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방식 둘러싼 물밑 기싸움 막후

▲ 6일 오후 단일화 회동에서 반갑게 만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두 후보의 셈법은 각기 다르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문 후보 쪽은 제 발로 그물에 들어온 고기를 하루라도 빨리 뱃전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고, 안 후보 쪽은 재촉하면 그물을 찢고 탈출할 수도 있다며 바다 속에서 최대한 버티는 모양새다. 문 후보 측은 하루빨리 정치개혁 선언을 하고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을 확정하고 싶어 한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지금 (안철수 후보 쪽이 원하는) 여론조사를 해도 우리가 앞선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담판’에도 응할 수 있다”며 안 후보 쪽을 끊임없이 채근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정치혁신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지금 논의하고 있는 새정치 공동선언이 잘 진행되면 단일화 방식도 자연히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형식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느긋해한다. 하지만 두 후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라도 11월 26일까지는 단일후보를 확정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두 사람의 단일화방식은 어떤 수순을 밟게 될까.

문재인 쪽 - 모바일 + 여론조사 + TV토론 배심원 투표 희망 
안철수 쪽 - 100% 여론조사 선호, 전문가 정기남 씨 준비 중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방식으로는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식 담판  ▲모바일 투표 +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TV토론을 한 뒤 이를 지켜본 패널들의 평가 + 여론조사를 합산하는 혼합형 방식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방식)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방식인 100% 여론조사 방식(여당 지지층을 답변에서 제외한 여론조사)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

한쪽이 양보하는 ‘담판’ 어려워
첫 번째, 1997년 방식인 ‘후보자 간 담판’은 가장 확실하고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에게 주는 감동도 크다. 지금은 지지율이 팽팽하지만 양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져 11월 20일을 전후해 어느 한쪽으로 표가 나게 기울면 이 방식이 급격히 탄력을 받을 수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와 달리 이번에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사이에 정치철학과 비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막판 담판이 가능하다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통 크게 양보해야 하는 만큼 후보자들의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불공정 논란을 빚는 등 갖은 고생 끝에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제1 야당의 후보가 된 문 후보가 양보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안 후보가 양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미 안 후보 캠프는 2달 전 20명의 인력으로 시작해 150명으로 조직이 불어나 있다. 안 후보가 생업을 팽개치고 선거전에 뛰어든 참모진과 각계의 전문인력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안 후보에게 심정적으로 기울어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미 자신과 안철수 후보가 담판으로 후보를 결정했던 지난해 서울시장 담판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두 번째, 여론조사+α인 혼합형 방식은 문 후보 쪽에서 원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아직 국민참여경선이나 모바일 투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못한 눈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모바일투표 관리업체는 P&C인데, 이 회사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황인철 특보의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P&C는 지난 4·11총선과 전당대회 등 당의 모바일 투표 업무를 여러 차례 대행했고, 민주당원 명부가 있는 컴퓨터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다. 그만큼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으니 안 후보 측이 모바일투표를 받아들인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유리한 게임이 된다. 하지만 P&C는 지난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손학규·김두관 후보 측이 문제를 제기해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을 벌였던 바로 그 회사다. 안 후보 쪽에서 이를 빌미로 공정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민주당, 모바일 경선에 미련
실제 안 후보 쪽 관계자는 “경선은 민주당이 전대 등을 포함해 4차례의 선거인단 모집을 한 경험이 있다. 여기서 얻은 선거인단 명부나 기존의 조직력 등이 투입되면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고 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더구나 모바일의 경우에는 공정성이 문제 제기된 바 있지 않느냐”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캠프의 신계륜 특보단장도 7일 “시간상으로 계산해볼 때는 모바일 경선에 다소 무리가 생긴 것 같다”며 사실상 모바일 경선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막판까지 모바일 선거의 패는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모바일 경선이 안 될 경우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TV토론을 한 뒤 사전에 양 후보 측이 선정한 전문가(패널)들이 투표를 통해 평가하는 배심원단의 평가 + 여론조사를 합산하는 혼합형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100% 여론조사보다는 패배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문재인 후보 선대위원장은 단일화의 3대 원칙으로▲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단일화 ▲세력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하는 단일화로 정하고 “더 많은 국민의 참여가 이뤄지고 축제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여론조사와 배심원단 경선 병행 방식을 시사한다. 

