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국민의 편익 관점에서 글로벌스탠더드 국가 수사시스템 설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양대 수사권력인 검찰과 경찰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법치'와 '안전한 사회'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대검 중수부 폐지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정부 출범과 함께 검·경의 위상과 역활이 일정 부분 변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140개 국정과제에는 검·경 개혁과 관련된 부분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검찰 관련 정책의 경우 이전 정부에 비해 검찰의 위상이 위축될 수 있는 내용이 상당 부분 눈에 띈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중요 사건의 구속 영장 청구를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대상에 추가해 중요 사건에 대한 의무적 심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검·경 수사권은 '국민의 편익 관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국가 수사시스템을 설계한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이 담겨 있지만 향후 일정 부분의 수사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경찰 관련 정책은 인력 증원과 수당 현실화 그 동안 경찰 내부에서 숙원 사업으로 꼽혀 왔던 과제들이 다수 포함됐다.

인수위는 매년 4000명씩 5년간 2만명의 경찰 인력을 증원하고 경찰의 보수와 수당을 현실화해 경찰관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에 대한 치안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경찰 입장에서 거부감이 없는 내용이다.

◇검찰 개혁 어떻게 이뤄질까?

검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고 검찰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검찰 개혁은 '정치 검찰'과 '표적·편파 수사' 등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 없이 지적되며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역대 정권에서 번번히 가로막혔다.

새 정부가 검찰 내부의 반발을 극복하고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검사장급(차관급) 축소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한 바 있어 검찰 조직에는 어느 때보다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정과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정치검찰'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검 중수부의 폐지다. 인수위는 중수부를 올 해 안에 폐지하고 수사지휘 기능을 가진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의 '직할부대'로 불리며 권력형 비리와 대형 기업비리, 부정부패 사건 등을 도맡았던 중수부는 32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중수부가 맡았던 특수수사는 일선 지검 특수부나 고검에 한시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특수수사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에서 대부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 정부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감시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으로 정해지며 임기는 3년이다. 이 제도는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부패방지법' 제정을 통해 도입될 예정이다.

검찰 내부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될 예정이다.

검찰 비리의 대표적 사례인 벤츠 여검사 사건을 비롯해 지난해 말 잇달아 발생한 10억원대 뇌물수수 검사, 성추문 검사, 알선 검사 등 검찰 내부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찰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징계절차는 간소화하고 수위는 강화한다. 감찰 직원을 외부 인사로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검사적격 심사 기간은 현재 7년에서 4년으로 단축해 부적격 검사는 일찌감치 퇴출할 방침이다.

◇경찰, 치안 역량 강화에 무게 실릴 듯

박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경찰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내부 시스템 개편은 박 대통령의 '4대악 척결' 의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수위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 경찰청 및 경찰서에 성폭력 전담 수사체계를 구축하고 신상정보 등록자 등 우범자에 대한 관리와 재범 방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가정 폭력 사건 처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담 경찰관을 도입하고 학교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학교 내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경찰은 이런 새 정부의 4대악 척결 의지에 발빠른 대처로 화답하고 있다.

경찰은 27일 4대 사회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격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를 경찰청에 신설하고 각 지방경찰청에 아동·장애인 성폭력 사건 전담 조직인 '성폭력특별수사대'를 설치했다.

성폭력특별수사대는 24시간 운영되며 아동·장애인 성폭력 사건 발생시 즉시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 검거·조사와 피해자 보호·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광역 성범죄 사건, 중요 학교·가정폭력 사건의 수사와,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신상정보 등록 성범죄자에 대한 추적 수사도 전담하게 된다.

이와 함께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국의 초중고에 배치되는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을 기존의 514명에서 167명 추가 배치했다.

현재 10만여 명인 경찰 인력을 1년에 4000명씩 증원해 5년간 2만 명을 늘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계획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증원된 경찰 인력은 우선적으로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 등을 담당하는 일선 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의 숙원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대폭적인 변화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은 사건 송치 전 수사 개시·진행은 경찰이 맡고, 송치 후 공소 제기나 유지를 위한 보충수사·기소는 검찰에서 담당하는 일본식 모델 인수위에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발이 큰 탓에 양측의 의견 절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수위도 활동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정책토론회를 열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왔지만 국정 과제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는 일정 부분 경찰의 자율적 수사를 보장하는 선에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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