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74% 계열은행 출신…해외수익 1%대 ‘말로만 글로벌화’

[위클리오늘=안정만 기자]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 10명 중 7명이 산하 계열은행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지주 출범 12년이 지났지만 지나친 ‘순혈주의’(純血主義)로 인해 금융지주의 글로벌화는 말로만 그치고 은행에만 편중된 사업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5일 기업경영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임원구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50명 중 37명(74%)이 자체 승진한 은행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반면 관료·금융연구소 출신은 4명, 증권 2명, 카드사 1명 등에 그쳤다. 기업 출신은 대한생명과 딜로이트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하나금융지주의 조기욱 부사장 한명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기관의 고직적인 순혈주의가 여전하고 지주회사에서 기업식 경영방식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의 해외진출 현황을 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수가 은행당 평균 6개에도 못미치는 22개에 불과했다. 지난 3년 동안 2곳의 해외법인이 늘었을 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오히려 해외법인 수익이 줄어드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 이들 법인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전체 매출의 고작 1.61%에 그쳤다. 지난해 73조1702억원의 수익 가운데 해외에서 불과 1조1080억원을 올린 것으로, ‘우물안 개구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나마 2001년 가장 먼저 출범한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은행이 3.1%의 다소 높은 비중을 보였을 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1.69%와 1.50%에 그쳤다.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은 0.25%에 불과했다.
반면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해외매출 비중을 나타내는 TNI지수(Transnationality Index·다국적기업의 국제화 수준)는 UBS 77%, 도이치뱅크 75%, HSBC 65% 등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과 일본의 미츠비시UFJ도 각각 44%와 29%를 기록했다.
이밖에 4대 금융지주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업종 다양화라는 지주회사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은행 수익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현재 각 금융지주의 전체 수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금융지주가 92.9%, 우리금융 90.7%, 하나금융 90% 등 3개 지주가 90%를 넘었다. 신한금융지주는 83%를 기록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정부가 2001년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어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를 시도했으나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행들은 규모만 커졌다”면서 “여전히 비슷한 유형의 은행원들이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금리만을 챙기는 손쉬운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를 위해 대기업 경영마인드와 글로벌 의식을 가진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기관 내에서도 강력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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