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왼쪽)와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전리나 기자] 프란치스코 신임 교황과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형제’임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23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의 별장을 방문해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과 만났다. 현직 교황과 전임 교황의 만남은 600년만이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별장에 도착했고,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를 포옹하면서 따뜻이 맞아줬다.
예배당 기도 장소에서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상석인 제단 옆 무릎 방석을 권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형제다”라고 말하며 베네딕토 전 교황 옆에 있는 무릎 방석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도했다.

미사를 마친 두 교황은 전임 교황의 도서실에서 40~45분간 대화를 나눴다. 둘만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교황의 비밀 대화의 내용은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세속주의, 성직자 급감, 펜테코스트파 운동으로 인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가톨릭계의 어려움 등 교황청이 직면한 현안에 관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바티칸리크스’로도 불리는 비밀문서 유출 사건에서 드러났듯 가톨릭 최상층의 부패와 권력암투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에 대한 베네딕토 전 교황의 의견을 듣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전 교황에게 성모 마리아의 겸손을 뜻하는 성모 마리아(마돈나) 상(像)을 선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가 보기에) 당신은 교황으로서 겸손과 온유에 관련된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칭송했고, 베네딕토 전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연신 "고맙다"고 화답했다.

한편 로마에서 발행되는 예수회 산하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는 “두 사람은 스타일에 차이가 있지만 정신적 측면에서 근본적인 공통성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은 최근 “베네딕토 전 교황은 수줍음과 친근함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정함과 자연스러움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두 사람 모두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높은 경지에 도달한 영성의 소유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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