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둘러싼 음흉한 뒷거래 실상

인터파크·예스 24·알라딘·교보문고
건당 50만~150만 뒷돈 받고 추천

‘어떤 책을 읽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독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 바로 인터넷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다. 잘 팔리는 책이라면 그만큼 만족도가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모두 읽는 독자층까지 다수 있다. 바꿔 말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출간한 도서를 베스트셀러에 올려야만 한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만 하면 어느 정도 판매고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와 출판사의 욕구를 교묘히 장삿속에 이용한 대형 인터넷서점 4곳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국내 업계 1~4위의 대형 인터넷 서점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베스트셀러를 둘러싼 음흉한 뒷거래의 실상을 벗겨보았다.

조작된 베스트셀러
뒷돈을 받고 베스트셀러 도서를 선정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업체는 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등 업계 1위에서 4위의 대형 온라인 서점이다. 이들 업체는 ‘화제의 베스트 도서’, ‘급상승 베스트’ ‘리뷰 많은 책’ 등의 코너에 뒷돈을 받고 책이 마치 많이 팔린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 지난해부터 금년 7월까지 확인된 책은 2400여 종, 수익은 14억 4000여만 원에 이른다.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많이 팔린 책이다. 갑자기 많이 팔리면 ‘급상승 베스트’이고, 다시 찾는 독자가 많으면 ‘리뷰 많은 책’이다.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말은 그만한 판매가 이뤄지거나 관심을 끌 만한 도서라는 의미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느냐, 오르지 못하느냐에 따라 독서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이런 추천 도서 선정은 선정에 부합하는 기준과 원칙이 있게 마련이다.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할 것인지, 검색이 많은 책으로 할 것인지, 리뷰에서 반응이 좋은 책으로 할 것인지,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배점을 두어 할 것인지 기준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추천 도서를 선정하는 데 이런 점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들의 관심은 오직 도서 한 건당 50만 원에서 250만 원씩 건넨 출판사의 뒷돈이었다. 출판사는 책을 홍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면 되고, 인터넷서점은 돈만 벌면 그만이었다.
 
뒷돈의 성격
공정위는 인터넷 서점이 받은 뒷돈의 성격을 광고비로 표현했다. 공정위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알고 보니 광고였다”고 밝혔다. 과연 그러한가. 뒷돈을 빼돌리지 않아 업무상 횡령 혐의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추천도서에 올려줘 매출이 오르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광고비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행위는 명백한 업무방해에 해당 된다”고 밝히고 있다. 광고비는 단지 형식적인 수수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과태료 부과에 머물 일이 아니라 법리적 검토를 거쳐 고발조치 등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국내 최대의 인터넷 서점의 이런 행위는 독자, 나아가 전 국민을 상대로 벌인 대국민 사기극이다. 읽을 만한 책을 사고자 했던 독자를 기만한 행위다. 베스트셀러를 뒷돈을 받고 조작하고, 뒷돈은 광고비 명목으로 계상했다. 이는 결국은 국민을 기만하고,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조작됨으로써 독자의 권리는 고스란히 유린당했다. 나아가 좋은 책을 내고도 정작 돈이 없어 광고를 내지 못하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도서를 선택할 독자의 권리도 그만큼 멀어지게 된 것이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
공정위는 온라인 서점이 광고비로 14억 4000여만 원을 챙겼다며 전자 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들 4개 업체에 총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인터파크만 1000만 원이고 알라딘, 교보문고, yes24는 500만 원이었다.
공정위는 과태료 부과 및 시정명령과 함께 광고비를 받고 도서를 추천한 사실을 해당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화면 6분의 1 크기로 5일 동안 게시하도록 명령했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이 또 한 번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과태료 2500만 원은 온라인서점이 ‘부정행위’로 챙긴 14억 4000만 원의 1.7%에 불과하다. 부정한 수익의 5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익을 모두 거둬들여도 성이 차지 않을 판에 국민을 기만한 범죄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늉만 한 격이다.

