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감은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 보수진영의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추대된 문용린 전 장관(사진 왼쪽)은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아왔다. 사진=뉴시스

보수진영 -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단일후보로 추대
진보진영 - 이수호·이부영보다 거물급 영입될 수도

12월 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열기가 뜨겁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대결구도가 굳어져가는 가운데, 여권은 교육부 장관을 지낸 거물급 인사를 단일후보로 옹립해 대세론을 형성해가고 있고, 야권도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여권의 단일후보로 추대됐고, 진보진영에서는 13일 단일후보 투표가 진행된다. 전교조위원장을 지낸 이수호·이부영 두 후보가 앞서가는 가운데 막판에 거물급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캠프의 물밑에서는 대선 못지않은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 지지정당 후보 따라가는 ‘묻지마’ 투표 재연될 듯  
여론조사, 보수진영 33.0% vs 진보진영 32.4% 팽팽

보수진영은 일찌감치 문용린 전 장관(65·서울대 명예교수)을 단일후보로 결정했다. 문 후보는 지난 2일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기구인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주관한 단일후보 결선투표에서 15표를 받아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공동대표(3표), 서정화 홍익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교장(2표)을 누르고 단일후보로 추대됐다.

문 후보는 지난 9월부터 박근혜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해왔다. 사실상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후보 측에서 ‘공천’한 셈이다. 문 후보는 이런 ‘박근혜 후광효과’ 때문인지 교육감 선거전에 가장 뒤늦게 뛰어들었는데도 낙승을 거두었다.

문용린 “교육의 이데올리기화 막겠다”
문 후보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때인 1996~1998년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때 일약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이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8월 정년퇴임했다.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상임대표를 역임한 문 후보는 합리적인 성품의 온건한 인사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도 장관 후보로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보수진영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반전교조 단일 후보’로 내세운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 외에도 보수 쪽 후보 5명이 완주해 패배한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일찌감치 거물급인 문 전 장관을 영입해 단일후보로 확정짓고 총력전에 들어갔다.  

문 후보는 지난 2일 후보수락 연설에서 보수진영의 공정택, 진보진영의 곽노현 전 교육감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하차한 일을 거론하며 “교육청부터 깨끗해지고 교육감부터 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교육의 본질이 내팽개쳐지고 정치, 이념, 노동, 일부 단체를 위해 교육이 볼모로 잡혀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신이 교육감이 되어 “교육이 이념의 수단이 돼 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입맛에 딱 맞는 발언이다. 문 후보는 △서울교육청 개혁 △교원 업무여건 개선 △행복한 학교 만들기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용린 후보를 대표로 내세운 보수진영에 맞서 진보진영도 후보단일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일화를 위한 선거인단 가입 회원이 2000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선거인단에 참여한 연령대는 대부분 30~40대의 젊은 층으로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세대들이 많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기구인 ‘2012 민주진보 서울교육감 추대위원회’(이하 추대위)는 8일까지 선거인단 모집을 끝낸 뒤 시민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각각 50% 비율로 반영해 단일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여론조사는 11월 9~10일, 선거인단 투표는 11월 12~13일에 실시돼 13일이면 진보진영도 단일후보가 정해질 전망이다. 단일화 경선 등록 후보는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송순재 전 서울시교육연수원 원장, 이부영 전 서울시 교육의원,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정용상 동국대 교수 등 5명이다.

▲ 진보진영의 서울시교육감 경선에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왼쪽)과 이부영 전 서울시 교육의원(오른쪽)이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뉴시스

진보진영 “전교조 출신으로는 안돼” 
김윤자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 활동한 인사이고, 송순재 원장은 곽노현 전 교육감의 측근인사로 알려져 있다. 정용상 교수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지냈고, 이부영·이수호 씨는 전교조위원장 출신이다.

