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령에 “잘 모르겠다”며 묵묵부담으로 일관

▲ 박근혜 인수위는 활동기간 내내 기자들과의 ‘불통’ 논란에 시달렸다. 사진은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모진수 인턴기자]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자리를 잡고 공식 출범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22일 해단식을 끝으로 48일간의 주요활동을 마무리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는 역대 정권에 비해 ‘조용한’ 인수위였다는 평가와 함께 기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한 ‘불통 인수위’라는 달갑지 않은 지적도 있다. 박근혜 인수위의 공과를 <위클리오늘>이 들여다보았다.

지나친 취재통제 불통 이미지

출범 초기만 해도 박근혜 인수위는 ‘있는 듯 없는 듯’ 차분하게 실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철통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기자들의 바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자신 언론인 출신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기자들의 취재를 따돌리면서 “내가 인수위 단독기자”, “계속 괴롭히면 기자실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등 돌출발언으로 취재진과 대립각을 세웠다. 새 정부 정책과 당선인의 공약 실무를 챙기는 인수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함구령에 입이 묶인 각 분과위의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잘 모르겠다”는 말만 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나친 취재통제 때문에 취재할 길이 막혀버린 기자들은 매일 아침 인수위 앞에서 위원들이 출근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하지만 꽉 막힌 인수위원들의 입은 결코 열리지 않았다. 소위 ‘뻗치는’ 기자들은 아침부터 맥이 빠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인수위원들의 출근 표정에 목을 매던 기자들이 하나 둘 줄었다.

 ‘깜깜이 인사’가 낙마 불러

기자들과 소통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인수위의 행보는 결국 ‘인사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역대 정권에 비해 내각 인선 시기가 늦어졌고, ‘깜깜이 인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줄줄이 노출됐다. ‘깜깜이 인사’는 압축된 후보군이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공개검증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와 김용준 총리 후보자와 같은 중도 탈락자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말았다.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유용과 위장전입을 비롯한 숱한 의혹이 불거져 결국 지난 13일 자진 사퇴했다. 박 당선인이 직접 ‘깜짝 지명’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돼 불과 5일 만에 스스로 사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등 새 정부의 간판급 새 얼굴들도 온갖 의혹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조각은 그간 강조해왔던 국민 대통합, 대탕평 인사 원칙과는 큰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리 책임제도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박 당선인의 편중 인사와 부실한 검증, 아직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합의하지 않은 시점에 일찌감치 장관 후보자를 확정 발표해버린 처사를 두고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기자들, “진 빼려고 작정한 듯”

인수위에 대한 국민들의 흥미가 떨어지자 자연 언론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이정현 정무수석 내정자 등을 비롯해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내정된 6명의 명단을 발표한 19일 아침 인수위 입구는 텅 비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취재진이 매일같이 진을 치고 있던 인수위 입구였다.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공동기자회견장과 3개로 나누어져 운영되는 브리핑 룸도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394석에 불과한 기자실이 1000명에 달하는 출입기자들로 북적였던 인수위 초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인수위 초기에는 출입기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책상 사이 비좁은 통로까지 온통 취재진으로 북적여 ‘콩나물 교실’을 연상케 했었다.

브리핑 룸에서는 출입기자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가 오갔다. 한 기자는 “이번 인수위는 마치 기자들의 진을 빼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푸념했다. 해산을 목전에 둔 시점에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인수위의 행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부 기자는 “너무 힘들었다, 지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기자는 “이번 인수위의 인사만큼 의혹이 많았던 경우가 또 있을까”라며 박 당선인의 인사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들의 불만이 이처럼 컸던 이유는 기자들이 대변인의 일방적인 발표를 ‘받아 적기만’ 할 정도로 인수위가 언론과의 '불통과 단절'을 고수한 탓이 때문이다. 점심식사 시간조차도 인수위원들을 만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얼굴을 익힌 기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됐다. 박근혜 인수위의 불통은 이렇게 불거지고 있었다.

 시위대, 민원인도 발길 돌려

인수위 정문 앞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위대 또한 ‘대답 없는 메아리’에 지쳐서인지 규모가 크게 줄었다. ‘노사관계 정상화’, ‘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전국공무원노조의 김중남 위원장은 농성 16일 째를 맞은 30일, 결국 실신해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날마다 자리를 지켰던 노동자들과 민원인들도 발길을 돌렸다. 확성기로 억울한 사정을 알리던 목소리도 사라졌다. 20일 오후, 피켓을 들고 농성 중이던 민주노총의 한 회원은 “완벽한 해결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박 당선인이 거의 두 달간 정문 앞을 지킨 우리 모습을 보고, 우리의 뜻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의 업무가 종료되면서 시끌벅적했던 삼청동은 다시 예의 조용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48일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수위는 끝났고, 인수위의 핵심 간부들은 청와대에 대거 입성했다. 인수위를 드나들던 기자들의 관심도 이제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향후 5년간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인수위에서 보인 불통이 줄곧 이어지지는 않을지 기자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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