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문재인 건곤일척 승부 돌입

▲ 박근혜 후보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과 ‘국민통합’을 내세운 ‘친근혜’ 전략으로, 문재인 후보는 99% 국민을 대변하는 ‘서민 대통령’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잘 만났다.” “예상했던 대로다.” 문재인 후보로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되자 박근혜 캠프 인사들이 던진 말이다. 박근혜 캠프의 안형환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23일 “정치쇄신에 대한 안철수식 실험노력이 민주당의 노회한 구태정치의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안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정치쇄신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욱 정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변인의 말처럼 새누리당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표정이다.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먼저 안착했던 삼성라이온즈가 페넌트레이스 2위였던 SK와이번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것처럼 여유가 넘쳐난다. 

朴, ‘여성대통령’으로 변화 선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 콘셉트는 ‘준비된 여성대통령’과 ‘국민통합’이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은 1997년 DJ의 ‘준비된 대통령’ 콘셉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성 대통령’은 야권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에 맞서는 박근혜 후보의 공식 캐치프레이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 콘셉트는 처음에는 야권 단일화 카드에 맞서기 위한 임시 전략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국민들의 반응이 좋게 나와 이제는 핵심 전략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새누리당사 분위기는 여성대통령으로 ‘신장개업’한 느낌이다. 당사 기자실과 회의실을 비롯해 새누리당 공식 유인물과 플래카드에는 어김없이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여성대통령시대’라는 글자를 박아놓았다. ‘여성대통령 탄생이 변화와 쇄신이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박 후보도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대통령 콘셉트를 적극 강조한다. 박 후보는 11월 2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여성 대통령은 권력투쟁보다 국민의 삶에 집중하게 된다. 통합을 이뤄나가며 민생을 섬세하게 살필 수 있다”며 “여성대통령은 끝까지 섬세하게 책임지는 리더십을 갖고 있고 부정부패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정치에서) 남성 위주의 권력투쟁을 쭉 봐 왔는데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민생을 챙기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패거리, 밀실, 권력투쟁, 부정부패 등도 여성 리더십으로 고치고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콘셉트는 복고풍의 ‘어머니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박 후보가 최근 15년 전 IMF 구제금융 사태를 언급하면서 “다시는 국민의 가슴에 피멍드는 일이 없도록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의 마음으로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여성 대통령론’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와 쇄신이고, 여성과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어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캠프가 여성대통령을 내걸고 난 뒤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4∼7%포인트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가 말로만 ‘여성 대통령’ 구호를 외치지 않고 보육 문제, 성폭력 문제, 교육문제 등에 대한 정책을 꾸준히 내면서 40~50대 여성들에게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친근혜 전략’으로 젊은 층 공략

박 후보는 이와 함께 ‘친근혜 전략’으로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 어필한다는 복안이다. ‘박근혜와 카톡플러스 친구 맺는 방법’이라는 리플렛을 만들어 나이든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적극 알리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요즘 들어 부쩍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이나 지난 1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 비전선포식’에서 빨간색 점퍼와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청년 당원들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근혜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춘 것도 이 같은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아울러 ‘국민통합’의 적극적 전략으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지선언, 그리고 호남 출신 총리후보를 내세워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맞서는 러닝메이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19일 <광주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광주 11.3%, 전남 11.7%, 전북 18.2%의 지지율을 기록해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이는 호남에서도 박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박 캠프 측의 판단이다. 박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연대를 “갈등과 혼란, 포퓰리즘 선동의 정치, 저성장과 불안한 경제” 등 ‘과거’로 몰아붙이면서 “국민 대통합, 책임과 진정성의 정치, 활기차고 안정된 경제 등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야권진영의 콘셉트인 ‘과거 VS 미래’ 구도를 박 후보가 선점했다는 평가다.     

文, 99%를 대표하는 서민후보 

이에 맞서 야권 단일화를 이뤄낸 문재인 후보는 ‘서민대통령’을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늘 ‘서민’이라는 점을 꼽아왔다. 문 후보는 지난 19일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도 “99%를 대변하는 대통령을 바라신다면 누가 99%에 속한 사람이고, 누가 99%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인가? 저는 서민의 삶을 살았고 서민과 함께, 또 99%에 속해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민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 99%의 세계에 속해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그분들의 어려움과 애환을 알 수 없다”며 자신이 서민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유례없는 MB정부의 경제난 책임을 박근혜 후보의 공동책임으로 돌리면서 서민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해 야권표를 결집시킨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수도권 유권자와 30~40대층에는 정치혁신과 새로운 정치 실현을 약속해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정당에 기반한 자신이 정치혁신의 실현에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을 공략할 방침이다. 

문 후보로서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후보를 사퇴한 이상 안 전 후보와의 연대문제가 최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야인사는 후보단일화에 앞서 “경선에서 이기는 일뿐 아니라, 이겼을 경우 안철수 지지세력을 어떻게 포괄할지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당선 뒤 국정운영에 어떻게 동참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철수 전 원장과 역할 분담할 듯 

이에 따라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를 사퇴한 안철수 전 원장과 ‘연합정부’ 구성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문 후보는 전통적인 야권지지층을, 안철수 전 원장은 무당파와 젊은 층을 공략하는 ‘역할분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일찍이 “만약 안 후보 쪽이 정당이나 정치적 시민운동체를 별도로 만든다면, 민주당과 그 조직 간 ‘연합정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 후보 캠프는 안철수 전 원장과의 후보단일화 성공을 이후 ‘국민연대’로 확장하고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추가 단일화, 그리고 시민사회 및 합리적인 진보적 정치인들과 연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문 후보가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친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 태생적인 한계로 꼽힌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갖고 따지면 저만한 친노가 없다”고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노무현을 넘어서는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문 후보가 직접 언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선후보로 공식 등록하면서 여야의 건곤일척 승부는 시작되었다. 문재인 후보를 ‘실패한 친노 정권의 부활’ 프레임 속에 가둬놓고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 승기를 잡겠다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주효할지, 아니면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전 원장과 연대해 승리를 거머쥘지는 이제 불과 3주일 후면 결정되는 셈이다. 큰 게임일수록 실수를 덜 하는 팀이 이기는 법이다. 박근혜 VS 문재인 두 후보 진영도 누가 실수를 더 적게 할지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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