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만 지는 KBO 놓고 뒷말 커지는 내막

▲ 6일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프로야구 제10구단의 창단 공동협약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석채 KT 회장, 염태영 수원시장(왼쪽부터)이 서명한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T와 경기도·수원시 프로야구 새 구단 창단 양해각서 교환
전북도 중견향토기업 컨소시엄 구성해 프로구단 창단 움직임

1982년 태동한 한국 프로야구에 제10구단의 탄생은 로망 그 자체였다. 연 관중 700만 명을 돌파한 한국 야구에서 10구단 체제가 되면 경우에 따라 양대 리그제를 실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 관중 1000만 명 시대도 멀지 않게 된다.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야구를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토록 갈망하던 역사적인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가 눈앞에 다가왔다.

야구팀 창단에 절대적 권한 행사하는 KBO 이사회 ‘강 건너 불구경’만
이사진 자신들 파이 줄어들까 ‘노심초사’, 이기주의 벗으라는 팬들 비판 많아

매출 20조가 넘는 거대 통신기업 KT가 최근 경기도, 수원시와 함께 10구단 창단에 관한 3자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를 압박했다. 이와 함께  KT에 앞서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의사를 밝혔던 전라북도도 때를 맞춰 유망 중견 향토기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기업 위주의 창단에서 탈피한 새로운 구단 운영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한동안 잠복해 있던 프로야구 10구단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사회 또 무슨 핑계 댈까
야구계 안팎에선 프로 야구팀 창단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KBO 이사회가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사회는 프로야구단 사장단들의 모임으로 KBO 최고 의결기구다. 하지만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간 팀 수가 늘어나면 자신들의 파이가 줄어들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선 KBO 이사회가 신생 구단의 탄생으로 프로야구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게 돼 그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사회는 9구단 창단을 결정할 때도 온갖 ‘핑계’를 다 댔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NC소프트가 창단의사를 밝혔을 때 30대 재벌기업이 아니라고 반대하기도 했고, 홀수구단으로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여론의 폭풍에 맞아 마지못해 승인한 기억이 생생하다.

KBO 이사회는 지난 6월 제10구단 창단논의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한국야구의 아마추어 저변이 척박해 구단 증설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반대 구단들의 주된 논리였다. 53개에 불과한 고교 야구팀에 따른 선수 수급 문제 및 프로야구의 질적 하락이 우려돼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야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환경이 조성되면 10구단을 창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올스타전 보이콧 배수진을 치며 10구단 창설을 촉구하고, 여론 역시 창단 반대구단에 뭇매를 퍼부으면서 KBO 이사회는 7월에 이사회를 다시 열어 10구단 창단 일정을 KBO에 일임했다.

그로부터 4개월의 시일이 흘렀다. 과연 그동안 구단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바뀐 게 없는 듯하다. 10구단 창단에 관한 논의는 구단 사장들이 만나 의견을 조율하거나 사석에서도 이뤄진 적이 없다. 그만큼 관심 밖이라는 얘기다. 10구단 창단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KBO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들까지 총 10명의 이사 가운데 3분의 2인 7명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KT, 정공법으로 돌파 시도
제9구단 창단 때는 후보가 한 곳뿐이었지만 이번엔 2곳이다. KBO 이사회가 내건 ‘까탈스런 조건’은 KT·수원시의 등장과 함께 상당 부분 충족하게 됐다. KT와 경기도, 수원시가 발표한 10구단 창단 청사진에 따르면 학교 및 사회인 야구팀들을 위한 야구장을 대폭적으로 조성해 100개 정도의 야구장을 만들 계획이다. 수원시는 290억 원을 들여 기존 수원야구장을 2만 5000석 규모로 리모델링하고 수원구장을 ‘KT수원야구장’으로 개명한다. 기존 8개 야구단 가운데 몇몇 구단이 갖고 있는 제반 여건보다 더 뛰어나다.

KT는 KBO 이사회가 내세운 장벽인 인프라 문제에 정공법을 택했다. KT와 경기도, 수원시의 ‘3각 연대’가 KBO의 진입장벽 논리를 부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프로 야구단을 두 차례 인수하려 했던 KT보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더 적극적이다.

10구단 창단을 바라는 팬들의 오랜 소망이 이뤄지기 위해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0구단 창단 승인이 통과되고, 선정 작업도 거쳐야 한다. 특히 이사회 통과라는 첫 산을 넘으려면 KBO가 조정 능력을 발휘해 10구단 창단에 반대하는 몇몇 구단의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10구단 창단을 바라보는 기존 구단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넥센 히어로즈와 2013년 1군 무대에 입성하는 NC소프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절차를 지켜야 한다”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KBO도 소극적이다. 10구단을 하루라도 빨리 탄생시켜 홀수 구단 운영의 폐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벽창호 같다.

