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사건 8년 파헤친 메리 리 변호사 충격 주장

메리 리 변호사[사진=뉴시스]
지난 2001년, 외국에 유령회사들을 만들어놓고 이 회사들을 통해 상장사인 광은창투를 인수한 뒤 투자자를 모집, 주가조작 등을 통해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먹튀’한 희대의 금융사기극(이른바 BBK 사건)의 주역은 김경준 씨가 아니라 “에리카김과 이명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에서 BBK사건 관련기업인 ‘옵셔널벤처코리아 주가조작과 자금횡령 사건’(이하 옵셔널 사건)의 소송을 담당해 온 메리 리 변호사는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저서 <이명박과 에리카 김을 말한다>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공개했다. 그는 이 책에서 “옵셔널 사건의 피해자는 개미투자자와 옵셔널 법인이고, 가해자는 김경준, 이명박, 에리카 김이다”라고 주장하고 “옵셔널 사건의 본질은 ‘돈 놓고 돈 먹기’ 범죄였다. 사기와 동업, 배신과 음모가 판을 쳤다”고 폭로했다.

“개미투자자들에게 갈 돈 140억 원 (주)다스에 빼앗겨”
청와대 관계자 “이미 검찰 조사와 특검 마친 상황…” 일축

메리 리 변호사는 BBK사건으로 알려진 옵셔널 사건과 관련해 옵셔널의 소액 투자자들의 편에 서서 8년 동안 소송을 맡아온 변호사다. 2001년, 김경준 남매와 이명박 전 의원은 국제금융사업을 위해 당시 상장회사인 광은창투를 인수해 옵셔널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BBK, LKe뱅크는 이들이 사업을 위해 1999년과 2000년에 만든 회사 이름들이다(BBK투자자문은 김경준과 그의 부인 이보라, 친구 밥 오등 세 사람의 영문 이니셜을 딴 이름만 있는 페이퍼컴퍼니였고, LKe뱅크는 이명박(Lee), 김경준(Kim), 에리카(Erika)김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실제 운영된  회사였다).

BBK 핵심은 옵셔널스캔들

    BBK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된 에리카 김 [사진=뉴시스]
메리 리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2007년 대선정국을 뒤흔든 BBK사건의 핵심은 BBK가 아니라 옵셔널스캔들이다. BBK에 초점을 맞췄던 검찰 수사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이 BBK사건은 김경준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했지만 아니다.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리 변호사는 “BBK가 아니라 옵셔널 사건으로 초점이 모아졌다면 일국의 대통령과 미모의 여 변호사 에리카 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유력 대선후보의 사법처리를 의미)가 빚어질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검찰 조사와 특검까지 마친 상황”이라면서 “필요하면 (기자회견이 아니라) 검찰에 가서 얘기하라고 하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메리 리 변호사의 주장은 당시 BBK사건의 실체적 진실인 금융 사기사건의 핵심을 갈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 리 변호사의 주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BBK 사건이 2007년 대선을 강타했던 이슈, 즉 ‘BBK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동업자끼리 철저히 ‘돈’ 문제로 치고받은 사건으로 에리카 김이 주역이라는 것이다.   

“에리카 김이 몸통”
메리 리 변호사는 “에리카 김은 옵셔널 사건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명박과 김경준이 한 배를 탈 일도 없었다. 이상은의 다스가 등장할 리도 만무했다. 에리카 김은 뿌리였고, 몸통 중의 몸통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에리카 김은 BBK에서부터 옵셔널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 씨를 엮어준 중심인물이다. BBK와 LKe뱅크, AM파파스 등 40개에 육박하는 유령회사 대부분을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김경준 씨가 한국에서 미국과 스위스로 빼돌린 380억 원 전액을 에리카 김이 장악하고 있었고, 김경준 씨가 ㈜다스로 거액을 송금할 때 이를 주도한 이도 에리카 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와 특검에서 에리카 김은 수사대상에서 빠졌다. 자연히 이명박 대통령도 피의자로서 수사 받아야 했지만 제외됐다. 장막 뒤의 큰손들은 빠진 채 전면에서 금융사기 역할을 수행한 김경준만 8년형을 받고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메리 리 변호사의 주장이다.

메리 리 변호사는 “2007년 당시 옵셔널 사건을 BBK사건으로 포장해 몰고 간 어둠의 세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 파악을 외면하거나 사건의 핵심을 간파하지 못한 방조자들도 있었다”라며 ‘부실 수사’한 검찰과 ‘부실 검증’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두 번째는, 2011년 2월 1일, 김경준의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140억 원의 돈이 ㈜다스에 불법 입금됐다는 주장이다.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씨가 대주주로 있는데,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회사다. 메리 리 변호사는 “옵셔널이 2011년 1월 4일, 재판에서 승소해 김경준 일당이 횡령한 371억 원에 대한 배상판결을 받아냈지만 김경준 남매가 판결 직후 다스와 비밀 합의를 통해 140억 원을 불법 인출해 다스에 송금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김경준 일당이 옵셔널에서 횡령한 자금이 380억 원인데, 지금까지 그 액수의 딱 절반인 190여억 원이 다스에 입금됐다고 한다. 풀이하면, 소액투자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다스가 가로챘다는 주장이다.

이대통령, 수익금 제대로 챙겨

                     이명박 대통령. [사진=뉴시스]
메리 리 변호사는 “사업이 망했다면 동업자(에리카 김 남매와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끼리 책임을 나눠가지는 것이 당연한데, 한쪽(이명박)이 다른 한쪽(에리카김)에게 피해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받아냈다”고 지적했다. 돈이 입금되자 에리카 김은 2011년 3월 입국했고, 검찰은 예정된 수순대로 에리카 김을 기소유예 처분했다는 것이 메리리 변호사의 주장이다. 메리 리 변호사의 말이 맞다면 현직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 대통령은 검찰의 법망도 빠져나가고 동업자로서 수익금(메리 리 변호사에 따르면 범죄 수익금)도 제대로 챙기는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셈이다. 

메리 리 변호사는 또,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과 노무현의 청와대가 빅딜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이명박 후보가 주인이었던 LKe뱅크에 대한 수사요청서를 검찰과 청와대에 접수시키자 이명박 캠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삼성CD’ 문제를 거론하며 청와대를 압박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회동 이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조사 문제나 삼성CD 사건이 유야무야됐다는 주장이다.

육탄공세도 불사
메리 리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에리카 김에 대해 “무서운 여자”라고 털어놨다. 변호사로서만이 아니라 미모로도 제법 이름이 높은 에리카 김이 옵셔널 측 증인의 증언을 방해하기 위해 ‘육탄공세’도 서슴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내쉬는 숨소리조차 거짓”이라는 평판을 들을 정도인 에리카 김도 이명박 대통령을 “도대체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험담했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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