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야권 유력주자물러설 수 없는 단일화 치킨게임 관전 포인트

 

▲ 문재인 후보는 탄탄한 조직력을 가동하며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기선제압을 노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안철수 후보는 정치개혁을 화두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벌이게 될 후보단일화 협상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다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이다. 도로의 양쪽에서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게 되는 치킨게임에서는 핸들을 꺾은 사람이 겁쟁이, 즉 치킨(chicken)으로 몰리게 된다.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결국 충돌해 양쪽 다 자멸한다. 두 후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 ‘담력’이 약한 사람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만약 두 사람 다 출마해 3자 대결로 갈 경우 대통령 자리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헌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도, 야권 지지자들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안철수 인적쇄신 요구에 문재인, 친노 퇴진 고육책
양쪽이 최대한 세 불린 뒤 단일화 협상 시작할 듯

대선후보등록을 꼭 한 달 남겨둔 지난 10월 25일 참다못한 ‘원탁회의’ 원로들이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장의 VIP석에서 시계만 바라보고 있던 원로들이 게임시작 5분 전 차임벨을 울린 격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들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초적인 상식마저 결여한 여당 후보(박근혜 후보를 지칭)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대응하지 못하면 ‘승리 2012’는 불가능할 것이 뻔하다”며 두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했다.

이들은 지역구마다 후보단일화를 하고도 패배했던 4·11 총선 때의 경험을 들먹이며 후보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야권 지자들의 낙관론도 경계했다. “단일화만 하면 표를 찍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자세이며 오만이었다”며 두 사람에게 기왕이면 ‘감동적 단일화’를 주문했다. 두 사람은 과연 야권 원로들과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착한 남자’ VS ‘영리한 남자’
지금까지 단일화 협상에 더 적극적인 쪽은 문재인 후보였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것을 제안했고, 신당 창당도 고려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이므로 안 후보가 제도권 정당의 우산 밑으로 와서 한판 붙자는 것이 문 후보의 속마음이었다. 무소속으로 버터 봐야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형으로서 동생의 선전을 기대한다는 아량과 조언도 베풀었다. 그래서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송호창 의원을 빼내가도 참아내며 ‘착한남자’ 이미지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는 링에 올라온 뒤에도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이렇다 할 파이팅을 보여주지 않았다.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인적쇄신’이 먼저라며 ‘너나 잘해!’라고 맞서기 일쑤였다. 대신 안 후보는 광주와 부산, 인천 등 외곽으로 빙빙 돌며 세 규합에 몰두했다. 청와대를 이전하겠다는 등 쇼킹한 정책을 발표하며 간간이 잽만 툭툭 날렸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지난 1달여 동안 내실을 튼튼히 다진 눈치다. 20여 명에 불과했던 캠프 상근 인력은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150명으로 늘었고, 각 지역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들이 생겨나 여차하면 정당조직으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쳤다. 지지율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안 후보는, 국회의원을 줄이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없애자는 ‘정치개혁안’을 내놓아 문재인 캠프를 들쑤셔놓았다. 외곽만 빙빙 돌다 기습적으로 훅을 한 방 휘두른 격이다. 카이스트 석좌교수 경력에 서울대학교 학력에 부응하는 ‘영리한 남자’다운 행보다.

안철수 캠프의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부터 정치개혁 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링에서 본격적으로 파이팅하겠다는 선언이다.

고육책과 읍소로 회생  
문재인 후보도 행동에 나섰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소속 국회의원 숫자로도 ‘127석 대 1석’으로 안 후보와 상대가 안 되지만 부자 몸조심할 처지가 아니다.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만년 3등을 벗어나지 못하자 신발끈을 다시 매야 될 상황으로 전락한 것. 급기야 상대가 파이팅에는 응하지 않고 얌체처럼 집토끼만 빼내가자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카피를 만들어낸 손학규 캠프의 브레인 허영재 씨, 손 캠프의 조직특보를 맡았던 이태흥 씨가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김경록 씨, 정동영 의원의 측근인 정기남 보좌관도 안 후보캠프에 빼앗겼다.

급기야 문 후보는 대선경선 때 맞붙었던 후보들을 지난 23일 조찬모임에 초대해 지원을 당부했다. 말이 초대였지 사실은 ‘읍소’였다. 문 후보는 이날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정세균 상임고문을 만나 “단합한 모습으로 단일화 경쟁을 잘 뛰어넘고 함께 정권교체를 해내겠다”고 협조를 부탁했다.

