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 쇄신책 파장 일파만파

▲ 연말 여의도 국회에 국회의원들의 업무는 강화되고 특권은 축소되는 정치개혁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 권력기관을 대표하는 검찰도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거나 상설특검이 신설돼 권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직 부장검사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

민주당이 ‘새 정치 선언’을 통해 국회의원 숫자 조정, 국회의원 특권 축소 방안을 내놓으면서 여의도 정치권에 한바탕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에 부응해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정치쇄신 실천협의기구’ 구성을 민주당에 제안하고 연말 법제화를 요구해 정치개혁이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맞물려 전개되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의 변화바람이 심상치 않다. 한 표가 아까운 대선후보들이 강도 높은 정치개혁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기성 정치권이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무총리 권한 강화  

첫째, 내년은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높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총리가 ‘기회균등위원회’ 검토를 거쳐 3배수의 국무위원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하는 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도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국무위원 인사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확고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내년 2월 새 정부의 조각 때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리가 임명되면 총리가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총리의 권한이 강화되면 자연히 대통령의 인사권은 분산·약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장관에게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지연·학연을 철폐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탕평인사를 약속했다. 민주당도 대통령의 권력형 인사개입을 차단해 공직나누기 방지와, 기득권과 연고를 배제한 인재등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만 되면 적어도 올해 말 당선되는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지는 않게 될 전망이다.  

국회의원도 무노동 무임금

둘째, 국회 본연의 예산심의, 정책심의 활동은 강화되고 국회의원의 권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야 공통적으로 국회예산결산위원회 상설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연말에 부실 예산 심의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예·결산 심사를 꾀하기 위한 장치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시민이 참여하는 국회 윤리특위 구성 및 권한강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기구화를 내놓았다. 민주당이 이에 동의하면 저질·불량 의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가능해진다. 

국회의원 특권도 축소된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국회의원 연금 폐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 등을 약속했다. 국회 윤리특위와 선거구획정위원회 부분은 야권도 비슷하거나 동일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의원이 변호사나 세무사, 변리사 사무소를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국회의원의 영리 목적 겸직 금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국회의원 세비심의회 설치안을 내놓아 전문직 출신 국회의원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셋째, 기존 정당 시스템도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의원 공천도 중앙당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국민참여 경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도 공천권은 국민참여 경선으로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주겠다고 밝혔고,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다. 따라서 당장 2014년 지방선거에서부터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실현 여부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중앙당 공천권의 축소·폐지 문제도 아직 민주당에서는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논의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예비 후보가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내걸었던 비례대표 의석 확대와 국회의원 정수 조정 문제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안 후보가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축소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후보를 사퇴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성사되기는 어렵다. 문재인 후보도 국회의원 축소가 아닌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합의했기 때문에 현행 300명 선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조정 수준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박근혜 후보는 아예 국회의원 정수 조정 문제는 언급하지 않아 아직은 민주당의 구상에 그치고 있다. 

검찰 권력 힘빠진다  

넷째, 여야 누가 됐든 검찰 등 권력기관의 힘빼기가 추진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검 중수부 폐지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대신 ‘상설 특검’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설치해 고위공직자,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판·검사 비리를 전담해 수사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최근 현직 부장급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서 보듯 국민의 검찰 불신 여론이 크기 때문에 여야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든 상설특검이든 검찰의 권한을 상당 부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판을 흔들 이 같은 정치개혁이 정말 현실화될 수 있을까. 다행히 그 가능성은 어느 해보다 높다. 새누리당 안대희 위원장은 쇠뿔도 단김에 빼자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국회의원 연금 폐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기능 강화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방지 ▲국회의원의 겸직 제한 등 4개 안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에도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이런 내용을 의논하기 위해 사회 원로와 시민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치쇄신 실천협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안도 이미 내놓았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상 야당도 굳이 미적미적할 필요가 없게 됐다. 민주당의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국민참여 경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은 박근혜 후보의 정치쇄신안과 겹친다. 

이렇듯 정치개혁과 관련한 ‘공통분모’가 형성된 만큼 올해 연말에 당선되는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한국 정치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야 후보 누구든 집권에 성공한다면 당장 연말에 정치개혁이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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