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유주의적 정의>

국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정면으로 비판한 서적이 출간됐다. 조선대학교 염수균 교수(철학과)가 쓴 <자유주의적 정의-샌델의 정의 담론 비판>(조선대학교출판부)이 그것.

염 교수는 이 책에서 샌델을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에 비유했다. 또 정의에 대한 샌델의 견해에는 많은 오류가 있어 그것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읽으면 샌델과 함께 비트겐슈타인의 ‘파리 병’(fly-bottle)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겐슈타인의 ‘파리병’이란, 비트겐슈타인이 철학의 임무를 ‘파리를 파리병에서 끌어내오기’에 비유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파리는 유리병에 갇히면 주위가 온통 투명한 유리이기 때문에 출구를 찾지 못한다고 한다. 결국 보이는 대로 거기가 출구려니 하고 나오려 날아들다 유리에 부딪쳐 혹만 얻게 된다는 것.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문제란 파리병 안의 파리처럼 언어라는 벽을 모르고 직접 현실에 뛰어들어 날뛰다가 얻게 된 혹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염 교수는 샌델이 도덕철학의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관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특히 다양한 ‘덕’의 개념들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해 정의에 대한 샌델의 주장들은 거의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정의라는 덕목이 왜 최고의 덕목이 되어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염 교수는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샌델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정의와 관련된 주요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의 명확하고 이해 가능한 견해를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의에 관한 하나의 참고점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샌델의 주장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가와 함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분명한 견해를 밝힘으로써 독자들이 정의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염 교수는 서울대에서 플라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양고전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스기사

<분노한 사람들에게>

 
2010년 작은 소책자 한 권으로 전 세계에 ‘분노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테판 에셀의 후속작이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의 저자는 철학자, 외교관을 거쳐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의 대표적 사상가다. 그는 이 책에서 ‘분노는 시작일 뿐’이라며 ‘분노한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엇이 인류의 새로운 전진을 가능케 하는지’에 대해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부제에서 나타나듯 그 답변은 ‘공감하라! 행동하라! 그리하여 세상을 바꾸라’는 메시지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저자가 친필 서명과 함께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이 실려 있다.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지구민들은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합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는 투표에서 말입니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힘을 얻기 바랍니다.”
유영미 옮김, 1만 2000원, 뜨인돌
 

<살아야 하는 이유>

 
전작 <고민하는 힘>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강상중의 두 번째 책. 저자는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난 교포 2세로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대참사의 현장에서 인간의 불행과 고통을 직면한 저자는 지금까지의 사회 시스템과 그 안에서 안위해온 삶의 방식을 돌이켜본다. 또한 지옥과 같은 절망을 마주하고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을 강조한다.
송태욱 옮김, 1만 1500원, 사계절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