여러 정보를 종합해보면, 전교조위원장을 지내 지명도도 있고, ‘조직표’를 기대할 수 있는 이수호·이부영 예비후보가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호 후보는 전교조위원장과 민노총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10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보수진영이 문용린이라는 거물을 영입한 만큼 전교조 출신 후보만으로는 본선 승리에 대해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고민이기도 하다. 때문에 ‘표 확장성이 있는’ 후보자가 막판에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마땅한 교육감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양 진영의 후보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히면서 대선 못지않은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이수호 예비후보(63)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했다”라며 문용린 후보의 추대를 “교육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자 시민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문용린 후보는 지난 8월부터 박 후보의 선거대책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박 후보의 교육 공약을 만들다 10월 29일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지방자치교육법은 “교육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하며 정당은 후보자 추천과 지지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용린 후보 측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함께 공약 만드는 것을 조금 도와줬지만 당원 가입은 안 했다”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친전교조 VS 반전교조 양상
보수 성향 시민단체 500여 곳으로 구성된 ‘시민회의’는 현재 ‘반(反)전교조 단일 후보로 교육을 살리자’라며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치열한 이념대결의 장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특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선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중도우파 성향인 문 전 장관이 박근혜 후보를 위해 중도층 표까지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박 후보와 문 전 장관의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가면 이번 대선과 교육감선거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대선에서 야권단일화가 되면 그 시너지 효과로 교육감후보와 지지율이 연동돼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락없는 대선의 대리전이자 닮은꼴이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도 어느 한쪽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따르면 서울 거주 성인 839명을 대상으로 10월 말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3.0%가 진보진영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했고, 32.4%는 보수진영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진보진영 후보를 가장 많이 선택한 연령대는 40대(41.5%)와 20대(40.7%)였고, ‘민주당 지지’ 응답자의 67.3%가 진보 후보를 택했다.

보수진영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는 50대(42.8%)와 60대 이상(40.2%), 자영업(40.1%) 층에서 응답률이 높았고, ‘새누리당 지지’ 응답자의 60.3%가 보수진영 후보를 선택했다.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대선후보 지지추세와 거의 비슷한 양상이다. 

“여야 정당 대리전 우려”
하지만 교육감 선거가 지나치게 정치적 흐름을 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교육감 선거가 대선후보 지지정당 선호도에 따라 ‘묻지마 투표’에 휩쓸릴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현직 교사들은 교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인물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산하 교육정책연구소가 최근 초중고교 교사 등 현직 교원 53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새로 선출될 교육감이 가져야 할 중요 역량 및 자질에 대해 응답자의 21.6%(복수응답)가 ‘교육정책 조정 및 추진 능력’이라고 답했다.

‘교육에 관한 전문성’(20.1%), ‘도덕성 및 청렴성’(16.9%), ‘공정한 인사와 효율적 예산배분’(16.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가장 우선 추구해야 할 학교교육 과제로는 ‘인성교육 확대’(604점), ‘교원 행정업무 경감’(525점), ‘교권침해사고 예방대책 마련’(428점)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교총이 보수성향의 단체이긴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어 진보진영 캠프도 귀담아 들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로는 홍준표 전 의원이 유력하다. 사진은 지난 4월 총선 때 박근혜 전 대표와 홍준표 후보 모습. 사진= 뉴시스

박스기사 /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누가 나오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역시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새누리당은 4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내경선을 실시하는데 홍준표 전 당대표가 유력하다. 여론조사에서 홍준표·박완수 후보 등과 치열한 3파전 양상을 벌여 왔던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이 경선 하루 전 사퇴하며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홍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다.

하 전 차관은 2일 경남도청에서 홍준표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박완수 통합창원시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동안 참아왔던 도민의 분노가 일순간 폭발해 창원시장도 야권의 몫이 돼 도지사 선거 및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이 위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면 경남과 박근혜 당 대선후보에게 엄청난 재앙이기 때문에 차라리 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경남도청을 통합창원시의 마산구로 이전하고 제2청사를 진주시에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여당의 대표를 지낸 관록으로 박근혜 대선후보의 경남지역 러닝메이트를 자처하고 있다.

새누리당에 맞서 민주당 경남도당도 2일부터 경남도지사 후보 공모에 들어갔다. 2일부터 3일간 도지사 후보를 공모한 뒤 후보 간 TV토론회 3회, 정견발표회 2회를 거쳐 공천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략 후보 공천 시기는 20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 정영훈 진주갑당협위원장,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진보당 쪽에서는 권영길 전 의원, 허성무 전 경남정무부지사,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고,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김형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지난 1일 정무부시장직을 전격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권영길 전 의원 거론 속, 김형주 전 부시장 급부상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경남도지사 야권단일후보 확정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따라서 민주당과 진보당, 시민사회 진영이 각기 의견을 모아 홍준표 후보에 맞설 단일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 10월까지는 권영길 전 의원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권 전 의원이 가진 지명도와 득표력, 김두관 전 지사 중도사퇴에 따른 책임론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형주 전 부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전 부시장은 박원순 시장의 적극적인 지지에다 안철수 후보캠프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도 교감을 나눠온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출신인 김형주 전 부시장이 조만간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사실상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추천하는 야권단일후보에 가장 근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남 사천 출신인 그를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지원한다면 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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