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마다 ‘대박’ 연호…신뢰성 떨어져

 
[위클리오늘=김혜경 기자] #직장인 박양지(33·가명)씨는 최근 겨울 코트 장만을 위해 홈쇼핑 방송을 접했다가 눈살을 찌푸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평소 자신이 사고 싶었던 겨울 코트를 손에 들고 있는 쇼핑호스트가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상품의 구성과 설명 보다 함께 진행을 맡은 서브 호스트와 더불어 깔깔대며 떠드는 사적인 대화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도대체 물건을 사려고 시청을 하는 건지 쇼핑호스트끼리 웃고 떠드는 걸 보려고 시청하는 건지 짜증이 났다”면서 “쇼핑 방송인지 예능프로인지 불쾌감을 견디지 못해 채널을 돌렸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자주 구매하는 주부 이윤지(37·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방송의 특성상 제품의 상세한 설명이 요구되는 것 아니냐”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상품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도 짜증나는데 소비자의 입장 보다 자신들의 놀이터로 착각하는 것 같아 보는 내내 화가 났다”고 성토했다.

최근 방송 홈쇼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과거 차분한 분위기로 상세하게 제품을 설명했던 것과 달리 요즘 홈쇼핑 진행 방식은 소비자들과 함께 공유하며 니즈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대세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도를 넘어선 쇼핑호스트의 진행 방식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지향하며 예능적인 방법이 요구되더라도 구매의 중심에 선 소비자들의 입장을 무엇보다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트렌드를 지향한 대다수 홈쇼핑 방송은 소비자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감과 더불어 위화감까지 조성한다는 지적이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롯데홈쇼핑 간판 코너로 출발한 ‘정쇼(Jung Show)’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홈쇼핑 업계 ‘완판녀’이며 ‘스타 쇼핑 호스트’로 추앙받고 있는 정윤정씨는 지난해 GS홈쇼핑과 결별하고 롯데홈쇼핑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쇼’는 정윤정 쇼핑호스트와 2명의 서브 호스트 등 3명이 ‘토크’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코너다. 정윤정씨의 쿨한 입담과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서브 호스트간 콤비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정쇼의 특징은 단순히 상품 판매를 위한 제품 설명 보다 쇼핑호스트끼리 여과 없이 사적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들은 툭툭 가볍게 던지는 대화로 전체 방송 분위기를 주도한다. 때문에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이라기 보다 예능 프로를 보는 착각에 빠질 때 도 있다.

이처럼 ‘토크’를 강조한 ‘정쇼’의 컨셉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거침없는 입담과 호탕한 이미지로 정윤정 쇼핑호스트가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다는 ‘광신도’ 소비자군이 있는 반면 소비자의 입장 보다 자신들의 사적 대화가 중심이 돼 오히려 중요한 상품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상반된 반응이다.

더욱이 업계 최고의 판매율을 기록하며 ‘홈쇼핑 여왕’으로 등극한 정윤정 쇼핑호스트는 자신이 맡은 제품은 ‘너나 가릴 것 없이’ 대박을 연호하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주부 김영진(가명)씨는 “정윤정씨가 어제 부츠를 소개할 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부츠라고 해놓고 오늘 또 다른 부츠를 판매 할 때도 ‘대박’을 연호하며 겪어보지 못한 최상의 부츠라고 할 때 마다 정씨에게 대박 제품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정쇼는 친근감을 강조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오히려 과장되고 가식적으로 비쳐질 때가 있어 채널을 돌린다”고 답했다.

최근 대다수 홈쇼핑 방송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롯데홈쇼핑의 ‘정쇼’와 같이 예능을 강조한 유사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친근한’ 방송 컨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모든 홈쇼핑 방송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프로그램은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다보니 예능 형식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홈쇼핑 방송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즐겁게 시청하는 소비자도 있다. 그러나 ‘물건을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이라는 점에서 상품 설명 등 본래 목적을 무시하고 ‘흥미’만을 앞세우다 보니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정윤정 쇼핑호스트의 방송 철학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보니 방송에서 사적인 이야기의 비중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쇼의 특징이 바로 ‘친근감’을 표방하는 것이고 이것이 정 쇼핑호스트의 강점이자 매출이 높은 이유”라며 “소비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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