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벌려 안아보기

 

▲ 두 개의 섬으로 이뤄진 독도 중 서도의 모습. 가파른 바위섬이라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사진=김동옥)


‘동경 132° 북위 37°’. 아, 가슴 먹먹한 이 뜨거운 좌표. 서울의 경위도는 잘 몰라도 일본의 야욕이 서슬 퍼런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독도’를 실제 밟아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푸르던 산야가 색동저고리 같은 가을옷으로 갈아입으며 여기저기서 유혹하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독도야말로 우리가 그 어느 곳보다 일감에 두고 찾아봐야 할 필수 여행지가 아닐까.

응원의 마음, 파도에 싣고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고 노골적으로 탐욕의 이빨을 드러내는 골칫덩어리 이웃을 둔 탓에 독도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저 관망자의 자세로 사태를 바라보았던 감이 없지 않다. 당연한 대한민국 땅을 두고 생떼를 쓰는 일본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일본은 도무지 막무가내다. 돌아보니 광복 이래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독도 홀로 바다를 지키게 했다. 그게 자못 미안하다. 비록 물리적인 힘을 보태지는 못 할지언정, 항상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고 직접 말해주고 싶어 먼 바닷길을 달려 독도로 향한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독도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울릉도에 들러야 한다. 독도의 어미섬 격인 울릉도에서만 독도행 여객선이 오간다. 그렇다면 먼저 울릉도를 가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아야 할 터. 울릉도로 가는 배는 강릉, 묵호, 포항에서 출항한다. 울릉도는 행정구역상 경상북도에 속하지만 강원도에서 더 가깝다. 울릉도까지는 강원도 강릉과 묵호에서 2시간 30분 걸리고, 경북 포항에서는 그보다 30분 정도 더 잡아야 한다.


울릉도에는 저동과 도동이라는 대표적인 항구 두 곳이 있다. 강릉에서는 저동으로, 묵호와 포항에서는 도동에 입항한다. 울릉도의 저동과 도동항에서 독도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가량 걸린다. 그러니 독도에 가려면 아무리 못해도 편도로만 바다에서 4시간, 많게는 5시간쯤 견뎌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독도여행은 적어도 주말을 기해 1박2일, 조금 여유롭게 잡는다면 하루쯤 휴가를 내어 2박3일의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이 좋다. 부속섬인 독도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어미섬 울릉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을 만한 비경이 세 군데 있다. 이를 돌아보지 않고 울릉도를 떠나온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뻔하다.

▲ 행남등대길 해안 산책로. (사진=김동옥)

숲과 해안절벽 넘나드는 행남등대길
지도상에 표시되는 크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아주 작은 섬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울릉도는 제주도 면적의 6분의 1에 달할 만큼 큰 섬이다. 인구도 1만 명이 넘는다. 제주도가 생성되기 훨씬 이전인 신생대 3기와 4기 사이(약 250만 년 전)에 탄생한 이 섬은 눈길 닿는 곳이 다 그림이다.


울릉도의 비경으로 추천할 첫 번째 명소는 도동항에서 저동항을 잇는 행남등대길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산책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길이다. 행남등대길은 도동과 저동을 잇는 약 3㎞의 산책로다. 바다와 숲을 두루 오간다는 점에서 매력이 넘친다. 도동항에서 행남등대까지 약 1.5㎞, 다시 행남등대에서 저동항까지 1.5㎞ 정도 이어진다. 도동항에서 출발해서 파도의 침식에 의해 생긴 해안동굴을 넘나들며 절벽을 따라 돌다보면 도중에 약 1㎞ 길이의 청량한 숲길을 만난다. 그 중간에 행남등대가 있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전망이 시원하다. 숲길이 끝나고 저동항으로 다시 해안절벽길이 이어지는데, 50m 높이의 나선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발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맑고 색이 다채로워서 눈을 떼지 못 하게 만든다.

▲ 천부항의 모습. (사진=김동옥)

섬목과 저동항 적시는 새벽의 해무
두 번째 추천 명소는 내수전 전망대다. 울릉도의 새벽 해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교통편이다. 날도 밝지 않은 시각엔 전망대 인근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없다. 만약 뭍에서부터 울릉도까지 자가 차량을 도선하거나 현지에서 차량을 대여(소형차 기준 5만~8만 원)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울릉도까지 도선비가 만만찮다. 소형차 기준으로도 왕복 30만 원 가까이 된다. 또한 울릉도에는 LPG충전소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새벽에 다니는 택시가 아예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므로 미리 전날 예약을 해두는 게 상책이다. 내수전 전망대 입구까지 도동항에서 20분, 저동항에선 7분쯤 걸린다.


