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체도 쥐꼬리 기부로 생색내기 수준

▲ 지난달 27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해외패션관 리뉴얼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2억원대의 명품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안정만기자]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수입 명품 시계업체들의 사회공헌 기부가 매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웃도어 의류업체들도 매년 폭발적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부금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들이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할 뿐 사회적인 책임에는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와 기업평가기관인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리치몬트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 한국로렉스 등 국내 7대 명품시계 업체들은 지난해에만 8091억3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기부금은 2007년부터 5년간 8억2900만원을 납부하는데 그쳤다. 반면 이들 7개 시계업체의 매출규모는 지난 2007년 2900억원에서 2011년에는 8000억원 규모로 2.8배 불어났다. 매출액의 불과 0.1%만 사회공헌에 지출한 꼴이다.

명품시계업체 기부금 ‘시계 한 개 값’
 
까르띠에,피아제,IWC를 수입하는 시계업계 1위 리치몬트코리아는 2007년부터 5년간 매출이 196.1%나 늘었지만 기부금 총액은 90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매출 3359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한 2011년 기부금은 단돈 150만원에 그쳤다. 명품 시계 1개 평균값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오메가,스와치 등을 판매하는 업계 2위 스와치그룹코리아는 아예 기부금 활동내역이 없다. 지난해 매출 1538억원과 영업이익 71억원을 올리는 등 지난 5년간 매출은 3.2배가 늘었지만 기부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파텍필립,쇼파드 등을 취급하는 업계 4위 우림FMG는 888억600만원의 매출을 올려 70억72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2억2300만원을 기부했다. 로렉스로 유명한 한국로렉스는 매출 720억9000만원, 영업이익 45억1100만원을 각각 기록하고 1억3200만원의 기부금을 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몽블랑을 수입·판매하는 업계 6위 유로통상의 경우 지난해 335억4900만원의 매출과 25억4300만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고도 기부금은 5년간 1200만원에 그쳤다. 브라이들 링, 에르메스를 취급하는 업계 7위 엠엔비아이엔씨는 지난해 296억9700만원의 매출과 39억57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최근 5년간 9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반면 업계 3위 국산 시계업체 로만손은 지난해 950억원 매출, 영업이익 57억원이었지만 기부금으로 3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7개 명품 시계업체 기부금 총액의 43.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지영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간사는 “기업이 스스로 노력해 매출을 늘린 점도 있지만 사회 인프라 기반을 활용해 이익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부금 납부 등 사회공헌 활동이 매출 확대와 기업 이미지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 업체 53% 성장 불구 기부금 절반 축소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아웃도어 의류업체들도 기부금을 절반가량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명 연예인을 초고가 모델로 기용하는 등 광고선전비는 대폭 늘리면서 기부는 한없이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원무역, 코오롱인더스트리, 평안엘앤씨, LS네트워크, 케이투코리아, 블랙야크 등 6개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은 기부금을 2011년 절반(-46.8%) 수준으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큰 폭으로 축소했다. 이들 6개사가 최근 3년간 50% 이상 매출을 늘린 것과 상반된다.
국내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매출 1위 노스페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영원무역은 지난 2010년 51억7100만원이던 기부금 지출을 2011년 22억3500만원으로 무려 56.8%나 줄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부금은 17억7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2010년 전체 기부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2위 코오롱스포츠 브랜드를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11억86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8%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1년에도 총 21억20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해 전년 대비 31.2% 감소했다.
네파로 유명한 평안엘앤씨는 2010년 4억900만원 규모의 기부금을 2011년 62.1%나 삭감해 1억5500만원을 냈다. 몽벨·잭울프스킨 브랜드의 LS네트웍스도 지난해 3분기까지 3200만원의 기부금 납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1.1%가 감소했다. 2011년 역시 1억2100만원으로 2010년 1억5200만원에 비해 20.4%를 축소하는 등 해마다 기부금을 줄이고 있다.
케이투코리아와 블랙야크도 사회공헌 기부금 지출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K2와 아이더 브랜드를 보유한 케이투코리아는 2010년 8000만원 기부에서 2011년 100만원으로 감소시켰다. 반면 같은 기간 이 업체의 영업이익은 602억원에서 903억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블랙야크의 경우 기부금이 2009년 2억4900만원, 2010년 1억5900만원, 2011년 1억87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의 영업이익은 2010년 276억원에서 2011년 599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에 비해 기부금 실적이 턱없이 저조한 수준이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이들 6개사는 2010년 2조9507억원, 2011년에는 3조7226억원, 2012년 4조5248억원 등 최근 3년간 총 매출 성장률이 53.3%에 달하는 폭풍성장을 이뤘다”면서 “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상품가격으로 인해 ‘등골 브레이커’(부모 등골을 휘게 만들 정도로 비싸다는 의미의 신조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사회공헌 기부금 납부에는 매우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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