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 식품 발암·유해 논란 앞과 뒤

 

▲ 4일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반대 국민연대’ 회원들이 수입된 유전자조작 옥수수 폐기 처분과 GMO 표시제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장기간 섭취한 쥐에게서 종양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최근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안전성 논란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GMO란 생산량 증대, 유통 편의를 위해 유전자를 조작(변형)하거나 재조합해 개발된 식품으로 사료·식품·산업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외신 보도는 그간 간간이 이어져온 GMO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특히 실험에 사용된 종류와 동일한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국내에 수입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단체와 관련 학계 및 기업들 사이에 GMO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의 관련 연구 내용과 국내에서 벌어지는 GMO 안전성 논쟁의 핵심을 짚어봤다.

“GMO 안정성 입증되지 않았다” VS “빈곤 해결 위해 GMO 보급 늘려야”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의 ‘GMO 논란’에 최근 불을 댕긴 것은 프랑스 캉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다. 생물학자 세랄리니 교수가 이끄는 캉 대학 연구팀은 지난 2년 동안 쥐 200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눠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위해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각 그룹별로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유전자 변형 옥수수인 NK-603의 비율을 달리 섞은 사료를 먹인 결과 보통 쥐들(대조군)보다 종양이 2~3배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종양은 탁구공만큼 컸고 몸무게의 25%에 달했다. 또한 뇌하수체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도 나타났고, 수컷의 경우 보통 쥐들에 비해 2.5배의 간 괴사를 보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GMO를 섭취한 쥐들이 수명이 더 짧았다”며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위해성을 지적했다. GMO에 비판적인 프랑스 정부는 즉각 해당 변형 옥수수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정부 측은 “이번 연구가 사실일 경우 모든 유럽 국가에서 GMO 옥수수 판매를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란 강경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의 유전자 변형 옥수수 NK-603은 미국의 곡물 대기업인 몬산토사의 작물이다.

대체 먹어? 말아?
먼저 유럽 내에서 이 연구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GMO에 호의적인 학계와 업계 등이 ‘반격’에 나섰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세랄리니 교수팀의 실험은 ‘불충분’한 것”이라며 연구결과를 평가절하했다. 또한 유럽식품안전청은 “연구와 관련된 추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세랄리니 교수팀은 “NK-603과 농약을 평가하는데 기초가 되는 정보를 유럽식품안전청이 감추려 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행위”라고 비판하며 “NK-603를 먹은 쥐와 대조군의 차이가 너무 뚜렷하다. 일반 옥수수를 먹은 쥐에는 중년에 암 발병이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GMO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2011년 GM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식용 및 사료용으로 수입한 GMO 작물은 785만t으로 이중 식용은 약 187만t에 달했다. 논란에 중심에 선 NK-603은 2002년 식품용, 2004년 사료용으로 각각 수입이 승인됐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해당 연구결과를 반영해 문제의 유전자 변형 옥수수에 대해 수입 중단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NK-603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쟁은 점차 GMO 식품의 안정성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GMO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라며 “GMO를 개발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산성을 높여주지도,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도, 지구의 식량위기를 해결해주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관계자도 “GMO의 잠재적 유해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프랑스 연구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는 FTA 체결 등 농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에서 다국적기업들의 GMO가 보다 많이 수입될수록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GMO 수입량을 늘릴수록 식량 자급률은 더욱 낮아지게 되고 의존도가 높아져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생명공학작물 개발업체인 크롭라이프 코리아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GMO는 유해한 것”이라고 단정 지어 몰아가는 분위기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3~4년 후 쯤 벼, 채소 등의 작물류에서 우리나라 자체 GMO가 나올 전망이다”며 “식품의약안전청 등 전문기관에서 80여 종의 콩, 옥수수, 유채, 면화 등 GMO에 대한 안정성을 입증했다. GMO는 농약을 적게 써서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이롭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마다 10%씩 GMO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만큼 안전하고 이득을 갖다 주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GMO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시제 확대 놓고도 ‘시끌시끌’
이 같은 논란과 맞물려 소비자층에서 제기되는 것은 ‘GMO 표시제’ 확대 문제다. 식품 안전 대책을 논할 때마다 GMO 표시제 확대는 주요 화두로 떠오른다. 이를 둘러싸고도 ‘국민의 알 권리’와 ‘GMO 표시제 확대의 후폭풍’ 논리가 맞고 있다. 

GMO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GMO 표시제 확대는 관련 식품업계에 ‘비상상황’을 의미한다. GMO 표시가 확대되면 이를 원료로 한 제품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 요구 만족을 위해선 ‘Non-GMO’나 대체 물질을 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GMO 표시제 확대는 시기상조다”며 “중국, 동남아의 경우 원산지 추적이 쉽지 않고, 주요 국가들이 GMO 표시를 하고 있지 않아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MO 표시제가 확대되면 Non-GMO나 대체 물질 구입 경쟁에서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정보도 자본도 부족한 중소기업은 도태돼 식품업계에는 대기업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기업 등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검증되지 않은 GMO 유해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GMO 표시 확대제는 식품 업계 이익에 따라 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 EU는 GMO 표시제를 도입한 상황이고 미국은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GMO 표시제를 시행해 왔으며 원료 함유량이 3%를 넘지 않을 경우 ‘Non-GMO’로 인정하고 있다. 0.9%가 넘으면 무조건 GMO로 규정하는 EU와는 대조적이다. GMO로 만든 식품들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우리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전분, 식용유, 조미료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제과류, 두부, 콩나물, 설탕, 소주, 전분당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제품이 GMO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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