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쩐(錢)의 전쟁’ 내막

 

▲ 문재인 후보는 ‘담쟁이펀드’로 히트를 쳤다. 사진=뉴시스

11월 25일 대선후보 등록을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마다 선거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국고보조금으로 부족해 선대위원장들이 돈을 갹출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박근혜 펀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담쟁이 펀드’를 발매해 국민들로부터 400억 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차로 200억 원을 모아 빅히트를 쳤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선거자금 한도액의 반값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하고 ‘안철수 펀드’를 발매해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 선거전의 물밑에서는 빅 3후보들의 돈 모으기 전쟁이 치열하다.
 

박근혜 - 선거자금 부족해 ‘박근혜 펀드’ 출시키로
문재인 - 200억 펀드 성공, 추가 펀드 발매 준비 중  
안철수 - “280억 펀드 성공시켜  ‘반값선거’ 치르겠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입주한 여의도 한양빌딩 2~6층은 요즘 선거철을 맞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직능단체 간부들에게 선대위 임명장을 주는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는 2층 회의실은 사각봉투를 든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되풀이한다. 선거와 관련된 인사들이 오가면서 먹는 밥값, 커피값, 술값으로 여의도 상가들은 잠시나마 불황을 잊는다. 여의도는 지금이 대목인 셈이다.

대선캠프 운영비 부담 커 

▲ 박근혜 후보도 곧 출시예정인 ‘박근혜 펀드’
참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치르려면 각 정당마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뭉칫돈이 들어가는 구조다. 우선 여의도 비싼 땅에 선거 인력이 일할 캠프 사무실을 거의 24시간 운영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사 건너편 대하빌딩 2층에 캠프 실무인력들이 상주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도 영등포 민주당사에 민주캠프를, 국회 앞 신동해빌딩 11층에 미래캠프를, 여의도 증권거래소 맞은편 동화빌딩 5층에 시민캠프를 운영하는 등 3곳에 캠프를 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시나브로 캠프인력이 300명으로 늘자 기존의 공평빌딩 4~6층에 이어 9층까지 모두 4개 층을 연말까지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6개월도 채 사용하지 않는 4개 층 사무실 임대비용만 4억 원이 다 된다.

캠프 내 인력들을 운영하는 데도 돈이 들어간다. 현행 공직선거법(제62조)에 따라 공직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유급 선거운동원을 10명 이내로 둘 수 있다. 선거사무장 1명은 7만 원, 사무원은 3만 원의 일당이 지급되고 식사비나 교통비 등 실비가 보전된다. 하지만 그뿐이다.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캠프인력은 후보가 유급으로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형식상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에 따라 최소액의 활동비를 지급해주어야 할 인력들도 있다. 또 선거가 끝나면 자원봉사자들의 사용한 실비(활동비)는 후보자가 사후 정산해주는 것도 관례처럼 되어 있다. 이런저런 비용이 후보자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기 때문에 후보들마다 펀드 발행, 후원금 모금, 선대위 간부들의 십시일반 후원 등 갖가지 방법이 속출하고 있다.           

박근혜도 펀드 발매  
박근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깨끗한 선거’를 강조해왔다.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차떼기당’ 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였다. 박 후보 캠프는 애초 국고보조금, 후원금, 당비, 금융권 대출로 이번 선거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번 대선의 선거자금 한도액 560억 원(559억 7700만 원) 중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은 한도액의 5%인 28억 원으로 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11월 26일 후보 등록 이후 이틀 만에 새누리당에 지급될 국고 보조금 157억 원을 아껴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탁금이나 의원들이 특별당비 갹출, 은행권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기대만큼 걷히지 않아 서병수 사무총장의 고민이 컸다고 한다.

중앙당에서 지방에 지급되는 자금을 아끼자 이달 초에는 한때 일부 지역에서 새누리당 선대위 임명장을 놓고 돈거래를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당장 지도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선대본부 임명장과 관련해 임명되는 인사들로부터 어떤 경우에도 돈을 받지 않는다.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 신고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신신당부까지 했다.

