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력후보 3인 ‘새 정부 구상’ 뜯어보니…

▲ 사진=뉴시스

12월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는 ‘큰 정부’의 틀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등 여야 유력 대권후보들이 정부부처 신설과 부활, 개편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복지 및 일자리 창출 공약으로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커지고 금융감독체계의 대수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처 신설은 추가적인 재정지출 수반돼 국민 부담
누가 대통령 되든 금융감독 체계는 대수술 불가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정책을 전담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룰 기회균등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를 되살리고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하며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겠다고 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부분의 미래의제를 관리할 전담부처의 신설을 언급하고, 해양수산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창출기구·재벌개혁위원회·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증원 공약도 잇따르고 있다. 문 후보는 경찰 공무원 3만 명과 사회 공공 분야 공무원 대폭 증원을 약속했고, 박 후보도 경찰 공무원을 2만 명 늘리겠다고 했다.

세 후보는 위원회와 특별기구신설에 대해서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사회적 약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회균등위원회와 대통령 친인척,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한 특별감찰관제, 상설특검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국가일자리위원회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국가청렴위원회도 되살린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는 재벌개혁위원회와 교육개혁위원회 등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세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부활을 약속한 해양수산부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8월에 신설됐으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 2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폐지됐다.

세종로·과천 관가 대선 때까지 개점 휴업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부처 개편이 확실시되면서 관가 주변에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정책개발과 업무추진에 전념할 수 없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조직이 개편되면 업무 적응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국력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조직을 아예 헌법으로 규제해 잦은 개편에 따른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대선의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불가피하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해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정부론’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상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권 초기마다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조했던 ‘작고 효율적인 정부’와 비교할 때 온도차가 크다. 물론 역대 정부들도 초심을 잃고 임기 중·후반에 가서는 정부의 크기가 커지는 요요현상을 되풀이했지만, 일단 출발선상에선 정부조직 슬림화를 외쳤다. 반면 이번에 여야 후보들은 부처의 신설 혹은 부활만 얘기하고 있을 뿐 통·폐합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공무원 표를 의식해 신설계획만 내놓는 것이라면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편의주의적 공약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조직개편 방향과 관련해 퍼즐조각이 아니라 종합적인 밑그림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몸집을 키우면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른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는 점이다. 부처의 신설은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수반한다.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야 후보들은 증세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늘어날 복지정책에 정부의 사이즈까지 비대해지면 국민의 호주머니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정책 ‘분리’ 감독기구 ‘쌍봉형’
세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에서는 금융감독체계의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빅3 대선후보 모두 큰 틀에서 금융정책부문(금융위원회)을 분리하고, 감독기구는 ‘쌍봉형’ 체계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봉형 체계란 금융건전성감독기구와 금융시장(영업행위)감독기구로 이원화된 조직을 말한다. 세 후보는 다만 금융정책부문을 어디에 둘 것인지, 쌍봉형 체계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현행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캠프는 현행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부문을 금융위원회로 이관해 ‘부’나 ‘청’ 단위의 금융부처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금융부’가 되면 산하기관에 금융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설치되고 구성원은 모두 공무원화된다. ‘금융청’이 되면 이들 두 기구는 금융청 내부 부서로 남는다. 다만 막강해진 모피아(경제관료)의 권력을 차단하기 위한 견제 장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캠프는 참여정부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기재부의 ‘예산과 세제’ 조직은 별도의 부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체계는 감독정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협의체로 두고, 금융감독기구(금융감독원)가 실무를 담당한다. 기관장은 겸임하되 민간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감독기구와 영업행위감독기구’ 또는 ‘금융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보호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안철수 캠프는 금융감독체계의 ‘독립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따라서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금융감독기구는 ‘금융시장(영업행위)감독원’과 ‘금융건전성감독원’으로 분리하되 각각 감독정책과 집행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이 경우 금융소비자보호업무는 금융시장감독원이 수행한다. 또 안 후보 측은 금융감독기구와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간 거시건전성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금융안정위원회’도 신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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