‘7월의 약속’ 지켜라
독점 시장인 프로야구에서 또 다른 구단의 출현은 내가 가질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파이를 보다 크게 키워 함께 나눈다’는 생각보다는 조그마한 파이를 지키려는 이기적인 결론을 내리기가 쉽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이제까지 “프로야구는 매년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해왔다. 기업들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부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한다면 기존 구단들이 시장 확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800만 관중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10구단의 출현은 오히려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흥행 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야구계 안팎에선 KBO 구본능 총재와 이사회가 팬과 선수협에 했던 지난 7월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수협의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위협을 넘겼다고 해서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KT와 전북도는 10구단 창단을 갈망하고 있는데 정작 프로야구 발전을 도모할 책임이 있는 KBO와 각 구단 사장들이 굴러들어온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과거 전북 연고의 쌍방울 구단과 수원 연고의 현대 유니콘스가 매각될 때 주인을 찾지 못해 쩔쩔매던 올챙이 시절을 잊었는가. 이제 KBO 이사회가 답해야 할 때다. 
 

박스기사 / 울산 현대, 국제대회 ‘무관’의 한 풀었다

ACL 챔피언스리그 우승 아시아 왕좌에 우뚝 서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2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울산 현대와 알 아흘리의 경기에서
전반 12분 울산 곽태휘가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축구든 야구든 모든 프로 스포츠는 흥행과 명예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다. 그래서 프로 팀은 성적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대회는 정상급 프로팀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에 틀림없다. 프로팀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프로축구 챔피언들의 계절이 왔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선 ‘꿈의 무대’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가 한창이다. 아시아지역에선 지난 10일 오후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이 열렸다. 그 열기 면에서 UCL에 한참 뒤쳐지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ACL의 상금 규모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ACL 출전자격을 얻었던 울산 현대는 중동 축구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리그의 ‘명가’ 알 샤흘리를 3대 0으로 꺾고 아시아 왕좌에 우뚝 섰다. 우승을 그토록 갈망하던 홈팬들에게 확실하고도 큰 우승을 선물했다. 1983년 창단한 울산이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값졌다. 2006년 전북 현대, 2009년 포항스틸러스, 2010년 성남 일화가 아시아 왕좌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해엔 전북이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알 사드(카타르)에게 분패했다.

현대중공업이 모기업인 울산의 ACL 우승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만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 원)를 포함해 원정지원금과 승리수당 등 215만 달러를 받았다. 예선리그부터 결승까지 12경기를 치러 받는 ACL 우승상금은 국내 K리그에서 1년에 44경기를 치러 우승해야 받는 상금(5억 원)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울산은 아시아 대륙의 챔피언 자격으로 다음달 6일 일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2012클럽월드컵에 자동으로 출전, 세계적인 명문클럽과 대결하며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잡게 됐다. FIFA 클럽월드컵에는 현재 2012∼13 유럽축구 챔피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남미대륙 챔피언 코린티안스(브라질), 북중미카리브 연맹의 우승팀인 몬터레이FC(멕시코) 등의 출전이 확정됐다.

아직 클럽월드컵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개최국인 일본의 J리그 우승팀을 포함해 7개국이 출전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패권을 다툰다. 울산이 4강에 오르기만 하면 출전수당 및 배당금으로 또 300만 달러(한화 약 33억 원)가량의 짭짤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ACL은 2002년 8월 유럽의 챔피언스리그를 본떠 만들어졌다. AFC는 아시아 각국의 프로축구 리그 우승 클럽과 상위 클럽들만 출전시켜 최강을 가리는 ACL을 창설했다. 아시아클럽챔피언십, 아시아컵위너스컵, 아시아슈퍼컵을 통합한 새로운 대회로 만들었으며 첫 대회는 2003년에 열렸다.

광활한 아시아 지역의 특성상 동부와 서부 지역(중동국가)으로 나뉘어 지역별로 32개 클럽이 출전해 리그전을 거친다. 8강전부터는 토너먼트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며, 결승은 단판으로 열린다.
2009년부터는 본선 참가 클럽 수가 32개로 늘어났고, K리그에서는 정규리그 1∼3위 팀과 FA컵 우승팀 등 4개 클럽이 출전해오고 있다.

국가별 출전 티켓은 각국 리그 평가에 따라 배정된다. 한국,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정상의 리그를 운영하는 6개국이 각 4팀, 오스트레일리아는 2팀, 요르단, 인도네시아, 쿠웨이트는 1팀씩 참가할 수 있고, 그밖의 나라들은 예선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출전권을 얻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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