세 번째, 100% 여론조사 방식은 안철수 후보 쪽에서 원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2∼3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해 오차범위를 벗어난 격차로 앞선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할 경우 안철수 후보가 앞선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었다. 하지만 11월 6일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를 전후해서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안 후보 쪽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안철수, 여론조사 방식에 기대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야권단일후보 지지도에서는 문재인 43%, 안철수 37%로 문 후보가 8주 연속 우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과 지난 5~6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44.8%로 안철수 후보(41.6%)를 3.2%p 앞섰다.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여론조사한 결과도 야권단일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 후보가 41.%로 39.9%인 안철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박근혜 지지층을 뺀 야권지지자-무당파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도 최근에는 문재인 후보의 상승세가 감지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8~9일 양일간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야권단일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문재인 46.6%, 안철수 45.8%로 문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후보단일화가 합의되면서 조직과 세(勢)가 강한 문 후보 쪽으로 몰리는 흐름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여전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문 후보에 앞서 있다. 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조사결과는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47.4%, 문재인 46.2%이었지만,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안철수 48.8%, 박근혜 45.9%로 안 후보가 ‘본선 경쟁력’에서 다소 앞섰다.

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안철수-박근혜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50.6%, 박근혜 40.0%로 나타나 ‘문재인 47.9%, 박근혜 43.0%’ 결과를 앞서고 있다. 보수적인 여론조사 기관으로 꼽히는 ‘한국갤럽’의 지난 9일 조사에서도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46%, 박근혜 45%로 안 후보가 앞섰지만 박근혜-문재인 대결에서는 박근혜 47%, 문재인 44%로 문 후보가 뒤졌다. 

이처럼 본선경쟁력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후보에 앞서 있다는 것이 안 후보 쪽이 여론조사 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는 주요 이유이다. 안철수 후보 쪽 장하성 교수는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항상 문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국민의 뜻이고 후보 단일화는 국민의 뜻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라며 문 후보 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원천적으로 조사방식에 따라 들쭉날쭉해서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전화면접이냐, 자동응답전화(ARS)로 하느냐도 변수로 작용하고, 선호도냐 지지도냐 등 설문 내용에 따라서도 결과는 달라진다. 대부분 표본수가 1000~3000명에 불과하고 여기에서도 응답률은 20%가 채 안 된다. 낮은 응답률 뒤에 가려진 ‘숨은 표’라는 변수를 헤아리기는 더 더욱 어렵다. 문재인 후보 쪽 이목희 기획본부장이 “민주당 후보는 100만 명이 참여해 만들었는데 (여론조사를 통한) 3000여 명의 의견만으로 단일화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文, 여론조사 받아들일 것
하지만 이런 맹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양 후보 간의 신경전이 계속될 경우 세 가지 방식 중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단일화에 더 적극적인 문재인 후보가 결국 여론조사 방식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나 최근 민주당 내에서 여론조사를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이렇게 되면 여론조사 룰과 문구를 놓고 두 후보 쪽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문 후보는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한지를 묻는 ‘적합도 조사’를 하거나, 박 후보 지지층 및 새누리당 지지층을 포함해 조사해야 유리하다. 따라서 문 후보 쪽은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문 후보에게 유리한 단순 지지율이나 후보적합도 중심의 질문항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이른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유권자들을 조사 대상으로 한정하는 2002년 단일화 방식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가 여론조사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가 이기는 걸로 나오기도 하는 만큼 우리 쪽에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다. 여론조사로 가더라도 문항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안철수 후보 쪽에서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여론조사 협상에 대비해 여론조사의 전문가를 캠프 내에 영입해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준비해왔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안후보비서실 부실장 정기남 씨(48)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인 정 씨는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정책특보로 일한 바 있다. 정 부실장은 2003년 여론·정책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설립했고, 특히 열린우리당이 압승했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해냈던 여론조사 전문가다. 그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의 오랜 측근으로서 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치는 등 민주당 내 기류에도 밝은 전략가로 꼽힌다. 따라서 양 후보 간에 여론조사 방식과 문항을 둘러싼 피 말리는 ‘밀당’이 전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단일화 룰 막판 文·安 합의”  
하지만 두 후보의 성향을 감안할 때, 최종 단일화 방식이 두 후보의 회동에 의해 단박에 정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재인 후보 쪽 신계륜 특보단장은 “제가 보기엔 협상팀 없이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나면서 실무협상까지도 두 사람이 전격적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문재인-안철수 담판을 통한 단일화 방식 확정을 전망했다.

