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4·24 재보선 관전포인트

▲ 4.24 재보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최대 격전지인 노원병 선거구의 안철수후보와 허준영 후보.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한기주 기자] 4.24 재보선의 여야 대진표가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병에 허준영 전 경찰청장, 부산 영도에 김무성 전 원내대표, 충남 부여·청양에 이완구 전 충남지사를 각각 공천했다. 민주당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위해 노원병 공천을 포기했고, 부산 영도에는 김비오 지역위원장, 부여청양에는 황인석 지역위원장을 각각 공천했다. 안철수와 김무성, 이완구 등 거물급 정치인의 가세로 판이 커져버린 이번 재보선은 2010년 10·26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 2년 만에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 등 패착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로 떨어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승리 장담 못해 다급해진 안철수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구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다. 24일 재보선에서 패배하는 후보들에게는 더없이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절치부심, 국회의원 재보선에 ‘하향지원’한 안철수 후보는 ‘정치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운동화가 닳도록 지역구를 뛰어다니고 있다. 상계동에서 살아본 것은 처음인데다 단기필마로 나선 터라 조직이 없어 당선을 장담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허준영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혼전 양상이다. 2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38.8%로 허 후보(32.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하지만 <조원씨앤아이>의 26일 조사에서는 허준영 38.1%, 안철수 37.4%로 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사회동향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도 허준영 후보 36.4%, 안철수 후보 36.0%로 나타났다. 여기에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인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지지율 8~9%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동섭 후보가 7~8%를 차지하고 있고,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도 2~4%를 오르내린다.
보궐선거이고 평일인 수요일에 치러진다는 점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것을 고려하면 안철수 후보는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안 후보에게 반전의 카드는 야권 단일화다. 이를 위해 민주당도 이동섭 후보의 출마포기를 설득하고 있고, 김지선 후보도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안철수 후보가 50% 이상의 득표율로 이긴다는 것이 여론조사기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문재인, “안철수 선거 돕겠다” 선언
 
안철수 후보는 최근 지난해 대선캠프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에게 상계동 거주 지인들을 알려달라며 SOS를 날렸다. 보기가 딱했던지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후보를 돕겠다고 나섰다. 문 의원은 28일 고 장준하 선생 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안 후보에게 제가 큰 신세를 졌기 때문에 안 후보의 선거 또한 제가 도울 길이 있으면 돕겠다. 안 후보의 요청이 있으면 당과 상의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상황이다.
문재인 의원은 부산 영도에 출마한 민주당 김비오 후보도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부산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고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도 새누리당에 비해 낮다. 야권의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저도 나름대로 돕겠다”것이 문 의원이 선거지원에 나선 이유다. 문 의원의 주장처럼 부산 영도는 김무성 후보가 앞서고 있다. 김 후보와 민주당 김비오 후보,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의 3파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2010년 4.11 총선 당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37%대 득표율을 올린 민병렬 후보가 김비오 후보의 표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 이후 지지층이 무너져 김무성 후보가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후보는 당선 후 박근혜 정부 실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4선의 중진으로 큰 인물을 원하는 지역의 기대에도 부응한다는 여론이다.
 
부산영도, 김무성은 문재인과 대리전?
 
지난 대선에서 48%를 득표한 문재인 의원의 지원이 확정됨에 따라 부산영도는 김무성 VS 김비오의 대결에서 김무성 VS 문재인의 대결구도로 규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만들기 일등공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대선에 이어 박근혜 VS 문재인의 대리전 성격도 갖고 있어 김 후보의 득표율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달리 충남 부여·청양은 이완구 후보의 독무대라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부여·청양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후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짙은 곳으로 그동안 지역정당 성격인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 후보가 번갈아 당선된 지역이다. 새누리당과 합당 이전 선진당 후보였던 육군 장성출신 김근태 의원이 지난 4.11 총선에서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이완구 후보는 충남지사를 지낸데다 MB정권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사퇴한 점, 지난해 충청권에서 박근혜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점에서 공천 경쟁에서부터 타 후보를 압도했고, 사전 여론조사 결과도 타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앞섰다고 한다. 때문에 이완구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된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지역여론 때문에 민주당은 막판까지 후보를 내지 못하다 단독 입후보한 부여청양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황인석 전 농어촌공사 지사장을 공천하는데 그쳤다.
 
부여청양은 이완구 독무대
정가에서는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새누리당 대선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역임한 김무성 후보의 정치적 중량감과 충청권 출신 총리후보 물망에 오르내렸던 이완구 후보의 정치적 무게를 감안해볼 때 두 사람의 원내 복귀가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여권 내부에서 지도부를 향한 정치력 부재 등에 대한 불만이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원내 복귀와 맞물리며 또 다른 세력으로 결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 특히 김무성 후보의 원내복귀는 5월초로 예정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과 맞물려 당장 지도부 교체론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가 원내대표를 비롯해 사무총장, 최고위원, 국회 상임위원장 등 주요 요직은 다 경험을 했다는 점도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 후보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재보선 정국과 맞물린 김무성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은 향후 정치권의 주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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