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 포옹’ 맞설 ‘반전’ 승부수 추적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경제위기, 현장에서 답을 찾다’의 일환으로 9일 오전 부산 강서구 송정동 조선기자재협동화단지를 방문, 회관에서 조선업계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안’ 놓고 치밀한 검증 작업, ‘네거티브’도 만지작
“상대 한 명 되면 오히려 화력 집중 가능” 자신감도

11월 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전격적으로 만나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가 야권의 유력한 두 후보의 행보에 쏠려 있다. 3자 대결 구도에서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더하면 부동의 1위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훌쩍 뛰어넘는 데다 단일화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예측불허의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과 ‘안’ 가운데 누구로 단일화할 것인가가 세간의 제일 화두로 등장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초초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 일각에서는 다소 비관적인 예상과 함께 ‘한편당’이 돼 버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당’이란 새누리당이 뭘 해도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한편 새누리당은 야권의 단일화에 대해∼” 식의 기사만 나올 것이란 전망을 담은 조어(造語)다.
그러나 그동안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당이 휘청거릴 때마다 몇 번이나 당을 구해냈던 박 후보이기에 회심의 반전(反轉)과 반격(反擊) 카드가 없을 리 없다는 기대도 크다.

이슈 던지기로단일화 관심 분산
깜짝 놀랄 인물영입 시도 중

실제로 박 후보 최측근들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단일화 국면 ‘돌파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6일 야권 두 유력후보의 단일화 합의 이후 공식적으로는 ‘단일화에 맞서는 반격 카드는 따로 없고, 묵묵히 그저 해오던 대로 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돌파 전략을 세우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박 후보 측근들과 선대위,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반격 카드는 후보등록일(11월 25∼26일) 전후로 나누어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준비되고 있다.
후보등록일 전까지는 단일화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빼앗아 오는 ‘이슈 던지기’ 전략이고, 후보등록일 후 ‘일대일 구도’가 마련되면 단일화 효과를 최대한  감소시키고 상대를 한 방에 무너뜨릴 만한 필살의 카드를 꺼내드는 전략이다.

‘빼앗긴 지면’ 되찾기
문·안 후보 간 단일화는 후보등록 직전에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부터 모든 단일화 일정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겨우 기한을 맞출 수 있을 정도다. 이 기간 동안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자연스레 단일화에 쏠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는 박 후보의 전략은 ‘빼앗긴 (신문)지면 되찾아오기’로 요약된다. △논란이 될 수 있는 공약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거나 △대표적 야권 인사나 중량감 있는 명망가를 영입하거나 △새로운 대선 이슈를 발굴하는 ‘카드’들이 거론되고 있다.

박 후보 측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대형 공약은 교육과 노동 분야다. ‘선행학습 금지’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조건과 처우의 획기적 개선’ 등이 검토되고 있다. 둘 모두 논란이 불가피한 공약이다.
선행학습 금지의 경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문제점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들과 사교육계의 관심을 한꺼번에 돌려놓을 만한 카드다.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역시 70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재벌, 기업주들 사이에서 빅 이슈로 등장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결국 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공약을 발표해, 박 후보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진입함으로써 단일화로 향했던 언론의 관심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국민 모두가 찬성하는 공약을 낼 필요는 없다. 모두가 이 공약에 대해 한마디씩 하지 않을 수 없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공약을 내놓아야 국면 전환이 가능하고 야권에 내준 지면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도 유력하게 검토된다. 지난해 12월 비대위원장으로 직접 나서며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비대위원을 영입했고,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캠프 핵심 요직에 앉히는 등 박 후보는 결정적 국면마다 파격적인 외부 인사 영입으로 꼬인 문제를 단칼에 풀어왔다.
그러나 어정쩡한 존재감을 지닌 인사 영입으로는 단일화 국면을 넘어설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지금까지 언론에 거론된 인사들 영입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떤 인사들이 남아 있을까. 우선 당내 가장 강한 비박(非朴) 세력인 이재오 의원이 꼽힌다. 이 의원은 최근에는 비박을 넘어 아예 반박(反朴)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사와 개헌 문제 등에서 박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 의원이 합류할 경우 과거사 문제를 딛고 화합의 계단에 한 걸음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의원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어서 박 후보의 애를 태우고 있다.

