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리안 웰스 리포트’ 발간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국내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은 평균 41세에 시드머니(종잣돈) 확보를 마치고, 평균 62.5세에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또한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이 다소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실물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으면서도 부동산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부자들의 자산관리 형태를 분석한 ‘2020 코리안 웰스 리포트(2020 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해당 리포트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 및 경제활동 특성·트렌드 변화 등을 연구할 목적으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발간해 왔다.

이번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하나은행 PB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부자들의 경기 전망과 부동산·금융자산·해외자산에 대한 투자행태 변화, 자산축적 및 노후준비 계획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드머니 확보는 평균 41세, 자녀 증여 시기는 65세

해당 보고서에서는 부자들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자산을 증여하는 시점을 조사했으며, 그들은 평균 41세를 기점으로 자산관리를 시작한다.

자산구간별 시드머니 확보 평균나이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41세는 부자가 되기 위한 시드머니를 확보한 시점이다.

시드머니를 확보하는 1순위 수단은 사업소득이 32.3%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상속 및 증여(25.4%)는 두번째, 이어 근로소득과 부동산투자 순이었다.

부자가 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부를 축적한 1순위 수단도 사업소득(31.5%)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부동산투자(25.3%)가 뒤를 이었다.

근로소득(15.1%)은 부의 축적수단으로 응답률이 낮았는데 이는 사업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다.

부자들이 축적한 자산을 처분하는 수단은 노후준비 50%, 상속 25%, 증여 18%, 기부 3% 등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자산이 많을수록 노후준비보다 상속이나 증여 비중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현재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할수록 노후준비보다 후세대에 대한 상속 및 증여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세금절감 이슈로 사전증여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부자들이 자녀에게 증여하는 시기는 평균 65.2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증여를 받는 자녀의 평균 나이는 34.9세였다.

마지막으로 자녀 등에게 상속하는 시기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생명표 상의 평균 수명인 82.7세로 추정해 볼 수 있으나 부자들의 경우 훨씬 나은 환경과 의료서비스를 고려할 때 평균 수명보다는 다소 늦은 시기에 상속이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 후 거주지, 현재 사는 곳 선호

부자들이 은퇴 후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는 바로 현재 사는 곳으로 조사됐다.

무려 62.7%의 부자들이 이를 선택했는데 현재 사는 곳과 가까운 곳(17.9%)을 포함할 경우 은퇴 후에도 현재 사는 곳에서 크게 벗어날 생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서울 근교는 10.6%로 나타났으며, 해외(3.9%), 농촌·산촌·어촌 등(1.6%), 제주도(1.6%) 등 외국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거주지로 현재 사는 곳이 선호되는 이유는 현재 생활패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응답한 비중이 67.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여유로운 생활 13.2%, 의료시설 등 편의시설 12.4%로 나타나며, 부자들은 현재 사는 곳에서 충분히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거나 각종 편의시설 향유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부자들은 귀농 및 귀촌이나 해외거주보다는 현재 생활에 크게 만족하면서 이미 준비된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현재 생활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자산 中 부동산 자산 비중 감소…부동산 규제 강화 원인

지난해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50.9%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3년부터 부동산 자산 비중이 증가한 이후 6년 만에 감소한 것이다.

총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는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와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 절세를 위한 증여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자들의 보유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업용부동산이 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거주목적주택, 투자목적주택, 토지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젊은 부자일수록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연령 부자일수록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높았다.

자산규모별로는 거액자산가일수록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특히 총자산 100억 원 이상 부자들의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업용부동산 비중은 55%에 달해 거액자산가일수록 고가의 대형 상업용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안성학 연구위원은 “연령이나 자산규모 증가에 따른 부자들의 단계별 부동산 보유 형태는 투자목적주택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부를 축적한 후 노후준비를 위해 상업용부동산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수연계상품 선호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변화 추이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년 동안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상품은 지수연계상품(ELS·ELT·ELF)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고위험 금융상품과 관련해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부각되는 등 금융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지수연계상품의 선호도가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는데, 이는 고위험 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수연계상품과 유사하거나 더 좋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대체 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대체 상품들의 수익률 악화가 지수연계상품에 대한 선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실제로 지수연계상품과 유사한 상품인 DLS 및 사모펀드는 부자들의 금융상품 투자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상품으로, 주식형 펀드와 주식 직접투자에 이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수연계상품은 금융상품 투자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상품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가 은행 정기예금으로 응답률이 10.6%인데 비해 지수연계상품은 52.1%로 다섯배에 육박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선호도 감소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수연계상품에 대한 지위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지수연계상품의 대체상품으로 외화자산과 공모형 부동산펀드·리츠·대체투자펀드 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외화자산은 정보 부족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우며 대체상품들은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지수연계상품을 대체할 만한 상품을 찾기가 어려워 부자들의 지수연계상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의 지수연계상품에 대한 선호도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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