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훈풍 일으킨 스타들 인간성

연예계에서 살아가는 스타들은 그 화려한 세계가 만든 이미지 탓에 대중이 지닌 고정관념에 시달릴 때가 있다. 스타는 자신만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에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을 거라는 시선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연예인도 인간이다.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스타, 남을 먼저 배려하면서 촬영장의 온도까지 높이는 훈훈한 스타들도 있다. 다만 스타를 향한 긍정적인 평가는 부정적인 ‘뒷말’보다 늦게 알려지기 때문에 대중이 연예인의 인간성에 주목할 기회는 많지 않다.
드문 일이지만 최근 스타들의 인간성이 드러난 사례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타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고 주변인 혹은 일반인들이 우연히 스타와 겪은 일화를 세상에 알리면서 그 여파는 더욱 넓게 퍼지고 있다.

대종상 남우조연상 류승룡, 소외된 스태프 배려한 소감 화제 
조승우는 비싼 뮤지컬 못 보는 팬들 위해 드라마 출연 결심

배우 류승룡은 최근 연예계에서 인간미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다. 시상식에서 짧게 보여준 매너를 시작으로 그에 얽힌 다양한 일화들이 차례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작은 10월 30일 열린 ‘대종상영화제’에서부터다. 류승룡은 시상식 축하 공연에 나선 가수 박진영이 객석으로 내려와 자신의 옆에 앉은 여배우 임수정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자 양손으로 막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동료 여배우를 보호하려는 재치 있는 동작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 즈음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그의 수상 소감도 화제를 보탰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상을 받은 류승룡은 “이 시간에도 밤을 새고 있거나 지방의 허름한 여관에서 영화에 집중하고 있을 스태프들과 수상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영화를 찍은 동료 배우나 주변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영화 스태프들에게 애정을 보낸 것.
더욱 눈길을 끈 부분은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은 <광해>였지만 그는 또 다른 출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출연진과 스태프 위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광해>의 경우 이날 워낙 많은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을 통해 충분히 영광을 나눴기 때문에 류승룡은 다소 소외된 <내 아내의 모든 것>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나눴던 것이다.

‘주연 의자’ 거부한 류승룡
그의 수상 소감이 나온 이후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는 류승룡과 일상을 보낸 사람들의 ‘증언’들이 잇따랐다.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류승룡 소속사 여준영 대표가 트위터에 공개한 글이다. ‘배우 류승룡의 인간성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여 대표는 얼마 전 자신이 상을 당했던 당시 일화를 꺼냈다.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상가에 앉아 있는데 양수리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던 류승룡 씨가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촬영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상가로 온다고 연락해왔다. 시간도 늦은 데다 (내가) 체한 것 같아 쉬고 싶으니 오지 말라고 말렸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류승룡은 오히려 곧장 상가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바늘을 꺼내 나의 열 손가락을 모두 따 주고 돌아갔다.”

이 글이 공개되자 이번에는 류승룡과 함께 영화를 찍은 스태프들도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려 ‘증언’을 보탰다. 자신을 영화 스태프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영화 촬영장에서 류승룡과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촬영장에서 주연 배우들이 흔히 쓰는 ‘배우 의자’를 류승룡이 거부한 사연이다. 이 네티즌은 “류승룡 씨는 ‘의자에 이름이 적혀 있으면 내가 연기를 할 동안 의자가 비어 있어도 다리가 아픈 스태프 누구도 의자에 앉지 못하지 않느냐’면서 ‘의자에 이름을 쓰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당시 류승룡이 덧붙인 말은 “내 전용 의자가 없다고 해도 설마 스태프들이 나를 세워 두겠느냐”는 되물음이었다고 한다.

단역배우에 인사하는 조승우
배우 조승우 역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조승우의 인간성을 증언한 사람은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 함께 출연 중인 개그맨 안상태다. 둘은 <마의>에서 진한 우정을 나누는 동료로 등장해 유연한 호흡을 과시하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둘의 각별한 관계까지 공개됐다. 안상태는 자신의 트위터에 “촬영 쉬는 동안 말에게 여물을 주는 사람, 15년 전 같은 영화에 출연한 단역 배우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이 기억나느냐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 마치 내 매니저처럼 행동해주는 배우가 바로 조승우”라고 썼다.

<마의>는 조승우가 연기를 시작하고 15년 만에 처음 출연한 드라마다. 그동안 영화와 뮤지컬에서는 활발히 활동해온 그가 인연이 닿지 않았던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건 팬으로부터 들은 결정적인 한 마디 때문이었다. 조승우는 자신의 오랜 팬을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하소연을 들었다. “티켓 한 장 가격이 10만 원을 넘는 뮤지컬을 계속 보는 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자주 보고 싶은 스타를 비싼 돈을 줘야만 볼 수 있는 현실. 이 얘기를 들은 조승우는 “드라마를 한다면 팬들이 TV에서 보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의>를 선택한 이유다.

사진 재촬영 자청한 유재석
유재석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한 커뮤니티 게시판은 유재석과 한 일반인 남성이 겪은 일화로 뜨겁게 달궈졌다. 다른 스타들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를 때때로 드러내온 유재석의 변함없는 모습에 팬들은 더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 남성 팬은 글과 함께 유재석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남성 팬은 헬스클럽에서 우연히 운동 중인 유재석과 김제동을 만났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몇 분 동안 고민한 끝에 조심스럽게 다다가 사진 촬영을 요청했지만 김제동은 ‘운동 중이라 안 된다’며 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반면 옆에서 지켜보던 유재석은 괜찮다며 이 남성 팬과 사진을 함께 찍었다는 것. 첫 번째 찍은 사진이 눈이 감긴 채 나오자, 유재석은 재촬영을 먼저 제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역시 유재석”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스타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오히려 스타를 더 스타로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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