안철수 후보 쪽 김성식 선대본부장도 담판 가능성에 대해 “후보들이 직접 국민들 앞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스스로의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화답했다. 여론조사 방식은 자칫 패배한 쪽에 대한 배려가 약해질 수 있다. 두 후보의 11·6 백범기념관 합의정신을 되짚어볼 때 두 후보 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막판 담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 누구도 풀기 힘든 매듭을 알렉산더대왕은 칼 한 자루로 단박에 끊어버렸듯이 두 후보가 회동해 전격적으로 단일화 룰에 합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찌 됐든 이번 주가 지나야 단일화 룰 협상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박스기사 / 새정치 선언 협상팀, 보기보다 약체인 이유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백범기념관에서 단일화를 공표한 후 합의안으로 내놓은 7개항 중 단연 기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새정치 공동선언’을 내놓을 실무협상팀 구성이었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들 협상팀이 단일화 방식 실무까지 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두 후보 진영이 하루 뒤에 공개한 실무진 6명은 기대보다는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 후보 쪽은 선대위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실무팀장으로 선임하고, 실무팀에 윤호중 전략기획실장과 김현미 의원을 투입했고, 안 후보 쪽은 실무팀장에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 팀원에 심지연 경남대 교수와 김민전 경희대 교수를 선임했다. 
 

▲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새정치공동선언 실무회담에 문재인-안철수 캠프 관계자들이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첫 모임을 갖고 ▲새정치의 필요성과 방향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의 과제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 ▲새정치 실천을 위한 약속 등 4가지 의제 설정에 합의했다. 이어 9일에는 대통령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국무총리의 인사제청권과 장관 해임 건의안을 확실히 보장하고,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는 한편, 국회 윤리 특위, 선거구획정위원회, 세비심의위원회 등에도 시민을 참여토록 하는 등의 정치개혁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축소, 중앙당 축소 혹은 폐지, 국고보조금 축소 등의 핵심 쟁점들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며 진통을 거듭했다.

문 후보 쪽 정해구 실무팀장은 “단일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짓고 단일화 협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조속한 합의를 주문했지만 안 후보 쪽 김성식 실무팀장은 “정치혁신이 제대로 될 때만 정권을 교체할 수 있고, 이기는 단일화, 연대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새정치 국민선언은 통과의례가 되서는 안 된다”며 졸속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들 새정치 선언 실무팀은 야구로 치면 ‘새정치 공동선언’만 이끌어내는 중간계투진 격이고 실제 단일화 방식 협상을 마무리 지을 해결사는 다른 채널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 후보 쪽에서는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고 전략통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냉정하고 합리적인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협상대표로, 여론조사 전문가인 정기남 씨가 실무 총괄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후보 쪽에서는 2002년 단일화 실무 협상에 참여한 바 있는 신계륜 의원이 협상 대표를 맡을 적임자로 꼽힌다. 그리고 ‘여권의 장자방’에서 ‘문재인의 장자방’으로 변신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막후에서 여론조사 룰 협상과 관련한 자문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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