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송협·이수일·김혜경 기자] 2014년 갑오년(甲午年)은 ‘마리나리조트 붕괴’,‘세월호 침몰’로 불안정한 정서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배양된 ‘격동(激動)’의 시작이었다.

‘참사’와 ‘사고’로 얼룩진 2014년 대한민국은 ‘안전 불감증’에 이어 먹거리 안전 논란과 질소과자, 납품비리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대기업 CEO가 협력업체를 상대로 뒷돈을 받는가 하면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질소로 채운 거품 과자로 소비자를 우롱하는가 하면 대장균이 득실거리는 시리얼을 생산하는 등 한국의 식음료 유통업계는 국민들의 지적과 비판에도 성찰과 반성은 없이 변명만 일관해왔다. 이에 <위클리오늘>은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유통업계 10대 뉴스를 선정 재조명했다.[편집자註]

⓵‘질소과자 뗏목’ 제과업계에 한방 먹이다

 

지난 9월 대학생 3명은 해태제과를 비롯한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 그리고 오리온제과 등 국내 대표 제과업체가 질소로 부풀린 빵빵한 ‘질소과자’로 제작한 ‘뗏목’을 이용해 서울 한강을 횡단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질소과자 뗏목 퍼포먼스’로 알려진 이 사건은 미국 WSJ 등 해외 유력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질소를 주입시켜 실제 중량보다 많아 보여 그간 소비자들을 우롱한 제과업체들을 겨냥한 이 촌극 이후 SNS에서는 “질소과자를 구입했더니 과자는 덤으로 주더라”라는 은어가 유행처럼 퍼졌다.

하지만 해당 제과업계는 “국내 소비자는 부서진 과자를 싫어해 원형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이라고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렸다. 제과업계의 이 구차한 변명은 곧 소비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참 눈물겨운 해명이다”

⓶맥주명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진흙탕 싸움’

 

국내 맥주업계 맏형격인 오비맥주와 숙적 하이트진로의 갈등은 이미 맥주업계에서는 정평난 사실이다. 국내 맥주시장 왕좌를 놓고 옥신각신하며 양보할 수 없는 각축전을 펼치는 오비와 하이트의 진흙탕 싸움은 지난 6월 ‘카스맥주 소독약’ 사건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오비맥주의 주력 상품인 ‘카스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풍문(風聞)이 SNS를 타고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주류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각 대형 마트를 비롯한 술집에서 조차 인기 많던 카스맥주의 판매율은 바닥을 쳤고 일반 소비자는 물론 카스 마니아조차 등을 돌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확산되면서 식약처는 즉각 조사를 펼쳤고 소독약 냄새의 정체는 유통과정 중 발생한 ‘산화취’로 밝혀지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궁지에 몰렸던 오비맥주는 악소문의 진위를 놓고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숙적 하이트진로가 연관됐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면서 하이트진로는 일부 직원이 회사와 무관하게 펼친 일이라 해명에 나섰다.

맥주업계는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 새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간 비뚤어진 경쟁심리가 빚어낸 악재라고 입을 모았다.

⓷소비자 울리는 귀하신 과자 ‘허니버터칩’

 

최근 동네 마트마다 기상천외한 현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과자를 사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소비자와 판매하는 상인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8월 해태제과가 야심차게 생산한 명품 과자 ‘허니버터칩’은 대한민국 제과업계가 창업한 이래 유례없는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기간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낸 ‘허니버터칩’을 맛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동네 구석구석 마트를 헤집고 다니지만 귀하신 과자는 흔적조차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과자 하나를 놓고 ‘끼워팔기’를 운운하며 정부가 직접 조사에 착수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일이 아니겠는가?

⓸ 맥주업계 ‘판도변화’ 클라우드 ‘돌풍’

 

국내 맥주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기존 맥주시장을 장악한 선점 업체들은 후발 주자의 거침없는 파급효과에 혀를 내두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롯데주류가 독일식 올몰트 방식으로 생산한 맥주 ‘클라우드’가 맥주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출시 6개월만에 누적 판매량만 무려 6000만병에 국내 전체 맥주시장에서 3%대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클라우드 맥주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무섭게 바꾸고 있다.

때문에 경쟁 맥주업체들간 품질을 업그레이드 한 올몰트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며 독일식 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변화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그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양강구도 깨고 신생 롯데주류가 내년 맥주 시장에서 얼마만큼 거센 돌풍을 보여줄지 맥주업계간 치열한 각축전이 기대된다.