연락이 안 돼 불참한 손학규 고문은 인사동까지 찾아가 점심을 같이하며 매달렸다. 손 고문은 지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정치는 숱한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 오랜 경험과 경륜이 필요하다. 결국 안 교수의 참신성과 손학규의 안정성이 결합될 것”이라며 안 후보와의 결합을 예고한 바 있어 문 후보의 애를 태워왔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오른팔을 베는 ‘고육책’도 단행했다. 안 후보의 인적쇄신 요구에 이호철, 양정철, 전해철 등 ‘3철’을 포함해 9명의 친노 인사가 우수수 사퇴했다.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을 불러모아놓고 “후보단일화 안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아 흔들리는 의원들을 붙잡고 충성맹세도 받아놓았다.

문 후보가 ‘착한남자’ 이미지를 벗고 공수특전단 옷으로 갈아입고 싸움에 임하자 지지율도 회복세로 돌아왔다. 현재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에 밀리지만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야권후보 선호도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 앞서 있다. 문 후보는 이번 주 전열을 재정비하고 지방을 순회하며 조직력을 가동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文 조직력 VS 安 정치개혁
이처럼 야권 원로들이 등을 떠밀고 지지자들이 환호하면서 대선판 코리안시리즈 진출을 결정할 야권의 플레이오프는 이제 막이 올랐다. 우선 이번 주에 두 후보의 협상테이블을 장식할 화두는 정치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의원 수를 줄이는 데는 찬성하고 있다.

안 후보는 200명으로 줄이자고 못을 박았지만 97년 IMF 당시 사회적 고통분담 분위기에서 273명으로 줄인 사례를 감안하면 ‘밀당’을 통해 260~270명 수준으로 줄이는 합의과정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치개혁 화두와는 별도로 조직력 싸움도 이미 시작됐다. 안 후보가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지만 이 부문에서는 제1야당을 대표하는 문 후보가 월등한 우세다. 문제는 대중의 지지도를 정당 조직력만 갖고 견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단일화 협상에서 승리할까. 대선정국 초미의 관심사다. 힌트는 있다. 단일화 치킨게임은 솔로몬의 해법과도 닮았다. 진짜 어머니는 자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부정하며 솔로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식을 반으로 나누라는 솔로몬의 판결 앞에서는 그것만이 아들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교체’는 두 후보가 살려내야 할 ‘아들’과도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누가 살신성인할 수 있을까. 착한 남자 문재인일까, 영리한 남자 안철수일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박스기사 / 돈 때문에 후보단일화 일찍 못한다?

▲ 문재인 펀드는 벌써 20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뉴시스
여의도 정가에서 야권후보단일화와 전(錢)의 방정식이 회자되고 있다. 만약 문재인 후보로 결정돼 후보로 등록한다면 민주당은 150억여 원의 정당 선거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을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전까지 쓴 선거비용을 갚아주는 데 쓸 순 없다. 곽노현 교육감 사례처럼 ‘사후매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철수 후보가 단일 후보로 등록하면 무소속인 안 후보는 물론이고 민주당도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민주당 몫으로 나올 선거보조금은 새누리당과 진보당 등 대선 후보를 내는 다른 정당에 돌아간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죽 쑤어서 남 좋은 일만 해줄 뿐이다.

안 후보가 후보등록 전에 창당한다 해도 현행 선거법으로는 의석 1석당 2000만 원만 지원받게 될 뿐이다. 후보등록 전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안철수 신당설’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돈 문제 때문에 ‘꼼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후보가 11월 25일 후보등록 후 사퇴하면 보조금 150억 원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후보등록 후 사퇴하면 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아무리 안 후보가 재산가라 해도 수용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끝까지 선거를 치른 뒤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만이 ‘돈’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 안철수 후보도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만약 후보단일화에 실패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모두 대선을 완주해 지금 지지율 추세처럼 각각 득표율 15%를 넘긴다면 두 후보가 쓴 선거비용 전액(1인당 559억 7700만 원 상한)을 국고에서 보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데에는 이런 ‘돈’의 함수와 관계가 있다. 후보 단일화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수백 억 원의 ‘돈’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펀드’는 200억 원을 돌파했다. 물론 선거 후 펀드가입자에게 돌려줄 돈이지만 돈이 들어오니 기세가 올라 있다. 2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안 후보도 조만간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안철수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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