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세계 와해를 위한 프로젝트

▲ 사진=네이버 영화

[위클리오늘=전리나 기자] 영화 ‘신세계’는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가 주인공이다. 한 작품에 출연하기 어려운 호화군단인 셈이다. 이 영화는 폭력조직을 와해시키려는 경찰의 기획과 배신, 여기에 투입된 요원의 보복, 조직폭력배의 암투 등을 그렸다. 영화제목 ‘신세계’는 폭력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한 경찰의 프로젝트명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다. 폭력조직은 배신자를 잔인한 뒤 드럼통에 넣어 콘크리트를 타설해 바닷속에 투척한다. 이어서 드러나는 조직폭력배의 암투, 이들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경찰의 음모와 배신이 적나라하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 지켜지는 의리도 강하다. 영화 말미의 예상치 못한 반전은 영화감상 내내 품는 궁금증을 일시에 해소하면서 오래 여운을 남긴다.
 

경찰‧요원‧조폭의 잘 짜인 구도 흡입력 강해
다소 부족한 부분 세 배우 연기력으로 극복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 과장(최민식 분)은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에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 분)을 잠입시킨다. 8년 후 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 정청(황정민 분)의 오른팔이 된다. 자성은 여수에서 자란 화교출신이다. 강 과장은 자성을 통해 조폭의 첩보를 지속적으로 캔다. 어느 날 골드문 회장(이경영 분)이 살해당하자 강 과장은 후계자 결정에 경찰이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경찰 하수인 혹은 협조자를 조폭의 두목으로 앉히려는 계획이다. 자성은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아내와 외국으로 나가 살려는 생각하나로 작전에 임한다. 강 과장의 끊임없는 첩보 요구, 동료 경찰의 잇단 죽음으로 자성은 사지에 몰린다.
조폭 이종구(박성웅 분)는 후계 구도를 두고 정청과 대립각을 세운다. 이종구는 정청을 없애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정청은 조폭내 끄나풀 경찰 2명을 살해한다. 정청은 자성이 경찰관임을 알고도 살려둔다. 경찰의 프로젝트에 자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정청은 자성에게 “이제는 길을 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경찰로 살 것인가, 조폭으로 살 것인가를 결정지으라는 충고다. 자성은 마침내 배신하는 조폭을 모두 아우르고 우두머리 자리에 오른다. 그러고는 마지막 장면. 8년 전의 한 장면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왜 정청이 자성을 죽이지 않았는지 깨닫게 해주면서.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특유의 짙은 카리스마와 차가운 최민식의 캐릭터는 관객을 압도한다. 악역을 주로 맡은 탓에 이번에 맡은 경찰 배역은 어딘가 어색할 것이란 우려를 그는 연기로 승화시킨다. 두뇌회전이 빠른 강 과장은 골드문을 자성의 손아귀에 넣게 하려다 결국엔 자성에게 살해당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정청으로 분한 황정민의 연기다. 황정민이 이 작품의 절반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성에게는 한 없이 좋은 형이지만 조직을 배신한 자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숨어있는 첩자를 발견하고 바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은 등골이 서늘하다.
이정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임에도 영화 중반까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 후반에는 절대 없어서는 아니 될 존재, 그리고 소름끼치는 반전의 주인공이 되면서 관객을 흡입한다.
영화 내내 아쉬운 점은 배우 송지효의 연기다. 강 과장과 자성의 매개체 역할을 한 송지효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대충 사라지는 송지효의 캐릭터는 밋밋해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반면 골드문 3인자 이종구로 분한 박성웅은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연기가 좋았다. 비열한 조폭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욕 연기가 어설픈 점은 다소 아쉽다.
 
▲ 사진=네이버 영화

연변거지 등장 웃음과 공포 동시 선사
 
이 영화에는 일명 ‘연변거지’가 등장한다. 정청의 대사 ‘연변거지들을 불러’는 관객을 당혹스럽게 한다. 캐릭터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등장 순간부터 그들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패거리의 우두머리 역을 연기한 김병옥은 코믹하면서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강렬하다. 김병옥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여줬던 존재감을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영화의 신스틸러는 바로 연변거지들이다.

▲ 사진=네이버 영화
 
볼만한 느와르 등장 관객 호응 좋아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은 엘리베이터 혈투 신이다. 이종구 파에게 습격을 당한 정청이 그들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그 속에는 이종구 파들로 가득하다. 위기에 처한 정청은 칼부림 속에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다. 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며 자성에게 앞길을 안내한다.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이 영화에서 끝까지 의리를 지킨 사람은 정청뿐이다. 조폭세계의 거친 느낌을 리얼하게 표현한 ‘신세계’는 외려 여성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뭉치기 힘든 세 배우의 열연이 영화의 부족한 면을 때웠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한국적인 느와르 영화 바로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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