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무소속 대선후보 강지원 변호사

 
▲ 무소속후보로서 정책 선거를 표방하고 나선 강지원 후보. 사진=뉴시스

 
이틀간 이불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며 출마 결심
‘정치흙탕물 청소’가 내 인생의 마지막 봉사활동

18대 대선 출마의지를 밝힌 강지원 후보(64)는 소속당도 없이 단기필마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 후보는 국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사로 아내 김영란 씨는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현직 공직자이다. 율사 출신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강 후보가 진흙탕 같은 선거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강 후보가 출마 선언할 당시 주위에서는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지지율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까지 꿋꿋하게 선거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는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위클리 오늘>이 만나보았다.

“매니페스토 정치개혁의 모범 보여주는 후보 되겠다”
  초당적 화합정부만이 강대국 대한민국 만들 수 있어

― 왜 출마하셨습니까. 왜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입니까.
▲ 정치판 흙탕물을 청소하고, 새로운 정치의 모범을 보이고자 출마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국회의원이나 장관, 총리 등 제의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싫어서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6개월 전 책을 냈는데요, 출판하고 나서 우리 사회 원로 한 분을 만났습니다. 우리 정치와 제 적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지요. 그 원로 분이 저보고 “당신이 대통령을 하면 적성에 맞을 것이다”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틀간 이불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고민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그동안 해보려던 일, 좋은 정책으로 깨끗하고 화합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겠다. 그런 결론을 내리고 출마하게 됐습니다. 젊은 시절 정치학도로서 보아왔던 정치개혁, 그리고 법조인으로 또 시민운동가로서 봉사활동해오면서 저는 이제 제 마지막 가장 큰 봉사활동으로 정치 흙탕물 청소에 나선 것입니다.

― 선거 출마에 대한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 제 아내가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뛰었죠. 흙탕물에 왜 들어가려 하느냐고…. 아내만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주위사람들이 다들 반대했습니다. 어떻게 설득했냐면, “내가 만일 비행청소년이라면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만 커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면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지적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만약 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초 취지와 달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일탈된 모습을 보이면 그때 야단치고 막아 달라. 내가 한국 나이로 64세인데 한국 정치판의 오염된 흙탕물을 제거하고 죽겠다” 이렇게 설명하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공직에 사표를 내더라고요. 사표 수리를 안 해줘서, 지금 아내의 도움조차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다시 낼 것인데… 그래야 본격적으로 저도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큰 결심을 하셨는데, 강 후보의 지지율은 1~3%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다른 곳에서는 0.9%도 있고 4.8%도 있고 ‘들쭉날쭉’입니다.(웃음) 물론 일희일비 안 하구요. 진정성 있는 정책에 공감하면 ‘강남스타일’의 싸이처럼 하루아침에 부각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내건 슬로건도 ‘하늘이 내린 선거, 위대한 기적’이 아닙니까. 꿈은 이루어지고 기적도 일어납니다.

―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 인터넷을 통해 매일매일 정책콘서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빅3 후보들에 대한 경마식 보도와 이미지 선거에만 관심을 두고 있더라고요. 앞서거나 뒤선다니, 또 역전이 됐다느니… ‘말’의 체격이 어떻다는 등 흥미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이 경마장의 망아지들입니까. 경마식 보도도 하루 이틀이지, 시청자도 외면할 정도로 지겨워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언론들도 각 분야 정책중심의 토론으로 돈 안 들고 국민이 후보검증과 정책검증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든 마이너 후보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끝장토론을 하는 시사프로그램.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정책토론에 들어가면 제 진가도 발휘될 것입니다. 

―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욕설선거, 흑색비방선거, 돈봉투선거, 편법조직선거, 지역감정선거가 여전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대선자금 비리, 정치권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절망감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살림살이도 팍팍한데 제발 정치권이 정신들 차려 달라는 분노가 하늘을 찌를 지경입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슬펐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의 매니페스토 정치개혁을 위해 현실정치에 직접 몸을 던짐으로써 정책중심선거의 모범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 7년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초대 상임대표로서 한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해오신 것으로 압니다.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무엇인지요.
▲ 한마디로 정책중심 선거를 하자는 것입니다. 멀리는 1834년 영국 보수당의 로버트 필 당수가 세계 최초로 매니페스토 정책중심 선거를 시도하여 그때까지 영국정치를 더럽혀왔던 돈 선거, 불법· 편법선거들을 뿌리 뽑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수상의 매니페스토 선거는 그 유명한 ‘제3의 길’이라는 선택으로 당선되어 영국정치를 바꾼 사실이 있습니다. 2003년 일본 가나가와현의 마쓰자와 지사는 일본 최초로 매니페스토 선거에 도전하여 당당히 당선됨으로써 그 후의 일본정치에 정책중심 선거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매니페스토 정책중심 선거를 통해 새로운 선거문화와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합니다.

