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나권일 기자] 4월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조사는 43.4%, <리얼미터>는 45.0%, <한국갤럽>은 41%, <리서치앤리서치>는 49.8%다. 바닥에 떨어진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정가에서는 결국 ‘MB죽이기’가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여야로부터 인사청문회 적격 판정을 받아내고 취임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4대강 사업 비리와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라는 칼자루를 쥐고 MB의 목을 죌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이 MB죽이기 총대 맨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장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5년간 ‘MB 검찰’의 대표적인 수사 왜곡 사례로 BBK, 내곡동, 민간인 사찰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하자 “그동안 잘못됐던 사건들이 있었고 또 혹시 거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살펴서 엄격한 신상필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BBK와 내곡동 사저, 민간인 사찰은 사안의 성격상 MB에 대한 직접 수사로 이어지는 뇌관이다. 이미 ‘참여연대’는 지난 3월 5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 등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휘두를 칼끝은 이미 MB를 향해 있다는 얘기다.
채 검찰총장은 또 MB 핵심 측근인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원 전 원장의 “사건의 중차대성, 여러 가지 중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넘어 곧 MB에 대한 수사를 의미한다.
 
원세훈 전 원장 수사는 MB가 과녁
 
야당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대통령과의 독대를 부활시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정황 증거상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정치공작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고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묵인했다면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검찰과 경찰은 국정원 정치공작이 ‘원세훈 게이트’인지, ‘이명박 게이트’인지 정확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MB를 정조준했다. 현재 여권 내에서는 원 전 원장이 미국에 호화판 주택을 구입했다는 등 여러 개인비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과 여론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을 출국금지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내 MB인맥 물갈이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 의원에 따르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이미 국정원 내부에 2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원세훈 전 원장 인맥에 대한 쇄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17년 검사 경력을 가진 차장급 검사인 장호중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감찰실장에 내정했다고 한다. 조만간 국정원 1·2·3차장 인사를 단행한 뒤 후속 간부급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4대강사업 재조사, 총리실이 맡아
 
MB죽이기의 또 다른 축은 4대강 사업 비리척결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예산낭비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검증해 달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도 “막대한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개발사업은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무절제한 경비 지출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며 4대강사업을 정조준했다. 이같은 지시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선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피조사자 신분인 만큼 객관적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는 4대강사업의 재조사는 현재 총리실이 맡고 있는데 검증대상은 보 안전성, 수질, 생태계 영향, 사전담합 의혹 등 사업 전반이다. 특히 4대강 사업 검증단에는 MB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해왔던 환경단체 인사들도 포함할 것으로 알려져 MB진영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총리실과 별도로 검찰과 공정거래위도 4대강사업과 관련한 건설업체들의 담합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4대강 뇌관이 터지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MB와의 차별화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MB가 부활시킨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군기무사령관과의 ‘대통령 정례 독대 보고’도 취임 이후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관의 보고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실장 김장수)에서 모두 총괄할 수 있는 만큼 이전 정권처럼 기관장의 상시 독대 보고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취임 후 지금까지 정보기관장을 독대한 적이 없고 향후 정례적으로 만날 계획도 없다”고 확인했다.
 
청와대와 국책기관도 MB비판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통일재원 적립’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을 통한 통일재원 적립 근거마련 등 통일준비를 제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하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남북문제에 대해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사들도 MB때리기가 일상화됐다. 수시로 춘추관 기자실에 내려와 새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3월 29일 올해 12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히며 MB정권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조 수석은 “세외수입에서도 6조원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선진화계획에 따라 산업은행(2.6조)과 기업은행(5.1조) 주식을 팔아서 총 7조7000억원을 조달하게 돼 있는데 현재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이런 주식 매각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MB정권의 안이한 경제전망과 세입 계획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덤터기를 쓰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MB정부가 자화자찬했던 ‘녹색성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25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미래사회 비전 마련 연구> 보고서를 통해 MB정부가 “녹색성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부처별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성과 도출에 미흡했고, 국민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일련의 MB정부와의 선긋기와 MB때리기는 박 대통령이 인사실패와 정부조직법 처리 피로감 등에 따른 국정 난맥상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라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MB진영, 사무실 내고 정면대응
 
이같은 전방위적 MB정부 비판과 차별화 전략에 대해 MB진영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B측 인사들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냥 죽지 않겠다’며 반격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매일같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가 하면 천안함 사태 3주기인 지난달 26일에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동관 전 홍보수석비서관, 어청수 전 경호처장, 김대기 전 정책실장, 안광찬 전 국가위기관리실장, 박정하 전 대변인, 임재현 비서관 등 측근들을 대동하고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이달 중 강남 대치동에 사무실을 열어 인맥을 추스르는 한편 새정부의 4대강사업 재조사에 맞서 MB부부가 4대강 자전거길을 직접 종주하며 자신의 치적을 과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미 ‘미운털’이 박혀서인지 여론의 흐름은 좋지 않다. 우선 4월 중 개소 예정인 강남 코엑스 맞은편 개인사무실(130평) 임대료가 대통령 연봉과 맞먹는 월 1300만원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이 전 대통령은 조용히 자숙하며 지난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와 법의 심판을 기다리라”고 질타했다. 4대강 자전거길을 종주하며 자신의 치적을 알릴 생각이었던 MB부부는 지난 3월 17일 강남의 자전거 브랜드숍에서 자전거를 쇼핑하는 장면이 한 여성지의 카메라에 잡혀 구설에 올랐다. 서민들은 경제난으로 먹고 살기 바쁜데, 한가하게 고급 자전거를 타고 4대강 유람이나 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지난 3월 31일에는 충남 서산시의 한서대학교 교정에 높이 5m짜리 이 대통령 동상이 세워졌다는 소식이 SNS로 전해지면서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나중에 한서대가 본관 앞 역대 대통령 동상 구역에 이 전 대통령 동상을 추가로 세운 것을 누군가 그 동상만 찍어 올리면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예상외로 상당해 MB측 인사들도 상당히 놀랐다는 후문이다.
 
8박9일 방미, 도피논란 부를 수도
 
중요한 것은 MB부부가 이달에 8박9일의 방미(訪美) 계획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MB측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의 모교에 설립한 ‘부시센터’(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오프닝 행사가 4월 25일 열리는데 MB부부가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각료 등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오바마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자신의 워싱턴 인맥을 과시할 경우 5월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방미 이벤트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이 전 대통령의 방미가 주목되는 것은 새정부의 차별화 전략과 검찰 수사 등으로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MB부부가 귀국을 미룰 수도 있다는 정계 일각의 관측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전직 대통령의 ‘도피’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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