게다가 14억 4000만원은 뒷돈 액수다. 순위 조작이나 도서 추천으로 인해 해당 도서를 팔아 벌어들인 액수까지 감안하면 부정 수익은 훨씬 더 늘어난다. 서점에서 판매마진은 보통 40% 수준이다. 뒷돈 수입에 이 기간 해당 도서 전체 매출액의 40%를 합쳐서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손대지 않았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은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조작 같은 불법행위를 차단하지 못한다. 오히려 불법행위를 방조하다 못해 조장하는 것이다. 나머지 온라인 서점도 계속 모니터링해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례적인 말로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국내 4대 온라인 서점과 출판업계가 이렇게 뒷돈 거래를 하면서 베스트셀러를 조작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담합 배경
우선 그동안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만들기의 출혈이 크다는 데 있다. 하루에도 수천 권씩 쏟아져 나오는 출판물 가운데서 독자들이 좋은 책을 골라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매체가 매주 금요일이면 신간도서를 안내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런 시장에서 자신이 출간한 서적을 제대로 알리기란 용이하지 않다.

이때 많이 동원되던 수법이 출판사의 사재기였다. 출판사 관계자에게 돈을 풀어 자사의 책을 구매해 베스트셀러에 들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지난 10월 9일 도서출판 자음과 모음의 <어쨌든 남자는 필요하다>를 사재기 혐의로 적발했다. 해당 출판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부는 사재기 혐의가 있다며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9월에는 한경BP가 발간한 <바보빅터>가 사재기 혐의로 적발됐다. 이 책은 지난해 2월에 발간된 이래 7개월 동안 꾸준히 주요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바 있다.

출판사의 사재기는 책값 전액을 지불해야 하므로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 반해 온라인 서점의 뒷돈은 한꺼번에 큰돈이 들지 않는 이점이 있다. 주당 150만 원씩 지불해 봐야 600만 원이면 끝이다. 출판사는 싸게 홍보하고, 온라인서점은 뒷돈을 벌어들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였던 것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출판시장이 담합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229종이던 신간도서는 2011년 2473종으로 23% 감소했다. 출판업계의 심각한 불황 여파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갈수록 중소출판사의 시장 진입 장벽은 높아지게 돼 있다. 당연히 베스트셀러 위주의 도서 판매 구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가 사재기이든 뒷돈이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유다.
 

박스기사 / 온라인 서점별 ‘위장광고’ 수입 내역

4개 온라인 서점은 ‘베스트셀러’ 뒷거래로 대체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 이번에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보인다. 또 언제 그런 뒷거래가 부활할지 모를 일이다. 업체별로 운영하는 도서 추천 코너 이름과 지난해부터 금년 7월까지의 업체별 매출액과 과태료 부과액 등을 조사했다.

 인터파크 - 1억 63400만 원 매출에 1000만 원 과태료 부과
1996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종합쇼핑몰인 인터파크는 도서 관련 책 소개란에 ‘급상승 베스트’, ‘핫 클릭’ 항목을 만들어 운영했다. ‘급상승 베스트’에 서적을 올려주는 대가로 출판사로부터 건당 120만 원을 받았다. ‘핫 클릭’에 싣는 대가는 70만 원이었다. 인터파크는 광고비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도서를 여기에 올려 1억 63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예스 24 - 2억 5600만 원 매출에 500만 원 과태료 부과
2012년 매출목표 3600억여 원으로 온라인서점 매출 점유율 1위 업체인 ‘yes24’는 홈페이지 ‘기대신간’에 올려주는 대가로 출판사로부터 건당 250만 원을 받았고, ‘주목신간’에 책 소개를 올리는 대가로 출판사에서 건당 100만 원을 받았다. 이를 광고수익으로 계상해 예스24가 올린 2011년 매출은 2억 5600만 원이었다. 공정위는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알라딘 - 6억 6700만 원에 과태료 500만 원 부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화제의 책’에 게재하는 대가로 건당 150만 원을 받았고, ‘추천 기대작’ ‘주목신간’에 실어주는 대가로 건당 75만 원을 받았다. 또 ‘화제의 베스트 도서’에 책 소개를 싣는 조건으로 건당 50만 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이를 광고수익으로 잡아 매출 6억 6700만 원을 올렸다. 공정위는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교보문고 - 3억 5700만 원 매출에 500만 원 과태료 부과
교보생명보험의 자회사로 국내 최대 오프라인 서점을 보유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온라인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조작했다. 교보문고는 ‘잇즈 베스트’에 올려주는 조건으로 건당 100만 원, ‘리뷰 많은 책’에 책을 소개하는 대가로 70만 원을 수수했다. 이로 인해 2011년 교보는 3억 5700만 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공정위는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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