― 강 후보께서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 저는 ‘사랑과 자비, 홍익의 정신이 넘치는 나라-하늘이 내린 선거, 위대한 기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초당적 화합 정치, 홍익자본주의 경제, 양심 재무장 사회, 신문명 정신문화 등 4대 비전을 중심으로 10대 정치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홍익자본주의’는 ‘부익부 빈익부(富)’를 강조하는데, 대기업에는 더 큰 자유와 책임을, 국가는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에 역점을 두는 정책입니다. 홍익적 경제활성화 정책에서는 수도권 공장규제 철폐와 농촌살리기 100만 명 귀농귀촌 대작전을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초당적 화합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 모든 정당과 당정 협의 체제를 구축하고, 청와대 및 내각 개혁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8개 수석비서관실을 전면 폐지하고 책임장관제를 실시하겠습니다. 장·차관 총수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하고, 출산가산점제를 도입하는 등 양성평등정부 구현 정책도 제시했습니다.
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적성찾기 교육혁명’을 통해 청소년 70%에 대해 ‘선 취업, 후 대학진학’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아울러 신 사회 정신문화를 구현해 부패를 척결하고 양심재무장 및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삶을 구현하겠다고 제시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고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최첨단 과학기술 강국을 구현하며 대북·외교정책 차원에서는 대통령 직속 대타협위원회 설치와 UN본부의 DMZ(비무장지대) 유치 사업에 착수하고, 홍익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세계 외교 전략도 밝혔습니다.

― 왜 무소속으로 나오셨는지요. 그리고 동료 후보들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 무소속·무당파 대통령이 어떻게 소신 있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느냐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이는 과거의 썩은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정당이 덜 싸우고, 초당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아이티기금 마련 때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게 만든 그 근원이 누구입니까? 8년 중임 이후에 4년 더 하라고 할 때 스스로 물러난 사람, 그래서 미국 정치를 민주주의 선진 정치로 만든 것이 조지 워싱톤, 무소속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세 후보에게 초당적 화합을 제안합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인 정당싸움판 패거리 정치를 종식시키자는 것입니다. 초당적 화합정부만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사랑과 자비, 홍익의 정신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강대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이 먼저 욕심을 내려놓고 탈당 또는 탈당에 준하는 조치를 해서 여야 싸움을 없애고, 정부는 모든 정당과 당정협의를 해서 타협의 정치와 화합의 정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패거리 싸움질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박스기사 / “아내 김영란의 사표 수리해 달라”

강지원 후보,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 보낸 사연   

▲ 김영란 위원장. 사진=뉴시스
강지원 후보의 아내 김영란 씨(55)는 2010년부터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학과,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50대 초반에 대법관을 지냈다. 진보적 색채를 내는 판결들을 내놓아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등의 대법관들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울산 북구청장의 전국공무원노조 불법파업 참가자에 대한 승진을 울산시장이 취소한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판결했고, 삼성 에버랜드 사건에서는 전환사채 발행이 유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신과 강단이 있는데다 공직자윤리를 강조하는 김영란 위원장은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대선 출마가 확실해지자 지난 9월 4일 국정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 달여를 끌어오다 10월 19일에야 반려했다. 아내 못지않게 소신이 뚜렷한 강지원 후보가 참다못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강 후보는 부인 김영란 권익위원장의 사표가 반려된 것에 대해 지난 10월 22일 “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내가 현 정부의 장관직 위원장에 계속 재직한다면, 현 정부와 제가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듯이 보여 정부 쪽이나 제 쪽이 모두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며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으니 사표를 수리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강 후보에 따르면 “아내인 김 위원장이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방출장을 가는 등 계속해서 공직을 수행할 경우 자칫 남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외부 활동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것으로 “아내가 사표를 내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 처신이고, 선거의 공정성과 정책중심 선거를 추구하는 매니페스토 선거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적임자가 없는 데다 강 후보가 중도에 출마를 접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는 눈치다.  [나]
 

▲ 매니페스토는 정책선거 실천을 위한 운동이다. 사진은 올해 4월 총선에 입후보한 후보들의 매니페스토 실천 협약식 장면. 사진= 뉴시스

박스기사 /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매니페스토 ‘점수’는?

매니페스토(Manifesto)란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하여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예산확보와 구체적 실행계획까지 담고 있는, 실제 이행 가능한 선거 공약의 의미로 쓰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가 국민을 대신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국정운영 철학과 미래비전, 정책공약과 이행방안을 물었지만 후보들마다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세 후보에게 유권자가 관심 가질 만한 33개 항목을 추려 지난 10월 9일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후보들의 대선캠프와 관계없는 매니페스토본부의 자문교수단 120여 명의 논의를 거쳐 질문안이 작성됐고, 매니페스토 실무자가 중간중간 상황을 점검할 때도 후보 측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 후보 캠프는 정작 답변시한이 다가오자 말을 바꿨다는 소식이다. “내부 조율이 아직 안 됐다”(박근혜 캠프) “업무상 착오가 있었다”(문재인 캠프) “종합공약집이 나오는 11월 10일까지만 참아 달라”(안철수 캠프)며 답변서 제출을 미뤘다는 것. 이에 대해 매니페스토 관계자는 “세 후보가 지금까지 큰 틀에서 언급한 정책과 공약은 하나같이 두루뭉수리하고 엇비슷하다. 미국처럼 TV토론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기를 뽑아 달라고만 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매니페스토 본부에 따르면, 미국의 정당은 선거 2년 전에, 영국의 정당은 선거 1년 전에 국민에게 주요 공약을 내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선거에 임박해 상대방 후보의 패를 봐가며 더 센 공약을 내놓거나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내놓는 무책임한 날림공약은 나라경제에 큰 후유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00개에 육박하는 공약 실현에 24조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대표적 공약인 4대강 건설에만 22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 나라 살림을 거덜 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세 후보들의 무성의한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해 매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은 지난 10월 30일 항의표시로 국회 정론관 앞에서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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