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나이프로 그려낸 고흐의 추억

 

▲ 곽훈 ‘Van Gogh’(167.64×137.16㎝, Acrylic on canvas, 2011)
화면은 온통 갈색 빛이다. 대충 훑어보면 성의 없이 물감만 덧칠해놓은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얼굴 형상이 잡힌다. 눈과 코, 입의 형태는 알아볼 수 없다. 얼굴 윤곽만 존재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 화랑’에 걸린 곽훈(71)의 작품이다. 곽 씨는 아시아의 정신세계를 담아낸 작업으로 미국 화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1995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아 옹기 설치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1890년 7월, 빈센트 반 고흐’라는 부제를 달았다. 1890년 7월은 고흐가 권총으로 자살한 달이다. 화가는 “고흐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같은 예술가의 관점에서 경의의 대상으로 삼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화면 속 얼굴 형상은 구체적인 재현보다는 무수히 많은 선과 나이프로 긁어내며 만들어낸 것이다. 고흐의 불행한 삶이 아닌 그가 가진 니체의 철학을 화면으로 옮겼다. 고흐를 철학자 니체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작가다.

구도는 가장 보편적이다. 증명사진의 모습이다. 곽 씨는 “아무도 이런 진부한 구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가장 독특한 구도”라고 강조했다. 작품은 곽 씨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11월 8일까지 4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02-542-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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