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생산직 혜택 크나 중소기업 사무직은 ‘그림의 떡’

 

[위클리오늘=신상득 사회·문화전문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정년 60세 연장이 가시화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룬 것. 앞으로 환노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만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고령사회 도래로 정년 연장은 줄곧 논의되던 사안이나 이번 합의로 구체적인 적용이 조만간 발효될 전망이다. 하지만, 남은 과제가 적잖다. 정부와 여당은 임금조정 문구를 법률에 넣자는 주장이고, 민주당은 임금조정은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제계도 정년이 늘어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신입사원의 채용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임금피크제와 같은 방안을 바라고 있다. 고령화 사회 정년 연장의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연착륙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정년 연장법’ 여야 합의 도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공공과 민간 부문의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이른바 ‘정년 연장법’에 합의를 이뤄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는 새누리당 김성태 정우택 이완영, 민주통합당 홍영표 이목희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논의하면서 정년 60세 의무화 원칙에 합의하고, 시행 대상 기업 규모와 시행 시기에 대해 접점을 찾았다. 법안은 소위를 통과한 뒤 환노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9, 30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정년 60세 연장법은 고령화 시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어서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는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정년 연장법’ 무엇을 담고 있나
우선 현행법에 58세인 정년을 6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권고 조항인 정년을 의무조항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근로자를 60세 이전에 내보내면 ‘부당해고’로 간주돼 처벌을 받는다.
또 기업 여건에 따라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면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사업주나 해당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 60세 연장은 2016년 1월1일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또 2017년 1월1일부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한다.

정년 연장에 대해 엇갈린 여야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에 부담을 지우게 된다. 이를 두고 여야는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임금 조정’에 관한 표현을 법률 문구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임금체계로는 60세까지 높은 봉급을 주기 어려우므로 ‘임금피크제’ 같은 것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임금피크제는 60세까지 직장을 다니는 대신 나이가 일정 기준에 이르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임금조정 문구는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임금체제 개편’과 같은 표현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기업의 신규 채용을 감안해 인건비를 줄여주는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임금 조정’ 문구를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임금 조정 문구를 넣으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는 상반된 의견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정년 60세 연장의 의미
여야가 근로자 정년 60세에 합의한 것은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르는 생산력 감소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근로자는 정년 58세임에도 대부분 55세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정년 58세가 강제가 아닌 권고조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년은 일본 65세, 영국 65세, 프랑스 60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또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퇴직 이후 자녀 학자금 등 지출로 인한 경제적 고통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방안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정년 연장을 바라보는 경제계 입장
경제계는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기업의 고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근무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고 정년을 늘리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또 정년 60세를 강제규정으로 만들면 기업의 신입사원 고용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54.4%는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나 고용 형태 다각화 등 고용 유연화 방안을 도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의 경영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며 “개별 기업의 준비 상황에 따라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60세까지 회사 다닐 수 있을까
정년 60세로의 연장은 직장인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정년 60세를 보장 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정년 60세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혜택일 뿐이어서 대부분 사무직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금까지 사규나 단체협약으로 정년을 정해놓은 기업들은 법으로 정년을 보장하게 되지만 모든 근로자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기업 생산직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정년까지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분석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10대 그룹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9.3년에 불과하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5세 이상 퇴직자 가운데 정년을 채운 사람은 10명 중 1명꼴(10.7%)에 그친다. 그것도 여성의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조합의 힘이 센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은 정년이 늘어나는 동시에 임금 삭감 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근로자의 7.4%에 불과하다. 나머지 근로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후 임금 삭감 폭을 놓고 노사 간 심각한 갈등을 겪어야 한다.
생산직과 사무직의 차이도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대규모 장치산업 분야의 생산직 직원은 이미 60세 정년 혜택을 받고 있다. 숙련된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도 스스로 정년 연장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문서 작성, 재무, 인사 같은 사무직 업무는 높은 임금을 주면서 쓸 필요가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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