전망대는 가파른 계단을 10분쯤 올라야 만나게 된다. 일교차가 큰 요즘은 해무가 거의 매일 발생하다시피 한다. 해가 떠오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해무는 짙어진다. 해무는 발아래 있는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는데, 단 하나 소리만은 지우지 못 한다. 밤새 조업을 하고 저동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의 고동소리, 엔진소리, 그 배를 좇는 갈매기 소리들이 뒤엉켜 한껏 상상력을 자극한다. 푸른 새벽이 물러가고 하늘이 밝아오지만 해무는 쉽게 걷히지 않는다. 다만, 춤을 추는 해무 틈 사이로 잠깐씩 보이는 남쪽의 저동항과 북쪽의 섬목 풍경이 넋을 잃게 만든다.


천부해안과 성인봉의 하모니
세 번째 추천 명소는 항목 전망대다. 태하포구 북쪽으로 전망대로 올라가는 1.5㎞의 길이 나 있다. 항목전망대는 가급적 해거름에 찾아야 한다. 항목 전망대로 뻗은 길에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항목전망대 앞에는 태하등대가 우뚝 서 있다. 25초마다 등이 회전하며 바다를 비춘다. 항목 전망대에서는 천부 쪽 풍경이 아름답다. 성인봉의 끝자락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 부분들이 해안과 거의 맞닿아 있다. 그 아래로 구불구불 휘도는 길이 바다와 함께 달린다. 서쪽으로 떨어지는 해는 구름과 하늘과 산을 서서히 붉게 물들인다.
이밖에도 성인봉천연원시림, 나리분지, 봉래폭포 등 울릉도에서 둘러볼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비경인 독도로 건너갈 차례가 드디어 되었다.

▲ 동해의 끝을 지키는 독도(동도)의 전경. (사진=김동옥)

홀로 남겨두고 떠나는 아쉬운 마음
독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섬은 151m가량 떨어져 있다. 서도의 정상 표고가 해발 168.5m로 98.6m의 동도에 비해 높다. 또한 서도는 가팔라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그래서 독도를 방문하는 배는 모두 동도에 정박한다. 독도는 울릉도의 부속섬이다. 하지만, 생성연대는 독도가 오히려 빠르다. 독도는 지금으로부터 약 450만 년 전부터 250만 년 전 사이에 생성됐다. 울릉도는 250만 년 전에 솟아올랐다. 우리나라 최대의 섬인 제주도는 최고 120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크기는 제일 작지만, 나이로는 독도가 가장 맏형인 셈이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인데, 독도 또한 정박을 허용하는 날이 드물다. 하늘이 바람을 잠재우고, 바다가 파도를 얼러야만 상륙이 가능하다. 그런 날이 1년에 100일도 채 되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9월 초 뱃길을 달렸을 때 독도는 염원을 저버리지 않고, 제 몸을 기꺼이 내어 주었다. 독도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여객선에서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었다. 그만큼 대한민국 동쪽 땅 끝에 자리한 독도가 주는 울림은 컸다. 여객선은 20분 동안 독도에 머물렀다. 시간은 금세 지났다. 만나자마자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아쉬움과 또 다시 이 험한 바다에 독도를 홀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미안함 때문일까. 여객선 객실에 정적만이 흘렀다.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원한다면?

▲가는 길: 강릉, 묵호, 포항에서 울릉도로 매일 출항한다. 강릉여객선터미널(033-653-9008), 묵호여객선터미널(033-531-5891), 포항여객선터미널(054-242-5111~2).


▲여행을 행복하게 하는 맛
울릉도의 특미로 약소불고기가 있다. 도동항에 해솔식육식당(054-791-1146), 향우촌(054-791-0686) 등의 맛집이 있다. 따개비밥, 홍합밥도 맛있다. 도동항 주변 음식점에서 대부분 메뉴로 내놓는다.


▲잠자리: 도게스트하우스(도동1리, 054-791-2941), 울릉비취호텔(도동1리, 054-791-2335), 울릉마리나관광호텔(사동1리, 054-791-0020), 대아리조트(사동1리, 054-791-8800) 등이 묵을 만하다. 도동에는 모텔이 몰려 있고, 저동에는 민박집이 많다. 울릉군민박발전협의회(www.ulldominbak.com)에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문의: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393, 관광안내소 054-790-6454 
 


상자기사 / 알아두면 재미있는 독도 상식

 신라장군 ‘이사부’는 성이 ‘이’씨가 아니다?
이사부는 울릉도를 신라영토로 복속시킨 장수로 유명하다. 지증왕 13년(512년) 이사부는 군대를 이끌고 울릉도(당시 우산국)을 무력 토벌하였다. 이사부는 울릉도와 그 부속섬인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로 자주 활용되곤 한다. 그런데 이사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성이 ‘이’씨요, 이름이 ‘사부’라는 오해다. 이사부의 성은 ‘김’씨다. 그는 내물왕의 4대 손으로 뼈대 있는 왕족이었다.


독도는 귀신고래의 섬이었다
동해바다와 독도해역은 한국계 귀신고래의 서식지였다. ‘귀신처럼 신출귀몰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세계적으로 귀신고래는 한국계, 캘리포니아계, 대서양계 3종뿐이었다. 그러나 그중 대서양계는 멸종되고 없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계 귀신고래 또한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때 산업용 기름수급을 위해 무려 6500마리의 귀신고래들을 잡아들이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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