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아픔 치유하며 진정한 자아 찾는다”

▲ [사진=네이버 영화]

[위클리오늘=전리나 기자]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정신 줄을 살짝 놓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한 순간에 감정이 폭발해 아내, 직장, 집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잃게 되는 팻(브래들리 쿠퍼)과 남편의 죽음 이후 외로움이 극에 달해 회사 내 모든 직원과 관계를 맺어 해고를 당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다. 영화는 주인공이 살짝 고장나버린 멘탈을 사랑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팻이 정신병원을 퇴원하면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 ‘니키’의 배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연신 ‘니키’를 찾는다. 영화 후반까지 ‘니키’라는 이름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정작 ‘니키’는 나타나지 않는다. ‘도대체 ‘니키’가 누구이기에 저렇게 찾을까‘라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문제의 주인공 ‘니키’와 비슷한 인물이 또 한 명이 있다. 여자 주인공 티파니를 미망인으로 만든 ‘토미’다. 이미 죽은 사람이기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티파니가 섹스중독이 된 원인이 바로 전 남편인 토미에게 있다. 외롭다 못해 고독해진 티파니는 팻을 만나면서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팻은 ‘니키’만 찾는다. 팻은 이미 결혼을 해서 티파니와 데이트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팻은 사실 ‘니키’에 대해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상태다. 전 직장인 학교에도 찾아갈 수 없는 처지다. 아침 운동 중에 학교에 찾아갔다가 경찰에게 경고 조치를 받는 장면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팻의 광기 어린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섬세하다. 헤밍웨이의 책을 읽고 나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책을 창 밖에 집어 던지고 광기에 어려 자고 있는 노부모 방으로 쳐들어가는 장면이 압권이다. 새벽 4시에 부모에게 화를 내고도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 사과는 헤밍웨이에게 받으라고 말하는 팻은 겉모습만 멀쩡할 뿐 머리는 온통 제정신이 아니다. 어느 날 밤 문제의 ‘결혼식 촬영 비디오’를 찾겠다고 온 집안을 뒤지다가 어머니를 밀치고 아버지와 치고받는 장면은 절로 입이 벌어진다. 진정 미치광이가 따로 없다. 가없는 가엾음이다.

▲ 사진=네이버 영화

 
티파니는 팻이 조깅할 때 수시로 나타나 팻을 놀라게 한다. 팻은 티파니와의 저녁식사에서 시리얼을 주문한다. 우아한 저녁식사는 물 건너간다. 팻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왜 시리얼을 주문했을까. ‘데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시리얼을 시켰다’는 팻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낸다. 니키를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인 팻의 캐릭터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대화를 나누던 중 팻의 말실수로 인해 티파니는 감정이 극에 달한다. 팻이 ‘내가 너보단 덜 미쳤지. 우린 많이 달라’라고 말하자 티파니는 테이블을 뒤집고 고함을 치며 욕설을 퍼붓는다. 아주 사소한 말에 벌이는 섬뜩한 광기였다. 어찌나 표현을 잘하던지 현실과 영화를 혼돈할 정도였다. 20대 여배우가 표현한 최고의 명장면이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댄스경연대회다. 두 사람은 댄스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정신적 고통을 받던 주인공 남녀에게 점차 힐링이 이뤄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팻은 댄스 경연대회에서 그토록 찾아헤매던 니키를 만나지만 외려 티파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니키가 아닌 티파니를 사랑하게 된 팻을 보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명언에 수긍이 간다. 두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에 물들어가는 과정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로버트 드 니로 등 조연 열전

▲ [사진=네이버 영화]
팻의 아버지인 로버트 드 니로는 풋볼에 광적으로 열광한다. 사설 도박 때문인지 삶의 낙이 없어서인지 분간하기는 힘들다. 역시 살짝 정신 줄을 놓은 모습이다. 팻이 경기를 봐야 이긴다는 미신을 맹신하다가 편집 증세까지 보인다.
팻의 친구 로니는 겉으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듯하나 사실은 자유를 갈망한다. 격식을 심하게 따지는 부인과 아이가 그의 숨통을 조여 온다. 행복한 척하지만 로니는 행복과는 한참 동떨어져 살아간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팻과 로니의 솔직한 대화 속에 진실함이 묻어난다.
 
떠오르는 샛별 제니퍼 로렌스
 
▲ [사진=네이버 영화]
1990년생인 제니퍼 로렌스 TBS의 2007년 ‘빌 잉그볼 쇼’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2011년 개봉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다. 지난해에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에 출연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로렌스는 현재 가장 유명한 여배우 중 한명이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액션 배우다. ‘롤링 스톤’은 “미국에서 가장 능력 있는 젊은 여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니퍼 로렌스는 이번 영화를 통해 제 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제 19회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부문 여우주연상, 제 1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코미디 영화부문 여우주연상, 제 38회 LA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어떤 연기변신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배우다.
 




‘진정한 자아 찾기’란 무엇인지 일깨워
 
삭막한 현대를 사는 사람들 중에 살짝 미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물론 미쳤다는 것이 정신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아픔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식이 없다.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한다. 관객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힐링이 되는 이유다. 팻과 티파니처럼 뭔가에 몰두하면 아픔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된다’라는 영원불멸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하지만 흔한 미국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내면연기가 긴 여운을 남기는 참으로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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