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홍준표 때문에 당도 대통령도 걱정”

▲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로 여권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한기주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조치를 강행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당도 걱정하고 있고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걱정하고 있다. 우리당은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게 기본 방침인데, 이 문제에 걱정과 관심이 많다”며 홍 지사의 돌출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홍 지사의 행정을 거의 ‘폭정’ 수준이라고 보고 있는 민주당은 홍 지사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지방의료원 폐업이나 해산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홍준표 방지법) 상정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여의도 정치권에 있으면서 숱한 설화를 몰고 다녔고, 지방정치 무대에서도 여전히 파란을 몰고 다니는 홍준표 지사는 누구인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59) 지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1977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본명은 홍판표(洪判杓)인데, 검사 시절에 ‘세인의 표상’이라는 뜻을 지닌 ‘준표(準杓)’로 고쳤다고 한다.
그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중이던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 기소해 명성을 얻었다. 그가 수사한 슬롯머신 사건은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고, 홍 검사는 이후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지게 됐다. 그는 1995년 검사를 사직한 뒤 YS로부터 정치 입문을 권유받아 1996년 신한국당에 입당,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내리 4선을 지내며 국회에서 날카로운 대정부질문으로 이름을 알렸고,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지냈다.
 
홍 지사는 두둑한 배짱으로 소속 의원들의 신망을 얻어 2008년 한나라당의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후 2011년에는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을 높이 산 대의원들의 몰표로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다. 당시 홍 의원은 당선소감에서 “현대조선소에서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채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니던 그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 여러분이 보여주셨다. 그 뜻을 받아 한나라당을 이끌고 가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당시 홍 대표는 “총선과 대선에서 압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친이계와 친박계가 주도하는 당내 현실에서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결국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19대 총선 때는 지역구에서조차 낙선해 정계은퇴의 배수진까지 고려했던 그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사퇴로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기사회생했다.
 
논란 몰고다니는 트러블메이커
자기 색깔이 강한 데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스타일인 홍준표 지사는 그 때문에 의원시절부터 숱한 논란과 설화(舌禍)를 달고 다녔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면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식사 했어요?”라는 말로 번번이 답변을 회피해 ‘식사 준표’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게 됐고, 2008년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으로 지칭해 야당의 지탄을 받았다.
기자가 집요하게 질문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맞는 수가 있다. 진짜 나한테 이러기야?”라는 폭언을 퍼붓는가 하면,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을 지칭해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는 등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서도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를 빙자해 강성노조의 이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강성노조 배를 불리는 데 도민의 세금을 단 한푼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발언을 앞세워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홍 지사는 현재 진주의료원 사태를 전국적으로 이슈화시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여의도 정치 무대에 과시하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사태를 홍 지사가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획한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홍 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나서 4등을 한 바 있다.
 
“홍준표, 국회 청문회장에 서게 될 것”
하지만 홍 지사의 정치행태를 잘 아는 민주당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홍 지사가 이제 국회에서도 모자라 경남도에 가서도 독불장군 작태를 보인 것에 대해 참으로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반드시 홍 지사를 국회 청문회장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홍 지사는 국회에서도 독불장군식 날치기 통과를 자행하고, 국민의 생각과 전혀 반대되는 정책을 많이 추진했던 사람이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주택공사(LH)의 통합이다. 현재 LH는 공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빚더미에 올라있는데, LH라는 거대기업을 만든 것도 홍준표 원내대표 시절이다. 4대강 사업의 날치기를 만들어낸 단초도 홍준표 대표의 작품이다”며 홍 지사의 정치 행태를 성토했다.
 
진주의료원을 해산하는 내용이 담긴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은 진통 끝에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6월에 개정안을 처리키로 한 상태다. 경남도의회는 전체 도의원 57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39명으로 70%를 차지해 가결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오는 6월이면 103년 동안 이어온 진주의료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경남도는 조례가 발효되면 진주의료원 해산절차를 본격 시작한다는 방침인데, 의료원 건물 등은 진주의료원 정관에 따라 청산하고, 남은 재산은 경남도로 귀속시킬 예정이다.
 
국민여론은 진주의료원 폐업에 부정적
홍준표 지사가 10여년을 끌어온 경남도의 현안인 진주의료원 문제에 대해 폐업이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여론은 홍 지사에 우호적이지 않다. <참여연대>가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주의료원 폐원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38.5%, ‘공공의료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32.4%로 반대의견이 71.1%에 달했다.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에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60%에 달해, 지방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홍 지사를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15일,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강행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알게끔 하고, 국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사실상 폐업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18일에는 뇌출혈과 폐렴으로 병동에 입원중이었던 팔순의 왕일순 할머니가 홍 지사의 병원 폐업 방침에 따라 병원을 옮긴지 하루 만에 사망해 홍 지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민주당은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 폐업을 강행하려는 홍준표 지사를 징계하라”며 새누리당과 홍 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을 내세운 박 대통령의 공약에 반기를 들고 나선 ‘홍준표의 난’은 과연 진압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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