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맥 잘못 짚었기 때문"…"경찰대 출신 견제"등 다양한 시각

 
경찰이 치안감-경무관-총경으로 이어지는 간부 인사에서 '고위층 성접대'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책임자를 전원 교체했다.

수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경찰 수사 라인의 정점에 있는 경찰청 수사국장부터 실무 책임자까지 모두 교체한 것이어서 '윗선'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18일 총경 인사에서 성접대 수사 실무 책임자인 이명교 특수수사과장을 국회경비대장으로 발령했다. 후임자는 김청수 전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과장이 임명됐다.

최초 성접대 동영상 확보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범죄정보과 실무 책임자도 교체됐다. 반기수 범죄정보과장은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남구준 경남 마산 동부서장이 후임으로 발령됐다

경찰은 앞서 치안감과 경무관 인사에서 수사 계통을 지휘하는 수사국장과 수사기획관을 모두 교체한 바 있다.

김학배 전 수사국장과 이세민 전 수사기획관은 각각 울산경찰청장과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보직 이동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단행된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성접대 수사 착수 이후 경찰청장에서부터 수사 책임자까지 잇따라 교체된 것은 정권의 의중이 반영된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 성접대 동영상 확보에 의욕을 보이며 검찰 수뇌부에 칼끝을 겨눴고 이는 법무부 차관의 사퇴로 이어졌다. 고위직 인사 잡음으로 수세에 몰려 있던 현 정권에 골칫거리를 더한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까지 진행된 수사에서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고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A(52)씨도 소환하지 못한 상태다.

이를 놓고 경찰이 불법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보다 성접대 동영상 확보에 치중하는 등 초기 단계부터 수사의 맥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내사 단계에서 정부 고위 관료의 실명이 언론에 유출된 것도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인사를 통해 경찰대 출신들의 세를 위축시키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수사 핵심 참모에 대한 인사에서 경찰대 출신은 모두 배제된 상태다.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은 사시 특채, 허영범 수사기획관은 간부후보생 출신이다. 정해룡 서울경찰청 수사부장도 간부후보생 출신이다.

또 성접대 사건을 책임지고 있는 김청수 신임 특수수사과장도 사시 특채 출신이다.

경찰대 출신이 중심이 된 경찰의 첩보와 수사 활동이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게 중론이다.

성접대 사건 수사는 경찰청 범죄정보과의 내사에서 시작됐다. 범죄정보과는 조현오 전 청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 2011년 경찰대 출신들의 주도로 신설된 조직이다.

그간 범죄정보과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고위층 비리 정보 입수에 주력해왔다. 특히 수사권 조정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검찰 간부들이 주요 타깃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정보과는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건 첩보를 최초로 입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주요 요직에 포진돼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은 경찰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경찰이 검찰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경찰 조직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경찰대 출신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들이 똘똘 뭉쳐 주요 보직을 독점하고 정부 내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며 "이런 인식들이 경찰 인사에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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