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사퇴 선언과 백의종군 막후

▲ 사진-뉴시스

 

“안철수 후보님이 이겼다.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대선 예비후보 사퇴 뒤 만화가 ‘강풀’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는 야권 지지자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이해됐다. 

안철수 전 원장은 23일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도 이에 화답해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밝혔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길고 지루하고 피를 말렸던 야권 후보단일화 이벤트는 대선후보 등록일 이틀을 앞두고 그렇게 마무리됐다. 

사실, 안철수 전 원장의 후보 사퇴는 기자회견 하루 전에 감지됐다. 22일 오전 문재인 후보와 단독 회동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렬된 뒤 안 전 원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주일 넘게 하락 추세였던 데다 TV토론에서도 뒤집지 못해 역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컸다. 게다가 문재인 후보도 의외로 완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 전 원장이 캠프 핵심 간부들에게 사퇴의사를 밝히자 반대에 부딪쳤고, 안 전 원장은 사퇴 표명을 미뤘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터졌다. 전북 완주의 50대 남성 유모 씨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유서와 플래카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것이다. 이때 안 전 원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사퇴의사를 굳혔다고 한다. 

하지만 핵심 참모들이 마지막 과정이 남았다며 안 전 원장을 붙잡았다. 이에 따라 23일 안 전 원장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두 후보를 대리하는 특사로 최후 교섭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외곽에서는 안 전 원장에 대한 압박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소설가 황석영 씨 등 문화예술종교인 97명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제안한 중재안을 안 후보 쪽에서 수용할 것을 촉구했고,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7명도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안 전 원장을 아꼈던 소설가 이외수 씨와 진중권 교수도 그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안철수 캠프의 선대인 국민정책참여단장도 안 전 원장에게 양보를 촉구했다. 

안 전 원장은 사면초가에 빠졌고,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박선숙 특사도 이인영 의원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 오후 6시, 박선숙 본부장으로부터 협상결렬 보고를 받은 안 전 원장은 결국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담담하게 준비한 후보 사퇴선언문을 읽어나갔다. 안 캠프 참모들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고, 문 후보 지지자들은 ‘아름다운 단일화’는 아니었지만 파국은 막았다며 한숨을 돌렸다. 

안 전 원장은 일단 휴식기를 가진 뒤 백의종군하며 문 후보를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안 전 원장이 차라리 5년 뒤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위기로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 뻔한 이번 대통령보다는 차기를 기약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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