 하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임대차 계약을 근거로 한 법률해석이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 반환을 해주겠다는 계약서에도 없는 주장을 하면 상호신뢰는 무너진다. 때문에 전세보증금반환소송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집에서 잘 살다가 헤어지는 마당에 소송까지 해가며 집주인과 원수 맺고 싶어 하는 세입자는 없다. 이는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관행과 법을 잘 구분하면 웃으며 헤어질 수 있다. 세입자가 들어와야 돈을 준다는 주장은 관행이다. 계약만료일에 돈을 준다는 것이 법이다.

위클리오늘신문사  weeklytoday@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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