새누리당은 할 수 없이 돈 문제를 공론화했다. 지난 8일 국회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특별당비를 내도록 독려한 것.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2억 원,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5000만 원의 특별당비를 냈고, 서병수 사무총장도 5000만 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새누리당 의원들도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자 박 후보 쪽은 이번 주에 야권 후보들처럼 펀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애초 ‘부정한 자금이 개입될 수 있다’며 펀드 모집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국민펀드를 출시하고 ‘흥행’에 성공하자 박 후보의 인기를 활용해 펀드출시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박 후보 측은 현재 40%를 넘나드는 고정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펀드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박 후보도 펀드모금에 적극적이다. 박 후보는 “펀드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뜻을 담는 것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선거 운동”이라며 주위에 펀드 참여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문재인, 담쟁이펀드 히트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11월 25, 26일 정당 후보자로 등록하면 152억 원가량의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민주당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문 캠프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 일찍부터 국민들을 대상으로 펀드를 발매해 선거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 사상 처음으로 ‘국민펀드’ 방식인 담쟁이펀드를 출시해 발매 56시간 만에 목표액 200억 원을 모금했다. 문 후보가 제시한 이자는 연 3.09%였고, 인기리에 팔렸다. 홍보가 잘돼 소액으로 다수 국민들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박지원 원내대표가 농협으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아 1차 담쟁이펀드에 가입하고 초선 의원들도 평균 5000만 원을 약정하는 등 의원들에 대한 독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됐든 이번 선거에서 빅3 후보들 가운데 가장 좋은 펀드 발매 실적이다.

현재 펀드 발매와 자금마련은 문재인 캠프의 우원식 총무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 펀드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인데, 경선 과정에서부터 캠프에 합류한 천경득 변호사가 펀드운용팀장으로 활약 중이다. 펀드·후원팀은 여의도 신동해빌딩 11층에 입주한 미래캠프 사무실 한쪽에 둥지들 틀고 자금 마련의 실무를 맡고 있다. 문 후보 캠프는 200억 원 목표의 2차 펀드 발매를 준비 중이었으나 단일화 협상 중인 안철수 후보가 펀드 발매에 들어가자 그 시기를 늦춘 상태로 단일화 협상의 성사 여부가 펀드 발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선대위는 이번 선거에서 전국 각지에 보낼 법정 공보물, 유세 차량, 플래카드, 신문 광고, 방송 연설 등 홍보 비용으로만 350억 원가량을 잡아놓은 상태다. 국고보조금 152억 원과 펀드 400억 원, 후원금 등을 합치면 대략 법정 선거비용 한도 내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 후보 쪽은 후보 등록일 이전인 예비후보기간에 들어간 비용 25억 원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러고 보면 선거자금은 지금까지는 빅3 후보 중 문 후보가 가장 앞섰다. 

안철수 “반값선거” 약속

▲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법정선거자금의 절반만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는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후원금과 펀드로만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불리한 여건이다. 안철수 캠프는 출범 이후 11월 11일까지 사용한 비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 사무실 임대와 설치, 운영, 행사 지원 등에 5억 7700만 원, 선거기탁금 6000만 원, 홈페이지· 현수막 제작 등에 4000여 만 원 등 총 6억 8000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이 비용은 달리 구할 데가 없어 안 후보의 사재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융통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공식 후원회(후원회장 조정래)를 통한 모금도 한 달 넘게 진행했지만 실적은 4억여 원에 그쳤다. 아무래도 안 후보 자신이 2000억 원대가 넘는 ‘주식 부자’라는 점 때문에 지지자들도 굳이 안 후보를 금전적으로 후원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아무리 벤처기업 CEO 출신이라고 해도 화수분 금고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돈 문제에 대한 결단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마침내 시기를 저울질하던 안 후보 쪽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안철수 펀드’를 출시했다. 안철수 펀드로 조성된 자금은 야권후보 단일화 여부와 관계없이 안철수 후보와 펀드 가입자가 개인 대 개인의 채권채무 관계를 맺고 안 후보가 상환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발매됐는데, 금리는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펀드와 같은 연 3.09% 수준이다. 상환일은 내년 2월 27일 전후로 정해졌다.

안철수 펀드는 발매 32시간 만에 100억 원을 돌파했다. 비록 소속 국회의원이 1명밖에 안 되고 조직력이 약해 문재인 후보의 기록은 깨지 못했지만 계획한 280억 원 목표치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법정 선거비용의 딱 절반으로 안 후보가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에게 제안한 액수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국민세금으로 치러지는 법정선거비용 560억 원의 절반만으로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며 ‘반값 선거’를 실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안 후보 캠프 내부도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안 후보 캠프는 법으로 규정된 10명에서 1명 모자란 9명을 유급 선거사무원으로 쓰고 있다. 일반 선거사무원은 7만 원, 회계책임자에겐 11만 원이 지급된다. 나머지 290여 명은 말 그대로 자원봉사자이다. 그래도 박근혜·문재인 후보 대선캠프는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실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급한 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안철수 캠프는 고급인력들이 활동비 한 푼 없이 말 그대로 자원봉사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취재기자들도 취재 과정에서 교통비·식대까지 스스로 부담하며 돈 적게 쓰는 선거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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