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달군 핫 이슈

정치권의 막말이 연일 도마에 올랐다. 지난 5일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의 여성성에 대해 ‘섹스-젠더’로 연결시켜 물의를 빚더니, 9일에는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에 대해 국민을 홍어 생식기에 빗대 파문을 일으켰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이 지난해 9월 검찰을 가리켜 개XX라고 비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명박박명’이란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샀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트위터에서 대통령의 사망을 기원하는 ‘명박 급사’를 리트윗(추천)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강금실 - “섹스는 여성이고 젠더는 여성 아니다”

▲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에서 여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생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젠더’(gender·사회문화적 성)”라며 “박 후보는 젠더로서 여성의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자로 태어난 여성이 아니라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은 또 박 후보가 강조해야 할 정체성은 ‘여성정치인’이 아니라 ‘2세 정치인’이라며 “철저히 아버지 모델, 어머니 이미지를 인용하고 있는 박 후보는 독립된 여성 정치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일 트위터에서 “뻔뻔한 박근혜. 지금의 열악한 여성 격차는 새누리당 40년 집권 결과”라며 “여성의식 없는 후보가 제 입으로 여성을 말하다니. 대통령 되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무개념의 권력의지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의 젠더 발언은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우선 트랜스 젠더를 연상시켜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기 쉽다. 비록 개념상으로는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문화적 성’이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박 후보를 가리켜 생물학적인 섹스와 구분되는 젠더로 봐야 한다는 말은 자칫 ‘박 후보는 여성이 아니다’는 단순한 논리로 곡해되기 쉽다. 한마디로 박 후보의 ‘여성 후보’ 이미지에 먹칠을 하자는 의도다.

그의 ‘섹스-젠더’ 발언이 나오자 여야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트위터 아이디 elvi****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박근혜에게 쏘아대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강금실의 여성성의 상실을 보는 듯하다. 강금실은 표독한 칼질을 그만두고 같은 여인으로서 박근혜에게 존경심을 보이기를”이라고 주장했고, 트위터 아이디 oej****는 “RT 박근혜 비판 중 제일 구역질은 강금실. ‘박근혜, sex는 여자이지만 gender는 여자 아니야’ 자기가 뭔데 ‘(여성)대통령? 이라고 패악’ 강금실은 공인 젠더 감별사? ‘나는 사람의 내면을 평가할 자격 있다’는 교만의 극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투데이 아이디 pa****는 “강금실은 개념이 넘쳐나서 법무장관 시절 외국인 지문날인을 폐지했냐?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우웬춘(오원춘)이가 당신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라며 지문날인 폐지가 외국인 범죄를 불러온 것을 간접 공격했다.
 

김태호 “국민을 ‘홍어X’으로 생각”

▲ ‘홍어X’ 이란 막말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김태호 의원.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간 단일화 합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홍어 수컷의 생식기를 빗대 막말을 내뱉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본부 회의에 참석, 두 후보 단일화 합의를 거론하며 “(문·안 두 후보가) 정치개혁, 정권교체의 희망 등을 국민의 이름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엔 이렇게 해도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면서 “국민을 마치 ‘홍어X’처럼 생각하는 국민 사기 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김 의원이 쓴 ‘홍어X’이란 표현은 홍어 수컷의 생식기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만만한 것’, ‘쓸모없는 것’ 등의 의미로 쓰이는 욕설에 가까운 비속어다. 홍어는 본래 수컷이 암컷보다 고기가 질기고 뻣뻣해 어부나 수산 상인들이 수컷을 암컷으로 속여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생식기를 잘라내는데 여기에서 이런 표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의 이 발언에 회의를 주재했던 서병수 사무총장은 “회의 중 부적절한 용어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고,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어떤 경우에서도 안 되는 표현, 누가 듣기에도 거북한 표현을 공개석상에서 한 부분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면서 “당의 입장에서 (김 의원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제가 좀 과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국민을 지나치게 무시한 데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황상민 연세대 교수가 자당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여성 대통령론(論)’과 관련,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언어테러’로 규정하고 교수직 사퇴를 요구한 바 있어 김 의원 발언이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새누리당 김 의원의 ‘홍어X’ 발언에 대해 “문 후보와 무소속 안 후보의 단일화에 겁먹은 새누리당이 멘붕(‘멘털 붕괴’의 줄임말)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  “검찰은 개XX”, “명박급사”

▲ ‘막말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의 지난해 9월 트위터 발언도 뒤늦게 문제가 됐다. 박 대변인이 지난해 9월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이라고 쓰고, 개XX라고 읽는다. 아이고 속이 다 시원”이라고 글을 올린 사실이 지난 10월 31일 확인돼 물의를 빚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대변인, 진보신당 부대표에 이어 지난 3월 민주당 공동대변인에 임명된 박 대변인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공동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마포을 정청래 의원의 막말도 뒤늦게 알려져 말썽이 됐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종북좌파’를 호되게 비판한 경희대 법과대 겸임교수인 전원책 변호사를 겨냥해 트위터에 “머리가 빈 돌대XX들이 거칠고 큰소리로 주접을 잘 떨죠”라고 막말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31일에는 트위터에 ‘정청래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로 ‘명박박명’이라고 올렸다.

비례대표 10번으로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대통령의 사망을 기원하는 ‘명박 급사’를 리트윗(추천)했다.
그는 “새해 소원은 뭔가요? 명박 급사”라는 글을 리트윗하며 “꼭 동의해서 ‘알티’하는 건 아니지 않다는 확신을 저는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이중부정 문구도 덧붙였다.

사실 이런 막말은 공인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문제 삼기 어렵다. 사석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다. 그러나 이 말이 공석에서 이뤄지고, 또 공인이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공인, 특히 정치인의 막말은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수준과 품위를 떨어뜨리고, 국내 정치수준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막말에 대한 국민의 심판도 혹독해 단숨에 정치인의 생명을 끝내기도 한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는 막말이 횡행하지 않고, 그래서 한층 수준 높은 정치가 실현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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