⓹“믿고 먹을 게 없다” 올해 먹거리 안전 ‘적색등’

 

올해도 어김없이 국민들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먹거리 안전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맥주업계를 뒤흔든 오비맥주의 ‘카스 소독약 냄새’ 사건을 시작으로 크라운제과의 ‘세균 웨하스’ 등 국민들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했다.

더욱이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애용한 동서식품의 ‘대장균 시리얼’ 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 그 자체로 몰아넣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10월 식약처는 동서식품 시리얼 완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검찰은 이광복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원인으로 작용됐다.

⓺헉~! 내가 쓰던 치약에서 파라벤이?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던 가운데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치약에서 유해성분이 포함됐다는 한 국회의원의 폭탄선언 한마디에 세간이 요동쳤다.

‘파라벤 치약’ 논란으로 불거진 이 사건은 외국에서 판매 금지된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이를 알지 못한 전 국민이 아침저녁 양치질을 위해 사용했다는 내용.

식약처는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의 불씨는 삽시간에 퍼졌고 결국 보건복지위 국감장은 치약을 손에 든 국회의원들의 성난 목소리에 식약처는 좌불안석이 됐다. “파라벤은 인체에 해롭다”는 국회 주장과 “0.2% 기준치만 지키면 안전하다”는 보건당국간 진실게임은 현재까지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⓻악어와 악어새…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악어와 악어새는 결코 끊을 수 없는 공생(共生) 관계다. 아주 오래전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악어가 물에서 나와 땅 위에 있을 때 입을 벌리고 있으면 악어새가 입안의 거머리 등 기생충을 먹어 청소한다. 때문에 악어는 악어새를 해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올해 최대 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이 앞서 언급한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 관계에 적절한 표현이다. 납품을 미끼로 말단 직원부터 대표에 이르기까지 ‘검은 거래’로 점철된 이 사건으로 신헌 전 롯데백화점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롯데홈쇼핑 직원 3명과 납품업체 대표 5명이 집행유예 선고에 이르게 한 롯데그룹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⓼이케아 한국 상륙 앞두고 ‘일본해 표기’로 ‘곤혹’

 

올 초부터 유통업계는 스웨덴산 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론칭으로 시끌시끌했다. 올해 중반까지 국내 중소가구업체와 상권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을 때만 해도 이케아는 한국 1호점 오픈을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이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직원 시급과 광명시 꼼수 안착 의혹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듯 하더니 결국 ‘일본해 표기’ 지도로 이케아는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케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동해 표기 문제로 이케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또 가구 가격이 공개되면서 한국에서 일부 제품 가격이 타 국가보다 비싸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우리를 바보로 취급한다’며 불매운동의 조짐까지 보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자 여론을 의식한 이케아는 지난 달 19일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준비했다. 아직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매장을 공개하는 무리수까지 둬 가면서 이날 열심히 변명을 해댔다.

이날 이케아는 ‘한국 가격은 현지 시장을 고려해 책정했다’는 것과 ‘일본해 표기 수정을 본사와 현재 논의 중’이라는 두 가지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했다. 그러나 기자간담회 후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결국 이케아는 지난 4일 논란이 된 세계 지도를 2015년 전 세계 제품군에서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⓽경품은 안주고 개인정보 유출한 홈플러스

 

수 년째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홈플러스. 지난해 ‘점오(.5)계약제’로 사회를 흔들었던 홈플러스는 올해 ‘경품조작’과 ‘개인정보 불법 유출’ 의혹에 휩싸였다.

홈플러스를 방문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품 이벤트 과정에서 경품추첨을 조작해 외제차를 빼돌린 홈플러스는 외제차 대신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검찰이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고객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홈플러스는 현재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이 출국금지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⓾ 영화 ‘카트’가 떠오르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노조

 

최근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 ‘카트’가 전 세계인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이마트 노조는 사측이 직원감찰 내부문건 공개 여파로 상황이 불리해지자 표면적으로는 사죄하는 척 하면서도 노조탄압에 나서 여론이 들끓었다.

게다가 도난 예방을 명분삼아 직원들의 사물함을 무단 수색해 논란이 됐던 이마트는 여론을 의식해 지난 10월 감정노동을 인정하는 직원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말 그대로 ‘병주고 약주고 한 셈“이다.

경품을 빼돌리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홈플러스는 ‘10년을 일해도 월급 100만원이 안되는 현실’을 고발한 노조들이 지난 추석 전 총파업에 나서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노조 총파업은 경품 조작 사건과 맞물리면서 홈플러스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졌고 지난 10월 임금협상이 타결되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한편 이마트와 홈플러스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트’가 개봉돼 전 국민적인 관심으로 떠올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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