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대표 경선정국 돌입,민주당, 5.4전대 당권장악 기싸움

▲ 친박계 정치인 이주영, 최경환 의원(오른쪽)이 서로 '박심'을 내세우며 원내대표 경선 준비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한기주 기자] 서울 노원병과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이 선거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여의도 정치권 인사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거물급 후보인 안철수김무성이완구 후보가 예상대로 앞서나가면서 흥미가 떨어진 점도 있지만 두 거대 정당의 향방을 정할 빅 이벤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 과반이 넘는 152석의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경선정국에 들어갔고, 의석 127석의 민주당은 5월 4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국대의원대회가 한창이다. 새누리당 내부는 물밑에서 주류인 친박계와 비주류의 세대결이 전개되고 있고, 민주당도 당권싸움이 치열하다. 봄날 벚꽃이 만발한 여의도의 물밑에서는 정치권 인사들이 치열한 기싸움과 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주영최경환남경필김기현 눈치작전
지난 11일 오전 7시 30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독일 연구모임인 ‘대한민국국가모델연구회’(대표 남경필 의원) 출범식이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잘 연구해 한국형 자본주의 발전 모형을 모색할 계획인 이 모임에는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7선) 의원을 비롯해 이병석 국회부의장, 정의화(5선), 정병국(4선), 김기현(3선) 의원 등 중진들이 주로 가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내 비주류 세력이 주축인 이 모임에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이주영(4선), 최경환(3선) 의원도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두 의원은 이날 세미나보다는 새누리당 의원 54명이 가입한 이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나누며 동료 의원들의 점수를 따기에 분주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이주영, 최경환, 남경필, 김기현 의원 등 4명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 중이다. 최경환 의원은 당내 친박 핵심, 이주영 의원은 중립성향의 신박(新朴),남경필 의원은 당내 쇄신파 리더, 김기현 의원은 친이출신 중립성향으로 분류된다. 경선전이 달아오르면서 이들 4명은 출신지역과 계파를 따지지 않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자세다.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지난 3일 초선의원 정책연구모임인 ‘초정회’ 소속의원 27명이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자 어디서 첩보를 입수했는지 최경환 의원이 나타났다. 청와대 ‘왕수석’으로 회자되는 이정현 수석이 참석한 자리에 최경환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박심’(朴心.박대통령의 의중)이 최 의원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최 의원도 주최측으로부터 인사말 시간을 얻어 ‘나홀로 초청’된 것을 은근히 강조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이주영 의원이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급히 나타나자 주최측은 이주영 의원에게도 인사말 시간을 내줘야 했다고 한다. 이주영 의원은 강연회가 끝난 뒤 초선의원들에게 ‘청와대가 최경환 의원을 원내대표로 낙점했다’는 소문을 반박하며 최 의원이 ‘박심 부풀리기’를 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의원들 사이에서 친화력 좋기로 소문난 최경환, 남경필 의원은 지난 3월 22일 열린 초선의원 워크숍 때 고급술을 보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 vs 비박 구도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인사들에 따르면, 현재 경선 판도는 친박계인 이주영, 최경환 의원이 앞서가고 있고, 비주류 중진인 남경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의원들의 주 관심사는 양대 세력의 단일화 여부다. 비주류인 남경필, 김기현 의원의 단일화 여부보다는 친박계인 이주영, 최경환 의원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다. 친박 후보의 분열은 당이나 청와대에도 부담일뿐더러 경선 이후에도 상처를 남기며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자칫 비주류계의 단결을 가져와 현재의 새누리당 지도부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단일화와 관련해 최경환 의원은 “집권 여당으로서 힘있게 정부를 뒷받침하고, 책임있게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며 은연중에 ‘박심’을 드러내며 출마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찌감치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이주영 의원도 “당과 청와대 간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내가 원내대표에 적격이다. 최경환 의원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의 대결구도가 지속되자 남경필, 김기현 의원은 당내 비박(非朴)계와 친박 비주류, 친이계 등 관망파까지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단일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적극 고무돼있다. 특히 두 의원은지난해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한 조를 이뤄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다가 결선에서 이한구-진영 의원에 역전을 당한 바 있다. 이번에 당선되면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 내 단일화 문제를 비롯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조합을 둘러싸고 다양한 합종연횡 시나리오도 나오는 등 점점 선거정국이 조성되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원내대표의 임기종료일인 5월8일 이전에 경선을 마칠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경선과 함께 핵심 당직에 대한 개편을 준비 중인데, 서병수 사무총장이 내년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사실상 ‘공석’이 돼 버린 당 정책위의장의 후속 인선도 해야 하고, 이정현 김진선 최고위원의 공백을 메울 최고위원 2명의 인선도 마쳐야 한다. 어찌됐든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의 국정운영 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민주당 대표, 김한길 vs 이용섭 vs 강기정
민주당도 지난 12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5·4전국대의원대회 예비경선을 치르고 13일부터 본경선에 들어가면서 당 전체가 선거열기에 휩싸여 있다. 4.24 재보선은 사실상 민주당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양상이다.
 
당 대표 후보로는 비주류 좌장인 4선의 김한길 의원과 3선의 강기정 의원, 재선의 이용섭 의원이 1차 예선을 통과했다. 친노계의 지지를 받았던 범주류계인 4선 중진 신계륜 의원은 대선배패 책임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는 윤호중·우원식·안민석·신경민·조경태·양승조·유승엽 의원 등 7명이 확정돼 4명이 최종 선출되는 본선 경선을 앞두고 있다.
 
현재 민주당 전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당 대표에 누가 당선되느냐는 것이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비주류의 좌장인 김한길 후보가 40%가 넘는 지지율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 등에서 소외받았던 당내 비주류 진영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단독으로 과반 득표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한길 후보는 당내 모든 계파를 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우리 가슴에 달린 친노니 비노,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명찰들 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오직 민주당이라고 쓰인 명찰을 다같이 가슴에 달고,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저는 문 후보 선대위에서 특별한 직책을 맡지 못했지만 중요한 자리에 있던 분들이 저보다 더 책임이 크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며 범주류계의 지원도 바라고 있다.
 
민주당 대표 경선은 그들만의 리그?
당 대표 후보에 도전장을 던진 이용섭 후보는 “민주당의 살 길은 하나다. 강력한 혁신을 실천하는 강력하고 능력있는 대표를 뽑으면 안철수 신당이 나오기 어렵고, 안철수 신당이 나온다고 해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혁신 전문가인 저에게 기회를 달라”며 대의원들에게 적극 구애하고 있다.
 
정세균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강기정 후보는 “새로운 야당상을 보여주는 민주당, 5년 뒤 분권형 대통령, 제 7공화국 만드는 게 우리 민주당 일이라는 것을 제가 박근혜 정부와 협상하고 협력해서 반드시 이루겠다”며 젊은 당 대표론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김한길 후보가 앞서고 이용섭, 강기정 후보가 김 후보를 맹추격하는 1강2중 구도다. 호남출신인 이용섭, 강기정 후보가 김한길 후보에 맞서 단일화할 경우 선거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5.4 전대가 이처럼 민주당을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안철수 후보가 재보선을 통해 원내진입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의 재편이 또다시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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