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한국전쟁?…가능성 희박

▲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은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내부결속용'이라는 진단이다. 사진은 핵탄두 탑재가 추정되는 북한의 미사일.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학진 기자] 북한이 3월 초부터 남한과 미국에 대해 연일 도발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며 세계 각국의 이목을 한반도에 집중시키고 있다. 심지어 ‘한라산 영봉에 공화국기를 휘날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나대는 북한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남북의 긴장 수위가 높아진 지금, 과연 한반도는 제2차 한국전쟁을 치르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인가.

 키리졸브 훈련 빌미 휴전협정 폐기 선언

북한이 도발을 위해 잡은 꼬투리는 역시나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였다. 북한은 지난달 5일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는 11일부터 한국전쟁 휴전협정의 효력을 전면 백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에도 키리졸브 훈련 때 개성공단 통행을 세 번 차단했다가 훈련이 끝나자 푼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수위가 높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 군통신선을 차단하며 긴장 수위를 차츰 높여갔다. 지난달 27일 북한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에서 “남북 군통신선을 차단하겠다. 우리의 대응의지는 실제적인 물리적 대응으로 계속 과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급기야 북한은 지난달 30일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내고 “조선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는 끝장났다”고 선언했다. 며칠 후 북한은 미사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지난 5일 더 놀라운 사실이 외신을 타고 날아들었다. 북한 외교 당국이 평양 주재 외교관들에게 “한반도 긴장으로 10일 이후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철수를 권고한 것이다. 전쟁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져만 갔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선전부장도 도발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8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잠정 폐쇄조치를 발표하고, 이튿날 북쪽 노동자들을 철수시켜 버렸다.

도발적인 말을 메우기 위해 북한은 지난 4일 중거리 탄도 미사일 ‘무수단’을 동해 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때부터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미국은 구축함 매케인호화 탐지 전용레이더(SBX-1)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배치시켰고,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동해 쪽으로 올려 보냈다.

북한은 12일 현재 강원도 원산의 무수단 미사일 외에도 남한과 일본 타격이 가능한 스커드·노동 미사일 등도 함경남도에 배치시켜 한·미·일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은 특히 원산에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을 격납고에 숨겼다가 끌어내는 행동을 반복하며 기만전술을 펴고 있다.

2차 한국전쟁?…가능성 희박

북한이 앞서 언급한 대로 무수단 미사일을 미국 본토로 발사할 수 있을까. 이때의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다.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미국은 미사일을 요격한 후 폭격기 등으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하는 대신 목표를 남한으로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우려가 큰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자국의 존망을 내걸고, 자폭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미사일은 남한과 미국, 일본이 아닌 태평양 공해상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빅토르 예신 전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사령관도 11일(현지시간) “무수단 미사일이 한국과 일본의 전략시설을 벗어날 가능성이 커 요격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적으로 발사할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찌됐든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축포성격이 강했다. 이런 이유로 김일성 생일인 15일을 전후해 발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12일 내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회동에서 나오는 대북 메시지에도 관심이 많은 북한이다.

자기 방어의 한 형태에 불과…도는 지나쳐

그렇다면 지속적인 도발 언행과 미사일 발사 준비와 같은 강경조치는 무슨 이유일까.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한의 벼랑 끝 전술, 허세·허풍은 외교 방법의 한 요소로, 북한은 오랜 기간 자기 방어의 한 형태로 이런 전략을 이용해 왔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군사전문지 ‘국방’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은 역설적이게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의 편집장 이고르 코로트첸코는 “북한의 도발은 자신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자신들의 체제를 무력으로 전복시키려 하면 대응할 무기가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내 몇몇 전문가들은 추대 1년이 갓 넘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지를 강화해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내부결속용’으로 풀이한다. 여기에는 세를 불린 군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어린 나이로 정치 경륜이 부족한 김정은을 보필해 군부의 강경 노선을 제어할 인물이나 세력이 없다. 군부의 독주는 특히 지난해 12월12일 은하3호 발사 성공과 올 2월의 제3차 핵실험 성공에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김정은의 내부지지층을 탄탄히 다져 자신들의 입지를 넓힐 계산인 북한 군부다.

또 다른 전문가는 남북 긴장 수위를 높여 챙길 것은 챙겨가려는 심보로 풀이한다. 이는 과거 ‘도발-협상-재도발’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수순과 일치한다. 우리 정부도 11일 남북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보기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 지원과 내부체제 결속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속앓이, 미·일은 내심 쾌재

미국을 넘어 ‘팍스차이나(Pax China)’를 꿈꾸는 중국의 속내는 편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은밀한 기싸움을 벌여온 중국으로서는 세계의 이목이 동아시아로 쏠리는 것이 탐탁지 않다. 자국 해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미국의 이지스함과 탐지 전용 레이더 등이 배치된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 연설에서 “아시아 지역 안정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어느 일방이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과 세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된다”며 북한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이 고마운 측면도 있다.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선택해 G2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포위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전에 중점을 뒀던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이다. 경제적 성격이 짙은 회귀 전략이나, 여기에 군사적 역량까지 보태지면 미국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도발을 빌미로 중국 인접 해역에서의 군사 활동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극우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집권으로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달 9일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시키고 교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결과지만, 중국 팽창에 긴장하는 미국과 일본의 물밑교감이 이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우경화에 가속도를 붙임과 동시에,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일본에게도 이번 북한의 도발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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