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의 전두환 군부 횡포 사과·재산 반납 권고 “나몰라라”

 
[위클리오늘=신상득 기자] 행정안전부가 2009년 5월 국방부에 통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의 2개항 권고결정에 대해 국방부가 4년이 다 되도록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 군부가 당시 국회의원을 상대로 저지른 가혹행위와 고문, 재산강탈 등 행위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으나 국방부는 ‘국가가 검토 중’이란 말만 4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산피해 구제조치 권고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발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일본에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면서 어떻게 정부가 국내에서 벌어진 과거사에는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느냐”며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히고 나섰다.

 
진실화해위, 전두환 군부 불법 이행권고
4년 내내 “사과 주체‧시기 검토중” 답변

행안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2005년 5월3일 국회에서 통과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이하 과거사법)에 의거, 같은 해 12월1일 행안부 산하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일제강점기 이후 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인권유린행위와 폭력, 학살, 의문사 사건 등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자 발족돼 4년 2개월 동안 1만여건의 과거사를 정리하고 2010년 12월 활동을 완료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9년 5월 11일 오랜 조사 끝에 “1980년 7월 18일 당시 신민당 박영록, 정해영, 송원영 의원과 공화당 장영순 의원을 합수부 사무실인 국회 제3별관으로 연행해 이들을 폭행, 고문, 협박해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토록 하였으며, 가족 명의의 재산까지 강제헌납하게 한 뒤 35~37일만에 석방했다”고 밝히고 “국가는 의원들과 유족에게 사과하라, 국가는 강제헌납토록 한 재산을 반환하고 피해에 대해 절적한 구제조치를 위하라”는 내용의 2개항의 권고 결정문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함과 동시에 행안부에 제출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이 권고에 따라 행안부는 2009년 5월 전두환 군부의 가혹행위 및 재산 강제 헌납행위의 책임 소재가 국방부라고 판단해 국방부에 이 권고결정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4년이 다 되도록 2개항의 권고결정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국가가 사과하라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이행결정문에 대해 “정부(행안부 과거사관련 업무지원단)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사과의 주체와 시기, 방법 등을 검토 중에 있다”는 말만 무려 4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재산반환 및 적절한 구제조치” 권고도
“구제할 법률 없으니 재판 타당” 발뺌

국방부는 특히 박영록 당시 신민당 의원이 강제 헌납한 임야 7만평을 돌려주라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산 반환 및 적절한 구제조치’ 권고이행결정문에 대해서는 “청원인이 3차례 소송을 제기했다가 종국적으로 소멸시효 경과로 청구가 기각됐다”며 진실화해위원회 이전의 소송결과만 거론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박 전 의원이 2010년 6월과 2011년 6월 각각 국회와 청와대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관련 법률 부재로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회신해 현행법상 이행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다만 “최근 사법부에서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사건에 대해 소멸시효에 대하여 달리 해석하는 사례가 있어 다시 사법부의 판단을 거치는 것은 별개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전두화 군부가 시가 6000만원 임야를 18억원으로 조작해 부정축재자로 조작한 사건은 사법부 판단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방부가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가 이처럼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를 4년이 다 되도록 묵살하는 것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내용과 결과의 이행권고 결정문이 강제조항이 아닌 권고조항인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어서 관련 공무원이 이 권고를 지키지 않더라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 “국내 피해자 사과 보상 간과하는 국방부
일본에 과거사 사과 요구할 자격 있나” 비난

국방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박흥식 상임대표는 “과거 전두환 군부가 벌인 인권유린 및 재산 강제헌납을 화해진실위원회가 사과하고 구제조치하라고 권고했는데 국방부가 4년이 다 되도록 이를 묵살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미개한 법치국가인지를 명백한 드러내는 것”이라며 “일본에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면서 국내 사건은 묵살하는 국방부를 상대로 100여 민족․애국단체와 연대해 관련자에 대한 고발조치, 소송 불사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록 전 의원은 재산을 몰수당해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콘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으며, 박 전 의원의 차남(당시 38세)은 2002년 부친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을 매 자살했고, 장남(60)은 지금까지 고문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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