당 밖에서는 진보 성향의 연예인과 한 전 고문을 넘어서는 호남의 유력한 인사들을 영입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부인사 영입에는 박 후보가 직접 나서서 강남 모 호텔 등지에서 수시로 각계 유력 인사들과 독대하고 있다.

앞으로 2주가량 남은 후보등록 전까지도 ‘며칠짜리 대선 이슈’는 꾸준히 제기할 방침이다. 박 후보 측은 여성대통령론· 서해북방한계선(NLL) 공방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런 이슈들은 권투로 치면 스트레이트나 훅이 아니라 잽 같은 것”이라며 “한 방에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계속 던지면 어느 순간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맞는 상대는 데미지가 쌓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6일 오후 중구 서울광장에서 수협중앙회 주최로 열린 ‘전국 수산인 한마음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홀로 남은 상대 쓰러뜨리기
새누리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누구로 단일화해도 자신 있다. 그동안은 상대가 두 명이라 총구의 방향을 놓고 오락가락한 측면이 있었지만 상대가 한 명이 되면 오히려 화력을 집중하기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좀 더 솔직하게 예측했다. 그는 “단일화 직후 여론조사에서 단일후보가 박 후보를 앞서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솔직히 그 차이가 10%포인트 내외라면 뒤집기 쉽지 않다. 하지만 5%포인트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면 뒤집을 수 있고, 반드시 뒤집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가 본격화되면서 일반적으로 박 후보에게 불리한 국면이라고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결승전’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측근들이 오히려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외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단일화가 겁나는 본심을 숨기기 위한 허세가 아니라면 숨겨둔 카드는 대체 무엇일까.

후보단일화 이후 대선판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는 역시 ‘네거티브’가 꼽힌다. 사실 그간 문·안 후보에게 가해진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정가의 예상보다 약했고, 또한 생각 밖으로 정교하지도 못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박 후보 캠프가 ‘비장의 한 방’을 숨겨두고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결국 ‘박정희’ 대 ‘노무현’의 싸움이 된다”며 “수십 년 전 과거만 문제냐. 불과 5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문 후보를 쓰러뜨릴 카드는 많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듯 문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 실정과 부정부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태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선거 구도가 ‘박정희 대 노무현’으로 짜이면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박정희가 조금 우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안 후보로 단일화하더라도 상대할 만한 패는 충분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히려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맷집에서는 안 후보 쪽이 좀 더 약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안 후보의 인기가 상당부분 ‘신선한 이미지’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미지를 한 꺼풀 벗겨내면 지지도에 담긴 거품도 크게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몇몇 의원실을 중심으로 안 후보의 기업가 시절 행적에 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참여했던 재벌 2, 3세와 벤처기업가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예전 멤버들을 접촉 중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캠프 내 안 후보 검증팀에서는 최근 안 후보 부친의 캠프 인사 영입 관여설, 안 후보 딸의 이중국적 문제, 안철수재단 기부금 일부의 대선자금 사용설 등에 대한 자료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 의원은 “‘묻지마 폭로전’으로 비치는 한이 있어도 막판에는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단일화 승부에서 패한 캠프 측 인사를 대거 영입해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몇몇 의원들은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종북’ 이미지를 다시 꺼내 야권 전체에 ‘종북’ 이슈를 덧씌우는 방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결국 5 대 5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 후보가 한동안 과거사 논란, 캠프 내 분란 등으로 집중력을 잃은 게 사실이지만 후보 등록 후 1 대 1 대결에서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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